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흥행 실패로 영화 사업 철수설까지 불거졌던 CJ ENM이 박찬욱 감독 신작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8일 CJ ENM은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자사 배급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해외 판매 성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200여 개국에 선판매됐으며, 이 수익만으로 이미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적자는 면하게 된 셈이다.
어쩔수가없다는 삶에 만족하던 직장인 만수(이병헌 분)가 해고를 당한 뒤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CJ ENM은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기생충’ 등 수많은 흥행작을 배출해온 국내 대표 배급사다. 그러나 최근 부진이 이어졌다. 올해 유일하게 내놓은 ‘악마가 이사왔다’는 관객 42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인 170만 명에 크게 못 미쳤다. 배급사 순위도 최하위로 추락했다. 영화 부문은 3년째 적자를 이어가며 그룹 전체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어쩔수가없다 흥행 성적에 따라 CJ ENM 영화 사업 존폐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본다. 회사 측은 철수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매각설은 끊이지 않는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OTT 확산으로 극장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영화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OTT 월 구독료가 영화 한 편 티켓 값과 비슷해지자, 극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극장 매출은 40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2% 줄었다. 관객 수 역시 4250만 명으로 32.5% 감소했다.
CJ ENM은 2020년 이후 헤어질 결심, 공조2: 인터내셔날, 베테랑2 등 세 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국내 성적은 부진하지만 국제 영화제 성취가 한국영화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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