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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젠지혁명와 유스 액티비즘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정치혁명 나선 '디지털 네이티브'

기술발달 속 전세계적 연대 조짐

韓도 성별·세대 배제 말고 화합을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지도 약 20년이 돼가는 가운데 최근 남아시아에서 촉발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젠지혁명은 장래 ‘유스 액티비즘(youth activism·청년 행동주의)’의 신호탄을 알린다. 퓨리서치센터는 ‘제너레이션 제트(Z)’를 뜻하는 ‘젠지(Gen Z)’를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특정해 1981~1996년생인 밀레니얼과 구분한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컴퓨터·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기존 시스템에 비판적이고 창의적이면서도 불안 심리가 높다. 조직이나 공동체에 속하기보다는 극히 개인화된 정향성을 갖는 이들 세대가 정치 혁명에 나섰다.

젠지혁명은 지난해 7월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정치적 기득권층 자녀들이 공공 부문에 일정 비율 자리를 얻는 쿼타제도에 반대하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1400여 명이 사망했다. 큰 희생이 뒤따르자 군부가 15년 장기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와 집권당인 아와미리그에 등을 돌려 민주화가 성공했다. 올 9월 네팔에서는 공공기관 방화 등 가장 급진적인 젠지혁명이 일어났다. 발단은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등록하게 하고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누적돼 있던 부패와 무능에 젠지의 불만이 폭발했다.

젠지 시위는 9월 하순 동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로 번졌다. 야당 의원이 시작한 시위에 젠지들이 호응하면서 평화적 시위는 격하게 전개된다. 22명이 사망하자 군부 일부가 젠지 지지로 돌아서면서 현직 대통령이 프랑스로 도망갔다. 청년 세대가 들고 일어나 세 나라에서 정권이 붕괴한 셈인데 모두 임시정부가 들어서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도화선이 된 사건들은 다르지만 누적된 부패와 불평등, 높은 실업률에 대한 분노가 배후에 있다. 여기에 더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권력층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사진이나 동영상은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정권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젠지의 불만이 정책 노선을 바꾸게 한 곳들도 있다. 9월 초 인도네시아에서는 의원 수당을 올려주는 결정이 도화선이 돼 지방의회가 불타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7명이 사망했다. 결국 정부가 정책을 철회했다. 필리핀에서는 9월 하순 홍수 방지, 수자원 관리 자금 유용 스캔들이 터지자 젠지가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이 대대적인 부패 조사를 지시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젠지혁명은 아프리카나 남미로도 넘어갔다. 모로코에서는 ‘Gen212(모로코 국제전화 코드숫자)’ 시위가 자유·존엄·사회정의를 키워드로 10월 초부터 시작됐다. 월드컵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세금을 쓰면서 병원은 부족해 산모들이 사망하자 ‘스타디움은 여기 그러나 병원은 없다’ 같은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 밖에도 케냐와 페루에서도 젠지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 젠지혁명이 일어난 나라에서는 젊은 세대의 인구 비중이 높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인구의 3분의 1에서 40%가 젠지이고, 모로코에서는 35세 이하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25세 이하 인구는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인구의 3분의 1, 아프리카 인구의 무려 60%에 이른다. 이러한 인구구조상 부패와 정책 실패에 대한 유스 액티비즘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구조에 더해 기술 변화도 청년 세대의 정치적 능동성을 돕는다. 젠지는 디스코드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전략을 배우고 있다. 자신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만화를 ‘밈’으로 공유하기도 했는데 일본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선 깃발이 연대의 상징으로 내걸리기도 했다. 이들의 후속 세대는 더 발전한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면서 국가 간 빈부 격차나 문화적 차이를 넘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에게 젠지혁명은 가난하고 부패한 개도국 스토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진국 젠지도 사회경제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제도권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서도 같다. 따라서 한국의 젠지여, 젠더 문제로 서로를 갈라치지도, ‘영포티’라고 40대 엑스(X) 세대를 배제하지도 말자. 담대하고 혁신적인 정치 참여로 한국 민주주의를 멋지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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