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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역협상 타결로 질서 재편, 민관 힘 모아 재도약해야

구조 개혁·기술 혁신으로 위기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둔 31일 극적으로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6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당초 예고했던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한국은 또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펀드로 조성되는 3500억 달러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 협력에 사용되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2차전지·원전·바이오 산업 등에 투입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도 15%로 낮추고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도 타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전부터 민감한 사안이었던 농산물 문제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식량 안보와 국내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애초 설정한 ‘마지노선’은 지킨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향후 2주 내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때 합의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 개최 계획도 함께 밝혔다.

이번 협상 타결은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설정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한 고비를 넘긴 것일 뿐이다. 일본과 EU 등 앞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에서 보듯 후속 협상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한미 간에도 이견이 적지 않아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쌀·소고기 개방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completely open)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대미 투자에 따른 수익 배분도 대통령실은 ‘재투자’라고 밝혔으나 러트닉 장관은 “수익의 99%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언제든 입장을 바꾸는 트럼프식 협상 특성상 후속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역할 조정 등 안보 이슈 역시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실무 협상을 통해 국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극화 체제는 약화되고 미국 중심의 우방·비우방 블록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기업들은 ‘포스트 FTA’ 시대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미국 중심의 투자 전략은 보다 정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3500억 달러는 ‘돈만 내는 물주’가 아닌 진정한 투자자로서 운용해야 한다. 이번 협상에 핵심 역할을 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미국 조선 산업의 부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조선 산업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대미 투자 쏠림이 국내 제조업 공동화나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내 연관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시설 이전보다는 현지 창출형 투자에 집중하는 등 정부의 세심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 축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생존과 도약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시, 미러클 코리아’ 비전 보고에서 백종문 PwC컨설팅 파트너는 “10년 뒤 제조업에서 4경 50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업그레이드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이후 우리 앞에 놓인 핵심 과제는 제조업의 과감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과 국가 차원의 구조 개편 지원, 초격차 인재 양성 등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축사에서 “정부는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지금은 기업들의 기를 살려줘야 할 때다. 민관이 노동 개혁, 규제 혁파 등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육성에 합심해야 경제를 재도약시키고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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