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산되면 은행권에서 최대 245조 원의 요구불예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은행의 대표적인 저원가성 자금이다. 이 경우 은행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1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시장 및 기관에 가져올 변화’라는 이름의 보고서에 이같이 분석했다.
한신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제도화된 10년 이후 최대 244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하면 발행 규모만큼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재우 한신평 수석 애널리스트는 “요구불예금은 결제를 위해 이자 등을 포기하는 대신 지급결제의 편의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자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및 확산은 금융기관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저원가성 예금이 급감하게 되면 은행권의 수익성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한 요구불예금을 전액 은행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한 결과 예상되는 ROA 감소 폭은 은행이 평균 0.12%포인트,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은 0.73%포인트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자금 이탈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큰데 총조달(124조 원)의 약 27%가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은 이 비중이 11%다. 이 수석은 “요구불예금 비중이 클수록 대체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예금 기반 이탈로 인한 조달 구조 변화가 은행의 근본적인 사업 안정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석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핵심 기능인 금융 중개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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