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K콘텐츠로 입증된 한국적 스토리텔링 전통과 문화를 활용한다면 한국 스타트업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맷 라이드나워 구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미국 총괄은 13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스토리텔링’은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를 투자자·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설득력 있는 소통 방식을 뜻한다. ‘실리콘밸리 사투리’같이 들리지만 사실 역사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 한 장으로 조선소를 지을 차관을 얻어냈다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례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투자를 유치한 전형적 사례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화 역량 또한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근면함을 바탕으로 삼성과 같은 기술 회사를 배양해 그 영향력을 세계로 퍼뜨렸다”며 “자본과 세계시장 진출 노하우를 지닌 국가는 드물고 이 역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선순환을 준다”고 말했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이날 구글·중소벤처기업부가 구글 본사에서 진행한 스타트업 연수 프로그램 ‘창구 이머전 트립’에서 한국 스타트업 15개사를 상대로 글로벌 진출과 사업 전략 등에 관해 강연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경쟁력이 충분하다면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을 주문했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소비자가 겪는 문제점에서 시작하고 한국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글로벌 벤처캐피털(VC)도 그러한 소비자 ‘견인력’이 새로운 시장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VC가 2분 내에 투자 여부를 결정할 만한 흥미롭고 명확한 스토리로 회사의 비전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창업·투자·소비자를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AI)에 ‘올인’ 중이다. 글로벌 VC 투자의 70%가 AI에 집중되고 있다. 이날 구글을 찾은 15개 우수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10개사가 AI 관련 기업이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AI 시대에 ‘진짜’와 ‘소음’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져 명확한 스토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정말 독특한 서비스인지 단순히 AI 프롬프트 몇 가지를 조합해 만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AI 붐을 타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유치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며 소규모 스타트업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라이드나워 총괄은 “자본이 대규모 스타트업에 쏠리는 ‘질(quality)로의 도피’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초 투자만으로도 자생력을 가지는 ‘시드 스트래핑(seed-strapping)’도 관찰돼 2~3명의 소규모 팀이 수익성을 향해 전력 질주할 환경도 갖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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