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퇴직자의 퇴직금 미지급 피해가 지속되지만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스타트업이 상당수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정부는 퇴직금 적립을 강제하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감독과 처벌이 전무해 제도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타트업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보다 더 강력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에서 퇴직금 미지급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체 임금 체불액 8조 1100억 원 중 퇴직금 체불이 39.6%(3조 2130억 원)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퇴사자가 10만 명에 이르는데 4명 중 1명은 비자발적 퇴사자”라며 “상당수가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경제신문·리멤버앤컴퍼니 공동 설문조사 결과 스타트업 비자발적 퇴사자 36명 중 38.9%(14명)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는 기업의 ‘장부상 퇴직금 적립’을 막기 위해 2012년 이후 설립된 모든 사업장에 퇴직금 사외 적립을 요구화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의무화했다. 다만 미도입 사업장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늬만 의무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퇴직금 미지급을 예방할 수 있는 퇴직연금 가입률은 2022년 말 기준 26.8%에 그친다. 김동미 원티드 노무사는 “회사의 재정난으로 임금이 체불돼도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다면 퇴직금은 보호된다”며 퇴직연금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퇴직금이 지급되면 퇴직금 제도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퇴직금 제도는 사외 적립 의무가 없어 기업이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는 ‘사각지대’를 막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10년간 퇴직금 적립 실태를 점검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퇴직금 제도는 퇴직연금과 달리 사외 적립 의무가 없다”며 “사업장 근로 감독 시 퇴직금 미지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에서는 퇴직금 체불이 발생한 뒤에야 진정 제도를 밟는 ‘사후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 퇴사자 상당수는 업계 특성상 불이익 등을 이유로 임금 체불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구제받기 어렵다. 정부는 퇴직연금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여전히 미비하다.
국회 차원에서도 퇴직연금 제도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 제도로 완전히 전환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은 만큼 근로자 수가 적은 사업장부터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푸른씨앗 제도’ 확대를 제시한다. 현행 제도는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퇴직급여 부담금의 10%를 지원한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푸른씨앗 제도를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50~100인 이하로 확대하고 보조금액도 20~30%로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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