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동안의 ‘문화재’라는 협소한 재산 개념을 ‘국가유산’이란 포괄적 개념으로 바꿨죠. 일본의 잔재이기도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잘 맞지 않는 용어를 버리고 기관 이름도 ‘문화재청’에서 ‘국가유산청’으로 개편했습니다. 자랑스러운 K헤리티지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이제 국가유산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은 3일 모교인 서울 동국대에서 ‘문화재에서 국가유산으로, K헤리티지의 미래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며 지난해 5월 문화재청에서 국가유산청으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것을 청장 임기 3년 2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일로 강조했다. 그는 올해 7월 국가유산청장에서 퇴임한 후 모교인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로 복귀했다.
과거 60여년간의 ‘문화재’ 체제에서 새로운 ‘국가유산’ 체제로의 변화는 사실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다. 최 전 청장은 “사실 명칭이 대부분을 말해줍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재라는 용어의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고적’이라고 불렀다가 대한제국 때 ‘명소고적’이라고 했어요. 일제강점기 관련 규정에서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등이 나왔는데 해방과 정부수립 직후 ‘문화재’라는 용어를 공식화했지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됐어요. 사실 문화재보호법은 일본의 법률을 그대로 옮긴 거예요.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남아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에서 ‘국가’는 국가의 보호책무를 강조하고 ‘유산’은 과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화재 개념은 원형유지 원칙이 강한 반면 국가유산은 기존 가치를 보호하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을 강조한다. 최 전 청장은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한다’라는 이전 슬로건도 제가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 국가유산’으로 바꾸었죠”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가유산 진흥이 필요한데 우리 국가유산을 전세계로 알리고 확장하고 수출산업으로도 만들수 있어요. 국내에서 처음 개최하는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도 잘 준비해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청장은 해결하지 못한 아쉬운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우선 경복궁 등 궁궐 입장시에 한복 복장을 한 사람은 무료인데 최근 점점 국적불명으로 되어 가는 일부 유사 한복 풍조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국가유산청의 주요 업무이기도 한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복원 과 춘천 중도 레고랜드 부지 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했다. 최 전 청장은 “이미 ‘한복생활’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니 이를 확산시켜야 하고 또 풍납토성과 춘천 중도는 숙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에 힘입어 뮷즈(박물관+굿즈)가 인기를 끄는 것은 결국 그동안의 국가유산에 대한 많은 관심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 전 청장은 “글로벌 개념을 바탕으로 한 K헤리티지 상표도 등록했죠”라며 “K헤리티지가 나아갈 바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으로, 같이 이뤄나가야 할 또 다른 숙제”라고 설명했다.
최 전 청장은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춘천박물관 관장과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등을 지냈다. 2008년 모교인 동국대 교수로 임용됐다가 2019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됐다. 2022년 5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청장으로 임명돼 올해 7월까지 재임했다. 최 전 청장은 “저는 마지막 문화재청장과 첫 국가유산청장 등 청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박수를 받았다.
이번 강연에는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을 비롯해 윤재웅 총장,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과 학생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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