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편집숍이 몰리며 ‘K아이웨어’의 격전지로 떠오른 서울 성수동에 세계 최초 맞춤형 안경 스마트팩토리가 들어섰다. 퍼스널 아이웨어 브랜드 브리즘은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맞춤형 아이웨어를 설계·제작·판매하는 이 공간을 앞세워 올해 국내 매출 150억 원을 달성하고, 7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안경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브리즘은 25일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를 오픈하고 올해 국내에서 맞춤형 아이웨어 약 5만 개를 판매해 연매출 15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미국에서 맞춤형 안경을 제작·주문하는 앱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현재 미국 안경 시장은 약 70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브리즘이 겨냥하고 있는 소수 인종 맞춤형 안경 시장은 약 12조 원 규모다.
브리즘은 2018년 론칭 이후, 공급자 중심이던 안경 산업에 3D 얼굴 스캐닝을 통한 맞춤형 설계, 3D 프린팅, AI 스타일 추천, 가상 현실 시착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맞춤형 안경’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8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맞춤 아이웨어 경험을 제공했다.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제품은 약 3만 개 정도다. 이에 따라 브리즘 연매출도 2023년 71억 원에서 작년 108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는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 오픈에 힘입어 연매출 150억 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브리즘 아이웨어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브리즘에 따르면 현재까지 교환·반품율은 약 1%도 되지 않는다. 브리즘은 구매 후 45일 내에는 무료 교환 및 반품 정책을 시행 중이다. 회수된 안경은 분쇄 과정을 거쳐 책갈피로 재탄생된다.
이번에 문을 연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는 지상 2층 규모의 도심형 스마트팩토리다. 1층에는 안경테 제조 공간(파운드리)과 매장, 쇼룸이 들어섰으며 2층은 사무 공간으로 조성됐다. 파운드리에는 기존 경기 안양 인덕원에 있던 폴리머 소재 안경테 생산 시설이 이전해 왔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품을 착용·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접한 파운드리에서 3D 프린터가 실시간으로 안경테를 출력하고 후처리를 거쳐 완제품이 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쇼룸에서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얼굴 3D 스캔, AI 기반 스타일 추천, 증강현실(AR) 시착을 통해 브리즘의 차별화된 맞춤 안경 구매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번 공간에는 특별한 상징성도 담겼다.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의 주요 색상인 오렌지 컬러와 컨셉은 1963년 설립된 IBM 데이터 센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IBM은 생소하던 컴퓨터 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대중에게 개방했고, 이는 ‘기술을 열어 보여주는 혁신’의 사례로 각인됐다. 브리즘 또한 아이웨어 제조 혁신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무대로 파운드리를 기획했다.
성수라는 지역적 의미도 크다. 성수는 오랜 시간 수많은 공장이 모여 있던 제조의 중심지였으나, 시간의 흐름과 도시의 변화 속에 많은 공장들이 떠나며 본래의 색을 잃어갔다. 이날 행사에서 박형진 브리즘 대표는 “브리즘은 과거 안경 제조업에서는 유래가 없던 첨단 기술을 접목해 성수로 돌아온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안경 산업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겠다”며 ‘메이드 인 성수’의 부활을 선언했다.
이어 박 대표는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아이웨어의 미래를 빚어내는 실험실이자 무대”라며 “도심 속에서 누구나 제조 혁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 내에는 총 4대의 산업용 3D 프린터가 가동 중이다. 브리즘은 3D프린터로 출력된 안경테가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성우석 브리즘 대표는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는 단 4명의 인원으로 연간 15만 장의 안경테를 생산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스마트팩토리”라며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악성 재고가 남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브리즘은 향후 ‘스마트 글래스(투명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 시장으로도 발을 넓힐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스마트 글래스 시대에 브리즘이 갖고 있는 역량이 훨씬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며 “스마트 글래스는 전자제품이라 편안함에 대한 데이터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스마트 아이웨어 시장에서 전자 분야 회사와 협업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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