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새 시즌에 돌입한다. 16일 오전 4시(한국 시각)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릴 리버풀·본머스전부터 9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2017~2018시즌부터 최근 8시즌 동안 EPL 우승은 대체로 맨체스터 시티였고 그렇지 않으면 리버풀이었다. 맨시티가 6번, 리버풀이 두 번 우승했다. 이번에도 맨시티 아니면 리버풀일까. 이번에는 아마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2025~2026시즌에 2연패를 노리는 리버풀은 선수 이동이 많다는 게 변수다.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전 레버쿠젠), 공격수 위고 에키티케(전 프랑크푸르트), 레프트백 밀로스 케르케즈(전 본머스), 라이트백 제레미 프림퐁(전 레버쿠젠) 등을 데려왔다. 이들의 이적료로 총 5000억 원 가까이를 썼다. 센터백 조반니 레오니(전 파르마)와 계약 소식도 14일 전해졌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검증된 19세 수비수다. 이 사이 공격수 루이스 디아스와 다르윈 누녜스는 각각 바이에른 뮌헨, 알힐랄로 보내면서 정리했다. EPL 수비수 최다 도움의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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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와 승점 10 차이로 우승한 팀이라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는 더 낯설어 보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16강에서 탈락하는 등 트로피 ‘1개’에 그친 게 내심 아쉬웠던 모양이다. ‘더블’ 이상을 손에 넣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영국 가디언은 “리버풀은 21번째 EPL 우승만큼이나 7번째 챔스 우승을 열망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영입에도 중앙 수비는 약점이다. 핵심 공격수 디오구 조타의 부재(지난달 교통사고로 사망)가 남은 동료들의 경기력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골닷컴은 “이적생 케르케즈와 프림퐁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피드와 공격 특성이 잘 통한다면 ‘리버풀 2년 차’ 아르네 슬롯 감독의 전술 운영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시즌 1개의 트로피도 챙기지 못한 맨시티는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로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EPL 역사상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케빈 더브라위너(34·나폴리 이적)가 없는 첫 시즌이기도 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라이벌 리버풀에 10년 넘게 몸담았던 코치를 데려오는 등 큰 폭의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해 발롱도르에 빛나는 공수 핵심 로드리는 오랜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클럽 월드컵에서 또 다쳐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필 포든, 제레미 도쿠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과 지난 시즌 중 합류한 이집트 골잡이 오마르 마르무시의 시너지도 필수다.
맨시티와 리버풀이 ‘다 해 먹는’ 구도를 깰 후보로는 아스널, 첼시, 그리고 뉴캐슬 등이 꼽힌다. 지난 시즌 2위는 맨시티(3위)가 아니라 아스널이었다. 세 시즌 연속 준우승이니 우승할 때도 됐다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스웨덴 출신 빅토르 요케레스에게 아스널의 이번 시즌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7300만 유로(약 1180억 원)나 주고 모셔온 ‘9번’ 공격수다. 등번호 9번은 정통 스트라이커를 뜻하는데 아스널은 지난 몇 년간 걸출한 9번 공격수를 찾고 있었다. 요케레스는 두 시즌 동안 스포르팅(포르투갈)에서 102경기 97골을 폭격했지만 EPL 경험이 전무하다는 게 약점일 수 있다.
극적으로 EPL 4위에 올라 새 시즌 챔스 티켓을 따낸 첼시는 ‘유럽 챔피언’ 파리 생제르맹을 일축하고 클럽 월드컵 정상까지 오르는 경사를 맞았다.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믿을 만한 2명씩을 확보, 리그에서 가장 두꺼운 선수층을 구축한 만큼 우승 후보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에 인수된 뒤 체질을 개선한 뉴캐슬은 지난 시즌 5위에 오르며 우승 도전도 꿈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팀은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는데 득점 2위(23골) 알렉산더 이사크가 이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골칫거리다. 뉴캐슬에는 지난달 계약 후 프리 시즌 동안 착실하게 점수를 딴 18세 공격수 박승수도 있다. EPL 깜짝 데뷔를 넘어 주전으로 활약하는 시나리오를 한국 팬들은 바라고 있다.
한편 EPL 개막에 앞서 늘 실시하는 슈퍼컴퓨터 전망에서는 리버풀이 1위이고 2~4위는 아스널, 맨시티, 첼시 순으로 나타났다. 손흥민(LA FC)이 빠진 토트넘의 예상 순위는 1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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