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제77주년 제헌절을 맞은 17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있게 나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며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개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5월 18일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내놓았다. 취임 44일 만에 나온 이 대통령의 개헌 언급이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어서 새 정부의 개헌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의 박홍근 기획분과장은 이달 13일 “(개헌은) 당연히 국정과제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5일 “개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높다”며 개헌 추진론에 힘을 실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지만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식 강행은 삼가야 할 것이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이 대통령의 개헌 가이드라인에는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 폐지, 감사원의 국회 소속 이관 등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예민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혹여라도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 개혁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헌법 손질을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오해를 산다면 ‘국민 중심 개헌’은커녕 평지풍파로 끝날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헌법 23조의 사유재산권 규정 침해도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을 담았다가 논란을 초래했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개헌 논의는 헌법가치를 토대로 권력 분산 방안 등을 숙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헌법 전문과 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정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의회 등의 제왕적 권력 해소, 삼권분립 훼손 방지, 기본권 강화 등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