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 아파트'의 재개발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시공사 선정이 두 번째로 무산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충정 아파트 재개발 조합이 이날까지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으나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앞서 지난 5월 1차 입찰이 유찰된 데 이어 2차 입찰마저 무산된 것이다. 조합은 입찰 보증금을 기존 8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절반이나 낮춰 재공고했지만 시공사 확보에 실패했다.
조합 관계자는 "추후 대의원 이사회 논의를 거쳐 재공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충정 아파트를 포함한 인근 저층 주택을 지하 6층~지상 28층, 총 19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시설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사업비는 약 1314억 원으로 1차 입찰 당시와 동일하다.
충정 아파트는 서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9번 출구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권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보이는 것이 유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충정 아파트는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국내 최초 아파트이기도 하다. 당시 건축주였던 도요타 다네마쓰의 이름을 따 '도요타 아파트'로 불렸으며, 입주자 중에는 천재 화가 고(故) 김환기도 있었다.
이후 해방 후에는 미군 숙소, 6·25 전쟁 직후에는 유엔 전용 호텔로 활용됐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해당 건물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 유산으로 보존하려 했으나, 안전 문제와 주민 갈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2022년 철거가 최종 결정됐다.
이 아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주인공 송강이 살던 낡은 아파트 '그린홈'의 실제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2024년 6월 기준 33가구, 총 5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나 지난해 서대문구의 정밀 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는 등 거주 안전성이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서대문구는 올해부터 충정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SH(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주택 혹은 임시 거처를 제공해 이주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파트 철거는 빠르면 2026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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