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160여 마리를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 김광섭 부장판사는 17일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0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B(30대)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내려졌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 중산간 일대와 경기도 군포·수원시 소재 야산에서 125회에 걸쳐 오소리, 노루, 사슴, 멧돼지, 족제비 등 야생동물 160여 마리를 잔인하게 포획하고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 B씨는 2023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8회에 걸쳐 범행에 가담했다.
A씨는 직접 훈련시킨 진돗개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한 뒤 야산에 풀어놓았고 개들이 노루 등 야생동물을 찾아내 물어뜯게 했다.
또 창과 지팡이 칼 등을 특수 제작해 멧돼지의 심장을 찌르거나 돌로 야생동물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는 등의 잔혹한 방식으로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는 사냥 장면을 촬영해 진돗개 동호회 회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범행에 앞서 A씨는 생태변화 관찰 연구자료와 자연자원 도감을 참고해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악하고 CC(폐쇄회로)TV 설치 여부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야생동물을 운반하다 적발될 것을 우려해 현장에서 가죽을 벗겼다. 장기 등은 개들의 먹이로 사용했고, 오소리와 노루, 사슴 뿔 등은 건강원에 맡겨 추출 가공품으로 만들어 직접 섭취하거나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의 범행 수법과 수단이 아주 잔인하다"며 "사람과 공존해야할 야생동물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없고 생명 존중 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임신한 처를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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