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놀라서 바닥에서 팔고 고점에서 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내년 코스피 목표 5000포인트를 제시한 이은택 KB증권 이사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강세장에선 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반대"라며 강세장일수록 더 큰 조정이 자주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증시 조정에 대해 “큰 조정은 계속 있을 수 있고, 지금은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70% 가까이 오르면서 이달 3일 4221.87포인트로 고점에 도달하자마자 하락 전환해 7일 3953.76포인트까지 6.35% 내린 상태다.
앞서 이 이사는 한국 증시가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 이후 40년 만에 장기 상승 국면이 시작됐다며 내년 코스피가 5000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 달러가 약세일 때 국제 유가가 오르기 때문에 보기 힘든 저달러·저유가 조합이 재현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무리 강한 상승장도 조정 없이 올라가진 않았다”며 조정에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 주식시장에서 10% 이상 하락하는 큰 조정은 통상 연 1회 정도 발생하지만 강세장이 본격화되면 평균 연 2회로 잦아진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는 내년 미국을 중심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더 좋아질 수 있어도 주가는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꾸준히 이익을 내왔으나 닷컴 버블 때 기록했던 주가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이 이사는 “주식시장은 미래 이익을 현재 주가에 선반영하기 때문에 거품이 사라진 뒤 자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잘 포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달러 가치, 국제유가 흐름, 경기 사이클 등을 주목하고 있다.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면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된다. 이때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이 좋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좋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기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면 10% 이상 큰 조정은 매수 기회라는 의미다. 이 이사는 “조정이 발생했을 때 이익 증가 속도를 봐야 하는데 아직까진 경기 사이클이 살아있는 시기”라며 “물가 수준이 낮아 통화정책 여력이 있고, 정부 증시 정책도 준비돼 있기 때문에 강세장이 끝났다고 보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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