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럭셔리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가 국내에서 올해 세 번째 가격 조정에 들어간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오는 10일부터 주얼리 일부 품목 가격을 2~5%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인상 리스트에는 대표 인기 라인인 '러브(LOVE)'와 '저스트 앵 끌루(Juste un Clou)' 컬렉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까르띠에는 올해 2월과 5월에도 이미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번까지 합치면 2025년 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명품은 지금 사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 매장에는 인상 전에 구매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행보는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과는 어긋난다. 까르띠에의 모기업 리치몬트(Richemont)의 요한 루퍼트 회장은 지난 5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를 압박하는 과도한 가격 인상은 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실적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치몬트코리아의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매출은 1조 79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302억 원으로 22.6% 늘었다. 본사에 지급한 중간 배당금 역시 535억 원에서 738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호실적을 기록하면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명품 구매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편, 국내 하이주얼리 수요 확대의 배경에는 혼인 건수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14.8% 늘어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1~5월에도 혼인 건수는 매월 전년 대비 414%대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예물·예단 등 결혼 준비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 관련 매출도 덩달아 뛰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예비부부 전용 멤버십 '클럽웨딩' 가입자는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고 이들 고객의 매출도 5% 올랐다. 실제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올해 상반기 명품 주얼리·시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0%, 35%, 34% 증가했다. 명품업계 안팎에서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결혼 수요와 투자 목적 소비가 겹치면서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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