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세조종과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수십 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제12차 정례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시세조종·불공정거래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시세조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 △거래소 구조를 악용한 부정거래 등 세 가지 유형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활용한 시세조종을 적발했다. 혐의자는 특정 가상자산을 수백억 원 규모로 선매수한 뒤, 고가 매수 주문을 제출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후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자, 보유 물량을 매도해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SNS을 이용한 부정거래 사건도고발 조치됐다. 혐의자는 특정 가상자산을 미리 매수한 뒤 온라인에 호재성 정보를 허위로 퍼뜨려 매수를 유도했다. 가격이 오르자 선매수한 물량을 팔아 수십억 원대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의 가격 환산 표기 시스템을 노린 부정거래도 발견했다. 일부 거래소는 투자 편의를 위해 BTC마켓과 USDT마켓 가격을 원화로 환산해 표시하는데, 혐의자는 이를 이용해 시세를 왜곡했다.
혐의자는 USDT마켓에서 자전거래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BTC마켓에서 거래되는 A 코인의 원화 환산 가격이 덩달아 오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과정에서 A 코인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착각한 투자자가 저가에 물량을 매도해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보았다.
이는 일부 거래소가 BTC마켓의 코인 원화 환산 가격을 산출할 때 USDT마켓의 비트코인 가격을 참고하는 구조적 특성을 악용한 것이다. USDT마켓의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BTC마켓의 코인 원화 환산 가격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점을 노린 수법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첫 과징금 부과 사례다. 금융위는 행위자의 법위반 경위(동기),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친 영향(부당이득 금액), 전력자 여부 등을 고려해 부당이득을 상회하는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를 계기로 코인마켓 거래소에 대해 자체 원화환산 가격 이외에 추가로 국내 원화거래소의 평균 가격을 병행표시 하도록 개선조치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코인마켓 거래소에 대해 자체 원화 환산 가격 말고도 국내 원화거래소의 평균 가격을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을 지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격, 거래량 등이 급등(급증)하는 가상자산은 추종매수를 자제해 달라"며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시장에서도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중히 조사·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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