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그동안 해외투자에 한정된 역할을 국내투자로 넓히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내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대상에서 빠져있던 국내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금지된 KIC의 국내 투자를 허용하고 기획재정부 등 출자기관의 원화 출자금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나라 국부펀드는 자국내 전략산업에 투자해 2014년 이후 10년간 운용자산을 두배로 불렸다”면서 “KIC는 외환보유고를 운용한다는 명목으로 수비적으로 운용해왔는데 국내 전략산업에 투자를 넓혀서 산업을 육성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테마섹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법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서 자산운용을 맡기되, 해외에서 달러 등 외화표시 자산으로만 운용하도록 정해져 있다. 기재부와 한은이 주로 외환보유고 운용을 KIC에 외화표시 자산 형태로 매년 위탁해 왔으나 한국은행은 2019년 50억 달러, 기재부는 2024년 9억 9500만 달러 위탁을 끝으로 중지했다. 한은의 경우 외자운용원을 통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등 자체 운용조직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에 KIC 위탁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KIC의 운용자산은 기존 위탁 자산 안에서 해외투자에 투입하고 있으며, 일부 수익은 한은과 기재부가 회수했다. 이에 따라 KIC의 순자산가치 기준 운용규모는 2021년 2050억 달러(300조 원)에서 2022년 1693억 달러(248조 원)로 줄었고 2024년에도 2065억 달러(302조 원)에 머물고 있다. 누적 수익률은 4.75%다. 반면 강제가입 제도가 있고 투자 대상에 제한이 없는 국민연금은 매년 빠르게 운용규모를 늘리면서 1400조 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20%가까운 수익률이 예상된다. 연기금 관계자는 “2005년 KIC가 출범할 당시 국내 민간 금융투자 업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외자산에 한정해서 투자하도록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KIC는 해외투자 전문 국부펀드로 싱가포르 사례인 ‘GIC모델’을 채택했으나, 각국이 경쟁적으로 전략산업에 국부펀드를 통해 투자하면서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테마섹을 비롯해 대만의 NDF, 아랍에미레이트 무바달라 등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자국 전략산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이들 산업은 단기간 수익이 나기 어렵고 산업 생태계 전반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기업 등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KIC는 올해 국내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PEF 2곳 출자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최대 4곳까지 국내 PEF 출자를 늘릴 계획이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만 국내에서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키는 상황에서 KIC가 전략산업 육성 투자에 뛰어들면 역할이 겹치고 중복투자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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