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심장질환과 뇌졸중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선은 ‘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키와 각종 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2015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실린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키가 152㎝인 사람은 167㎝인 사람보다 관상 동맥 심장질환(CAD) 발병 위험이 무려 32% 더 높았다. 남성 건강 클리닉 피터 포티노스 박사는 이 연구를 인용해 “키가 6.5㎝ 더 클 때마다 관상 동맥 심장질환 위험이 13% 낮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가 큰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넓은 동맥과 더 좋은 폐활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브리스톨 의대 연구진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어린 시절 키가 큰 사람일수록 성인이 됐을 때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성장기의 건강 상태가 성인 질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포티노스 박사는 키와 뇌졸중 위험의 연관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키가 2.5㎝ 더 커질 때마다 뇌졸중 발병률이 6.5% 줄었다”고 밝혔다. 또 키가 작은 사람은 제2형 당뇨병 위험도 더 컸다. 그는 학술지 당뇨병학(Diabetologia)에 실린 연구를 인용해 “키가 10㎝ 증가할 때마다 남성의 경우 제2형 당뇨병 위험은 41%, 여성은 33%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키가 작은 남성이 대머리에 더 취약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7개국 2만 2000명의 남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키가 작은 남성일수록 탈모 확률이 높았다. 포티노스 박사는 “이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호르몬과 성장 인자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며 “탈모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두피 염증이 동반될 경우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키가 큰 사람은 허리 통증에 취약했다. 그는 “키가 클수록 척추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져 만성 허리 통증이나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런던 퀸메리대 연구진은 전 세계 8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키가 클수록 심방세동(불규칙한 심장 박동)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일부 암 발생 위험도 키가 큰 사람에서 높게 나타났다. ‘방사선 종양학(The Lancet Oncology)’에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키가 큰 사람이 유방암·대장암·흑색종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베넨던 헬스의 셰릴 리스고 박사는 “키 큰 사람은 성장 인자 수치가 높고, 변화를 겪을 수 있는 세포 수도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키가 작은 여성은 난소암, 작은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
리스고 박사는 다만 “키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요인일 뿐”이라며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암 발병 위험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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