한국과 미국의 통상·안보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미 관계에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한다는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국방비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은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는 북한 위협에만 국한되지 않고 진정한 책임 분담을 향해 함께 미래의 길을 밝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 논평에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에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이례적 언급을 했다.
미묘한 기류 속에서 한미 양국은 관세·방위비 협상과 별도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작권 환수는 새 정부의 공약으로 장기적 현안”이라며 “미국 측과 계속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對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규모·지위 변경을 추진하면서 전작권을 한국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전환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2014년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반한 전환’처럼 동맹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등 적정한 여건 확보를 점검하면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논의를 서두르다가 자칫 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재조정 등 안보 위협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다만 미국이 먼저 전작권 이양을 요구한다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외교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미국과의 신뢰를 토대로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면서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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