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관련 기업 주가가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특히 전력 인프라 업종을 주목하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가 AI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 인프라, 에너지효율, 냉각 솔루션 등 보완 산업이 구조적인 성장을 보이며 주가가 꾸준하게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남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전략본부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에는 반도체 못지않게 전력 인프라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I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전력 인프라가 우선적으로 갖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오클로, 뉴스케일파워 등 미국 원자력 기업이 대표적”이라며 “이들은 이제 단순 에너지 회사가 아닌 AI 인프라 생태계 내 필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전력 외에도 AI 산업과 보완 관계에 놓인 업종들이 장기적인 성장세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버 증설뿐만 아니라 전력망 확충, 고효율 냉각 시스템, 광통신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 인프라 전반이 동시에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전력 확보와 데이터 센터 투자를 동시에 발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보완적 산업들이 구조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등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국내외 증시 전망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장기 하락 추세 진입을 말하기에는 섣부른 단계”라며 “향후 3~6개월 정도는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다만 물가 재가열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AI 기업 실적 개선세 둔화, 중국 실물경제 부진 장기화 등이 나타나면 랠리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내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도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높이 평가하며, 구체적인 비중으로는 20~30%를 제시했다. 나머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하되 중국 테크 기업도 일부 담을 것을 권고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투자자 개인이 직접 개별 종목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전문가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한국이나 미국 대비 투자 정보 접근 제한이 크다 보니 일반인 투자자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변동 장세가 걱정된다면 채권이나 금·은, 가상자산 등 대체투자 자산을 일부 담으라고 조언했다.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올해 주도주 ‘조방원(조선·방산·원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것은 반도체지만 완전한 주도주 교체 흐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정부 정책 수혜와 긍정적인 시장 환경, 탄탄한 기업 실적 등을 감안하면 완전한 교체보다는 주도·추세 동행의 형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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