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떨어져 사는 20대 청년이 생계급여를 별도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시범 운영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생계급여 수급 가구의 청년이 부모와 다른 지역에서 생활할 경우 부모와는 독립된 가구로 인정해 급여를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모의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시범 사업은 인천 계양구, 대구 달서구, 강원 철원군, 전남 해남군 등 4개 지역에서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생계급여를 가구 단위로 지급하고 있다. 30세 미만 미혼 자녀는 부모와 따로 살아도 동일 가구로 간주해 급여가 부모에게만 지급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부모가 생활비를 송금하지 않으면 독립한 자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특히 취업을 위해 분가한 청년이 부모가 생계급여를 모두 써버려 생활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의 적용에서는 19세 이상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주거를 달리할 경우 본인 신청을 거쳐 급여를 분리 지급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부산에, 자녀가 서울에 거주하는 3인 가구의 경우 현행 제도에서는 160만 8113원이 부모에게만 지급됐지만, 시범 운영에서는 부모에게 125만 8451원, 자녀에게 76만 5444원이 각각 지급된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그동안 최저생활을 보장받지 못했던 일부 청년 수급자의 어려움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가족 해체나 가정폭력 등으로 별도 가구로 인정되는 현행 기준과 절차도 명확히 할 계획이다. 비수급 가구의 자녀라 하더라도 부모와 단절돼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청년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현재도 별도 가구 신청이 가능하지만 담당자 재량에 따라 판단이 엇갈려 일관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청년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실제 효과를 검증한 뒤 제도화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홀로 생계를 떠안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현장에서 청년 가구 분리 방안을 시험 적용해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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