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콜마그룹 오너일가가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2018년 체결한 3자 간 합의서 내용이 이른바 ‘부담부 증여’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 부녀는 윤 회장 등을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법원에 신청하고, 윤 회장 아내와 사위까지 지분을 사들이면서 집안 싸움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윤동한 회장과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대표가 2018년 9월 체결한 3자 간 합의서에 대해 법조계는 대체로 부담부 증여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2018년 9월 1일 작성된 합의서는 콜마비앤에이치 주식의 처분·증여 및 사업의 경영 등을 내용으로 총 3조 9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합의서 2조 3항에 따르면, ‘윤상현은 한국콜마홀딩스 주식회사의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여원이 윤동한으로부터 부여 받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혹은 협조하거나 한국콜마홀딩스로 하여금 지원 혹은 협조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부담부 증여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합의 위반 시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경영권분쟁 전문 변호사는 “부담부 증여가 성립하려면 합의를 위반했을 경우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있어야 되는데 이 합의서에는 그와 같은 내용이 전혀 없다”며 “특히 합의서에 언급된 ‘지원’, ‘협조’ 등의 표현은 부담부 증여라고 보기에는 약하다”고 지적했다.
합의서가 되레 윤 부회장의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 시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의견도 있다. 합의서 2조 4항은 ‘윤여원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을 행사함에 있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콜마비앤에이치는 물론 나머지 당사자들과 한국콜마홀딩스 및 그 계열회사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내세우며 이사회 개편을 주장해온 상황에서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부분을 실적과 기업가치로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이다. 또다른 변호사는 “합의서는 기본적으로 콜마홀딩스의 기업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윤 부회장과 콜마홀딩스가 윤 대표에게 적극 협조하도록 하고 있다”며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로 인해 기업가치가 떨어졌고 이 때문에 더 이상 협조나 지원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합의서 2조 5항이 ‘본 합의서를 통해 윤여원에게 부여될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한국콜마홀딩스가 비앤에이치의 주주로서 가지는 … 일체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한 것도 윤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다만 부모와 자식 간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주식 증여가 이뤄진 만큼, 법원이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부모와 자식 간이 아니라면 이 같은 합의서에 기초한 주식반환청구 소송은 당연히 기각 될 것”이라면서도 “이 건은 부모와 자식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합의서와 별개로 여타 정황에 관심을 둘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윤 부회장이 윤 대표의 사업경영권 행사를 지지·협조해야 한다’는 부분을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한편 대전지법은 앞서 콜마홀딩스가 제기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9월 26일까지 임시주총을 소집하도록 했지만, 윤 회장과 윤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과 의결권 행사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아울러 자신들을 콜마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임시주총 소집허가도 신청한 상태다. 이후 윤 회장과 윤 부회장이 이달 12일 만남을 가지며 화해의 기류가 포착되기도 했지만, 주식반환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10월 23일로 잡히는 등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의 아내이자 윤 대표의 어머니인 김성애씨와 윤 대표의 남편인 이현수씨가 각각 이달 들어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1만 3749주 3000주를 사들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