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탄 벤츠 마이바흐 차량 앞쪽에 부착된 ‘7·271953’ 번호판이 주목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열차에 실어온 차량에도 동일한 번호판이 달려 있었는데, 이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짜를 의미한다.
북한은 이날을 단순한 휴전일이 아닌 ‘전승절(7·27)’로 규정하며,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날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한다.
북한 내부에서 ‘칠이칠’이라는 표현은 곧 ‘승리’를 뜻하는 단어처럼 쓰인다. 북한의 대표 군가인 ‘7.27 행진곡’ 가사 역시 “승리, 승리, 승리의 7·27”을 반복하며 이 날을 김씨 일가의 정통성과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이 번호판을 노출한 것은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는 정치적 메시지이자, 6·25 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으로 규정해온 중국과의 반미 연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방문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점은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동반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에는 김 위원장 뒤에 주애가 나란히 서 있었고, 그 뒤로 최선희 외무상이 자리했다. 부인 리설주는 보이지 않았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이번 방중에 딸 김주애를 동반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김주애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해외 일정에 주애를 데리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후계 문제와 관련된 정치적 신호를 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이후 약 6년 8개월 만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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