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미국에서 탄생한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전무한 게 현실입니다. 한국적 사업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작단계부터 실리콘밸리 DNA를 이식할 ‘말랑한’ 초기단계 스타트업을 본토에서 육성해 또 다른 유니콘을 키워내야 합니다.”
박영훈 디캠프 대표는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 500글로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후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디캠프는 19개 금융기관 출자로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 육성 재단이다. 지난해까지 4500여 개 스타트업에 1조 원 이상을 직·간접 투자했다. 투자한 기업 중 유니콘으로 성장한 사례도 18개에 이른다.
디캠프는 그간 매년 4회의 스타트업 선발을 통해 40개 내외 스타트업을 육성해왔다. 그러나 자본과 인력, 시장 규모가 제한된 한국에서 글로벌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데에 한계를 느껴 왔다고 한다. 박 대표는 “서울이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에서 세계 8위권에 드는 도시지만 인구 감소·지정학적 리스크·경제성장 둔화 속 글로벌 진출은 필수”라며 “디캠프 자체 육성 프로그램도 한계가 있어 세계 시장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디캠프가 실리콘밸리 VC 500글로벌과 손잡은 이유다. 500글로벌은 운용자산(AUM) 21억 달러로 수백억 달러를 넘어서는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 세콰이어캐피탈 등에 비해 소규모임에도 명성은 높다.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각지 스타트업을 기다리는 타 VC와 달리 “재능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역에서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덕이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 호주에서 창업한 캔바 등이 대표 사례다. 500글로벌은 2015년부터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전용 펀드 3개를 결성하는 등 국내 스타트업과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공동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틴 차이(한국명 이성미)는 한국계 미국인이기도 하다.
디캠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 500글로벌이 본사에서 진행하는 주 육성 프로그램에 한국 스타트업을 파견한다. 이미 5월부터 카드몬스터·올세일코퍼레이션 2개 기업이 500글로벌의 36번째 배치(Batch·집단)에 참여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동일한 육성 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은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연례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테크위크’에서 발표 기회를 갖는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부터 현지의 ‘터프한’ 기준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겠다”며 “500글로벌과 협업으로 한국의 창업가 정신을 실리콘밸리와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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