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8월 1일(현지 시간)로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해 시한에 쫓긴 협상을 하기 보다는 질 높은 합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5번의 제안을 하게 만들어 결국 최고의 합의를 이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무역합의를 위해 한국 고위 관료들이 총동원된 상황에서 미국에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한미 무역 협상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베선트 장관은 21일 CNBC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합의의 질이지 합의의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적용할) 최대한도의 레버리지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8월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계속 (무역 상대국들과) 대화할 수 있지만 합의를 하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8월 1일 관세시한의 추가 연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한다”면서도 “고율 관세가 상대국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인도네시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그들은 총 5차례 합의안(초안)을 가져 왔는데, 첫 제안이 매우 좋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수정안을) 들고 왔다"며 "인도네시아의 제안은 점점 좋아졌고, 결국 환상적인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와의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밝히면서 인도네시아산 상품의 미국 관세를 32%에서 19%로 낮추고 인도네시아 구리 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와의 대화에 대해서는 "미국은 무역적자국가이기 때문에 관세는 무역흑자 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따라서 EU가 더 빨리 협상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미국 입장에서 8대 무역적자국이다.
미중 협상에 대해서는 "매우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며 "내 생각에 (중국과의) 무역은 매우 좋은 상황이다. 우리는 (중국과) 다른 것들을 논의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또 "불행히도 중국은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의 석유를 매우 많이 구입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차기 미중협상에서) 그것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50일 안에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교역하는 나라에 대해 100% 정도의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베선트 장관은 "(세컨더리 관세 부과까지)시한이 10일일지, 30일일지, 50일일지 모르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석유를 사는 나라는 100%의 2차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도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는 세계 제조업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이 과잉 생산한 제품들이 유럽과 캐나다, 호주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이 해야 할 (경제의) 거대한 재균형(rebalancing)"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중국이 '과잉생산'에 기반한 수출 주도의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기한 연준 건물 개보수 비용 과다 문제 뿐 아니라 연준의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대해 점검할 것임을 시사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연준이라는 기구가 성공적이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