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508.07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올 4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전날에는 금 선물 가격이 역시 올 4월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온스당 35571.1달러까지 올랐다.
금에 대한 수요가 치솟은 것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광범위한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회피(헤지) 수단으로 금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NP파리바의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윌슨은 “모든 것이 금값이 상승하기에 완벽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점점 고조되는 점은 분명히 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은 현물 가격도 이날 0.3% 상승한 온스당 40.8달러까지 올라가며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장 전망이 커지는 것도 금과 은 가격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9.6%로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미국의 실질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금리 움직임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금리 인하 압박과 연준 이사진 흔들기로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우려가 커진 것도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간섭에 대해 “미국 경제의 안정성,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항소심의 결정이 나온 것도 경제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랠리를 펼치며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가 관세 유예와 무역 협상이 이어지며 최근까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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