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상수지가 107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연속 흑자 기록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7월 수출은 597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늘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02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7월에 비해 20.6%나 증가했다.
그러나 통계 내용을 세밀히 살펴보면 불안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경상수지와 상품수지 모두 전달에 비해 되레 20% 이상 감소했다. 특히 7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였던 6월(142억 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4.4%나 줄었다. 경상수지에서 큰 폭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도 전달(131억 6000만 달러)에 비해 22.0%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경상수지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8곳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올해 5.1%에서 내년 4.4%로 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내년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4.4%로 낮췄고 JP모건은 4.9%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이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 폭의 감소 추세가 가팔라지면 우려했던 ‘수출 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 한은은 “8월부터는 미국발(發) 관세 인상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통상 환경 등 외부 요인의 변화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수출까지 둔화하면 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 미국과의 후속 관세 협상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더불어 수출 시장 다변화, 대중(對中) 경쟁 우위 품목 발굴, 내수 기반 확충 등 경제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우리 경제는 수출 활로를 넓혀 재도약하느냐 저성장 고착화 길로 들어서느냐 기로에 서 있다. 허울 좋은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안주하지 말고 민관이 ‘원팀’으로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에 적극 나서 수출에 가속도를 낼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