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0%~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넷플릭스가 ‘예능 대공습’을 선언했다. 드라마 주도권에 이어 예능까지 뺏길 가능성이 짙어진 방송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CJ ENM 간판 연출자인 나영석 PD도 결국 넷플릭스로 향했다. 간판 PD가 최대 라이벌과 협력하게 되면서 방송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과거 나영석 PD가 연출한 ‘1박 2일’의 평균 시청률은 30%를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본인 프로그램조차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넷플릭스의 흡입력이 거세지면서 방송국 제작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자 이탈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와 인연이 없던 나영석 PD 팀도 이제는 연이어 신작을 공개한다. 여기에 ‘국민 MC’ 유재석까지 합류한다. 그는 ‘유재석 캠프’라는 민박 콘셉트 예능을 넷플릭스에서 선보인다.
넷플릭스는 2일 ‘예능 페스티벌 2025’를 열고 앞으로의 라인업을 대거 발표했다. 그동안 예능은 매년 세 편 안팎으로만 내놨지만,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매달 한 편씩 공개하는 강공을 예고했다.
편성표를 보면, 23일 ‘크라임씬 제로’를 시작으로 다음 달 ‘피지컬: 아시아’, 11월 나영석 PD의 ‘케냐 간 세끼’, 12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차례로 공개된다.
이어 내년 1월에는 ‘솔로지옥5’, 2월에는 ‘미스터리 수사단2’가 준비돼 있다. ‘대환장 기안장2’, ‘유재석 캠프’, ‘이서진의 달라달라’(나영석 PD 연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2’도 내년에 시청자를 만난다.
‘케냐 간 세끼’는 이수근·은지원·규현이 아프리카 대자연을 무대로 펼치는 예측 불가 여행기다. 또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대본 없는 방랑 콘셉트로, 은퇴 이후 2막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꿈꾸는 이서진이 주축이 된다.
최근 0%~1%대에 머문 방송 예능의 부진에는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주 이용 플랫폼이 방송에서 넷플릭스로 옮겨간 것이 결정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나영석 PD의 tvN 대표작들도 “이젠 너무 식상하다”는 반응 속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점유율은 41%에 이르렀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만 해도 1400만명대로, 티빙이나 쿠팡플레이의 두 배에 달한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넷플릭스가 예능까지 장악한다면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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