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 부착명령 집행을 받고 있던 피고인이 ‘준수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추가 준수사항을 위반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내렸다. 기간을 정하지 않고 준수사항을 부과한 것 자체가 위법해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14일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6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4년과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받았다. 2017년 12월 16일 징역형 집행이 종료됨과 동시에 부착명령 집행이 개시됐다. 이후 지난해 검사가 법원에 전자장치부착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준수사항 추가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 금지,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 요구에 응할 것’이라는 준수사항을 추가로 부과했다.
문제는 지난해 4월 A씨가 보호관찰소 직원들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승용차를 운전해 귀가했다. 그는 음주측정을 수차례 거부하다가 결국 응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측정됐다. 보호관찰소 직원은 이 결과를 기재한 음주측정 검사 결과서를 작성했고, A씨는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전자장치 부착명령 준수사항이 적법한지 여부였다. 1·2심은 음주측정 검사 결과서를 근거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추가 준수사항은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의2 제1항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법원이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여 준수사항 중 하나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보호관찰관은 위법한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을 근거로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없다”며 “그러한 요구에 따른 음주측정 결과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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