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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신경림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

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산비탈을 올라가는

늙은이가 아름답다



돋는 해를 향해 활짝 옷을 벗는 나팔꽃이 아름답고

햇빛이 싫어 굴속에 숨죽이는 박쥐가 아름답다

붉은 노을 동무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138억 년째 팽창하는 우주 텅 빈 무생명의 공간 한 모퉁이,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출현한 생명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가? 하늘을 날거나, 땅을 기거나, 초원을 달리거나, 비탈길을 오르거나, 굴에 숨거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적응인가?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면서도 비교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것은 얼마나 옹졸한 일인가.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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