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제 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16일(현지 시간)로 즉위 100일을 맞았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 파격적인 결정을 쏟아냈던 것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에게 부여된 최고의 권한을 즉각 행사하기보다는 추기경단 회의와 각 부서 책임자와의 면담에 집중하며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조용하고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주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핵무기 보유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선언해 논란을 빚었던 것과 달리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제된 메시지를 내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의 때로는 격동적이었던 12년 이후 교황직에 일종의 평온함과 절제된 분위기가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환경보호와 교황청 재정 개혁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유산과 과제를 계승하면서 대중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사목했던 레오 14세 교황이 스페인어·영어·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순례자들과 직접 교감하는 모습은 항상 사람들 곁에 있고자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오 14세 교황의 첫 100일은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교회를 이끌어갈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쟁을 피하고 경청하며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했던 교황직 이후 교회가 잠시 숨을 고르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평가했다.
최근 갤럽이 미국인을 상대로 한 세계 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57%로 다른 어떤 세계 지도자보다 높은 호감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레오 14세 교황의 지지율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재임 초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종교 매체 ‘릴리전언플러그드’는 이러한 수치는 극적인 행동이나 정책 없이도 레오 14세 교황이 이미 신뢰와 호감을 얻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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