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독립시키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각각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금감원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향후 개편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원 신설 자체를 강하게 반대해온 터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전날 확정된 정부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직원 대상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약 400석 규모의 강당은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가득 차 약 600명의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이 수석부원장의 발언 전까지 무거운 침묵만이 흘러 긴장감을 더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행정부 안으로 결정된 조직개편안은 당정 조율을 거쳐 발표된 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앞으로 국회라는 공개적인 논의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떤 부분들이 바뀌어야 하는지 등 의견 개진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후속 조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나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소규모 간담회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설명을 드리겠다”며 “어제(7일) 결정된 것은 사실 10% 정도이고 나머지 90%가 결정돼야 한다. 이건 한 두 명이 책상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소원 신설에 따른 인력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단순 파견이 아닌 실질적으로 고용이 변경되는 것까지 고려를 해서 인력 교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인력 교류는 상호 간에 교류 인원 숫자가 맞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불균형이 심화할 것 같다”며 “(개편)시행 초기에 인력 교류를 원하는대로 다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부원장은 거듭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광의의 행정청인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설명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공공기관 재지정이나 금소원 신설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이 형식적인 구성원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결정이 됐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직원은 “직원들 입장에선 아무도 믿기 어렵고 실망감이 되게 크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수석부원장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이 정말 확정인가’라는 금감원 직원의 질문에 “공공기관 지정은 확정”이라고 답하자 장내에 깊은 탄식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에서 금감원 개편 여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 “지난 정부에서 금감원이 여러 부분에서 언론에 (강하게) 노출되면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금감원에 대해 정치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소원 신설 결정으로 최근 금감원이 가동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도 초기 목적을 상실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TF 발족은 조직개편 전이었다”며 “현재는 개편안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TF 운영 방향이 재검토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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