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가 낸 세금 외국인이 다 가져가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가운데 귀화한 결혼이주여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령 사실을 인증했다가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의 타깃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달 23일 캄보디아 출신의 귀화 여성 A씨는 자신의 SNS에 “감사해요 대한민국”이라는 글과 함께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선불카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45만 원짜리 선불카드 1장과 20만 원짜리 선불카드 2장이 있었다. 총액은 85만 원에 달한다.
이는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으로 40만 원을 받은 데다, 인구감소지역(충남의 한 지역) 거주자로 5만 원을 추가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 지급 대상인 가족 2인에게 각각 20만 원씩 지급된 카드까지 A씨가 함께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대원 수에 따라 선불카드를 한 명이 일괄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시물이 퍼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내 세금 토해내라”, “외국인이 뭘 해줬다고 85만 원을 받냐”, “이래서 결혼이주 반대한다” 등 격한 반응을 보이며 혐오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일부는 피부색과 출신 국가를 거론하며 욕설을 퍼붓는 등 인종차별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세금도 안 내는 외국인에게 혜택을 준다”는 주장도 뒤따랐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이번 소비쿠폰을 지급하면서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내국인과 함께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난민 인정자(F-2-4) 등은 예외적으로 포함시켰다. 이들 역시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소득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씨는 지난 2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다. 지급 조건을 모두 충족한 ‘합법적 수혜자’임에도 외모와 출신 배경만으로 ‘외국인’으로 낙인찍혀 온라인 혐오의 표적이 된 것이다.
귀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주눅 들지 마세요”, “가족들과 맛있는 거 드세요”, “당신은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 등의 응원 댓글을 달며 분위기를 되돌리려 했지만, 혐오성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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