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이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네요.”
얼마 전 만난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구역 조합원은 30대였던 2007년에 1구역 연립주택을 매수한 뒤 어느새 18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토로했다. 주택을 매수할 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었지만 이제 내년이면 자녀가 대학생이 된다고 했다. 그는 “연립에서 실거주하며 재개발 사업 진행을 기다렸으나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았고 양천구 목동에 전세로 들어가서 자녀를 양육했다”며 “안전사고 문제로 시공사가 지난달 초 공사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환갑은 돼야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겠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합원도 갓 태어났던 아이가 어느새 군에 입대했다고 거들었다. 노량진1구역은 아직도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지 않았다.
노량진 뉴타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재개발·재건축 구역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문제는 집값 자체가 아니라 공급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현상일 뿐이고 공급 부족이라는 원인을 해결해야 집값 상승세를 멈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서울 집값에 제동을 걸기 위해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원인 파악이 잘못된 거래 억제 정책은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여전히 강남 권역과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는 매매거래가 이뤄지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된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의 아파트값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초에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정말 주택 가격을 안정화할 목적이라면 새로운 신도시 주택지구 지정이 아닌 서울 공급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 20년 전에 지정된 뉴타운 지역을 포함해 서울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질 때 비로소 집값 안정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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