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병이다. 매년 3만 명 이상이 새로 진단받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미 4기까지 진행된 후에 발견된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이 빠른 ‘침묵의 암’이다. 하지만 최근 20년 사이 생존율은 3배 이상 향상됐다. 조기 진단 기술과 수술법의 발전, 표적·면역항암제의 등장 덕분이다.
폐암 최소침습 수술의 권위자인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폐암은 늦게 발견되면 치명적이지만, 조기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위험군은 증상에 의존하지 말고 저선량 흉부 CT로 초기 결절 단계에서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16일 오후 9시에 방영되는 서울경제TV 메디컬 토크 프로그램 '지금, 명의'에 출연한다. 폐암의 최신 치료법과 함께 치료 후 재발 방지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폐암 환자의 절반만 수술 가능…조기 발견 안된 탓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기침, 가래, 혈담, 흉통, 쉰목소리 등은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나타난다. 폐암이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마른 기침'이다. 암이 주변 장기를 침습하면 가래 양이 늘어나거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올 수 있다. 흉부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림프절 침범으로 신경을 자극하면 쉰목소리가 나오거나 드물게 한쪽 눈이 처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폐암은 발견이 늦고 환자들 중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전체 폐암 환자의 약 50%만 수술을 고려한다. 김 교수는 수술이 가능한 경우에 대해 “종양이 수술로 절제가 가능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환자가 수술을 견딜 체력과 전신 상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들 중에는 1~3기 환자가 고루 분포하고, 암 진행 초기일수록 결과가 좋다.
◇개흉에서 최소 침습 수술로…표준이 된 흉강경 수술
2000년대 중반까지 폐암 수술은 가슴을 열어서 하는 ‘개흉수술’이 주류였다. 피부를 약 30cm 크게 절개하고 외과 의사 손이 폐에 접근하도록 갈비뼈 하나를 제거해야 하는 큰 수술이었다. 통증이 심하고 회복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흉강경을 활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본격 도입됐다. 3~4개의 작은 구멍만 뚫어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은 갈비뼈 제거를 하지 않아도 됐다. 통증은 줄었고 회복에 필수 요소인 가래 뱉기가 수월해져 폐렴 합병증도 크게 줄었다. 회복 기간도 단축됐다. 최근에는 한 개의 구멍만 사용하는 ‘단일공 흉강경’ 수술까지 가능해졌다. 흉강경 수술은 폐암의 이제 표준 술기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관절 움직임이 자유로운 '로봇수술'이 더해지면서 정밀도가 향상됐다. 건강보험 급여는 되지 않지만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다. 김 교수는 “로봇 팔은 일반 흉강경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며 "마치 의사가 직접 손을 넣어서 수술을 하는 정도까지 정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최소 절개를 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률적 치료보다 환자 상태 고려한 맞춤 치료
최근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늘어나고 있다. 주변 림프절 전이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폐암 수술을 할 때 림프절도 보통 같이 제거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림프절 절제술을 하는 것은 과한 치료라는 우려가 존재했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 연구팀이 폐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수의 폐암이라도 암세포 종류, 영상의학적 특성 등에 따라 여러 폐암 종류가 있었다”며 "일률적인 절제가 아닌 암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치료하는 것이 불필요한 절제를 피하면서도 완치율은 동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수술 뿐만 아니라 항암·방사선 치료도 맞춤형으로 하는 추세다. 암이 넓게 분포해 수술을 포기했던 환자들도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실시해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맞춤형으로 접근하면 완치율을 유지하면서도 폐 기능을 보존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정밀 의료의 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환자에 따라서는 외과, 내과, 방사선종양학과가 함께하는 '다학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 명의’ 방송에서 폐 기능이 크게 저하된 3기 환자의 고난도 수술과 다학제 치료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방사선·항암 치료 후 폐암이 재발한 70대 환자였는데, 수술밖에는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었다. 사망 위험이 30% 이상이었지만 수술을 결정했고 예상했던 대로 수술 중 유착과 대량 출혈이 발생해 14시간 끝에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다만 폐 기능이 원래 안 좋은 환자라 회복 과정에서 폐렴이 시작됐고,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과가 협력해 치료한 결과 결국 환자가 걸어서 퇴원했다.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폐암 치료 성적 높아져…저선량 CT 검사와 선행치료 덕분
폐암 치료 성적은 좋아지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폐암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기준 12.5%에서 2018~2022년 40.6%로 3배 이상 올라갔다. 국가암검진에 저선량 흉부 CT가 도입되면서 작은 결절 단계에서 조기 발견되는 환자가 크게 늘었고, 같은 병기라도 과거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들이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를 먼저 사용해 종양을 줄인 뒤 수술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기 초반 환자뿐 아니라 3기 환자까지 수술 기회를 얻게 됐다.
다만 폐암은 재발이 잘되는 암으로 1기라도 20~30%, 2기는 40~50%에서 재발한다. 폐암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수다.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라돈 등 환경 요인 노출 줄이기 위한 환기를 생활화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수술 후 특별한 식이 제한은 필요 없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암 환자는 무엇보다 불안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해 한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치료 후 인터넷 검색에 매달리기보다 여행이나 취미 등 즐거운 활동을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지금, 명의’ 폐암 편은 유튜브 ‘서울경제NOW’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으며, 지면에 실린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영상으로 바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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