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미국과 통상 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향후 진행될 한미 통상 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일 양국이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합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측이 한국만 콕 집어 원화 절상 압박을 가할 경우 우리 수출 기업이 일본보다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2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당초 25일 개최 예정이었던 한미 ‘2+2 고위급 관세 협상’에는 환율 협상 담당 실무진도 배석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문제까지 포함해 일괄 합의가 안 되더라도 환율 문제만을 놓고 별도 협상을 벌일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그간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압박을 가한 만큼 이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2일 미국과 관세 합의를 타결하고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내린 일본에서는 이처럼 환율을 둘러싼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7월 1~23일 기준 엔·달러 환율 평균은 146.33엔으로 2023년 1월 평균 대비 엔화 절하율은 12.5%로 집계됐다. 일본 수출 기업에는 그만큼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일본에 상호관세율 15%가 적용돼도 일본 수출 기업들은 엔저 효과를 바탕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도요타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450억 엔 늘어난다고 자체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일본의 엔화 절하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합의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이 일본과 유사한 15%까지 낮아지더라도 만약 원화 절상에 대한 공식 요구가 나오면 우리 기업이 이중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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