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 재구조화와 경상비·의무지출 절감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인공지능(AI)과 취약 계층 지원 등 핵심 과제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이 내년에 처음으로 80조 원을 돌파하며 지출 다이어트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지출 구조조정 세부 내역도 함께 공개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제도를 개편해 고등교육 재원을 확보하고 교부금 4100억 원을 감액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현재 초중등 교육에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은 법인세·소득세 등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세수의 일부로 조성된다. 교육세의 경우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 우선 배정된 뒤 나머지를 고등교육회계(대학 이상)와 교부금으로 절반씩 나뉜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런 구조가 유지되면서 초중등 교육 재원은 남아도는 반면 고등교육 재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교육세 중 금융·보험업분을 고등교육 재원에 먼저 활용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영유아특별회계(유특회계 확대·신설)와 교육교부금에 6대4 비율로 배분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2조 1690억 원이던 교부금(교육세분)은 내년에는 1조 7587억 원으로 4103억 원 줄어든다. 예산 낭비 논란이 반복된 교부금은 줄어들고 재정 수요가 커지고 있는 고등교육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된다. 금융·보험업의 교육세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7년에는 추가로 1조 3000억 원의 재원을 고등교육 지원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정상화와 저성과·중복 사업 정비를 통해 1조 6000억 원을 줄였다. 부처별 ODA 감액 내역을 보면 기재부의 민간·국제기구 협력 차관 사업 예산이 5021억 원, 농림축산식품부의 국제 농업 협력 사업은 1296억 원 줄었다. 외교부의 인도적 지원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개도국 개발 협력 사업도 각각 3460억 원, 115억 원이 삭감됐다.
한편 정부의 또 다른 지출 성격인 조세지출은 내년 80조 527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기재부는 이날 공개한 ‘2026년 조세지출예산서’에서 내년 조세지출이 올해(76조 4719억 원)보다 4조 558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세수 대비 감면한 국세를 따지는 국세 감면율은 올해 16.0%에서 내년 16.1%로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는 향후 4년간 조세부담률이 국세수입 증가에 따라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8.6%에서 매년 0.1%포인트씩 올라 2029년 19.1%에 이르게 된다는 추산이다. 조세부담률에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기여금을 추가한 지표인 국민부담률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연도별 국민부담률은 △2025년 26.1% △2026년 26.2% △2027년 26.6% △2028년 26.8% △2029년 27.0% 등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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