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내년 7500억 원 규모의 ‘유동화증권(P-CBO)’을 직접 발행한다. 이를 통해 금리와 수수료를 낮춰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다. 신보의 P-CBO 직접 발행으로 기업들은 100억 원 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금융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신보의 P-CBO 직접 발행액을 약 75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날부터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견이 없을 경우 신보는 당장 내년부터 7500억 원 규모의 P-CBO를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신보가 P-CBO를 직접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CBO는 자체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의 회사채를 한데 묶은 뒤 신보가 선순위증권에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돕는 제도다. 2000년 7월 처음 도입된 후 지금까지 P-CBO를 통해 조달된 자금만도 약 70조 원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신보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설립해 P-CBO를 발행하는 것만 가능했다. 이 경우 자산관리자·업무수탁자·주관회사 등 금융회사에 각종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또 SPC가 발행하는 P-CBO가 일반 회사채로 분류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4월 신용보증기금법이 개정되면서 신보가 자체 신탁계정을 설치해 직접 P-CBO를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금융 당국에서는 기존 SPC 방식을 활용할 때보다 약 0.5%포인트의 조달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다. P-CBO 발행 금리는 신용등급과 경기 상황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7% 수준에서 결정된다. 만약 계획대로 내년 7500억 원 규모의 신탁 방식 P-CBO가 발행될 경우 기업들은 기존 P-CBO를 활용할 때보다 연간 37억 5000만 원의 자금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전액 3년 만기로 발행된다고 하면 절감 비용은 약 112억 원까지 늘어난다. SPC를 만들 때와 달리 금융사에 주관·자산관리·업무수탁을 맡길 필요가 없어 수수료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또 일반회사채로 분류되는 SPC 방식의 P-CBO와 달리 특수채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점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신보는 SPC 방식까지 포함해 내년 총 2조 8000억 원의 P-CBO를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이 경우 올해 총발행액을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신보에 따르면 올해 1~10월 P-CBO 발행액(차환 발행 제외)은 약 2조 88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2조 6000억 원대를 기록했던 2023~2024년 규모를 상회했다. 다만 4조 원을 웃돌던 2021~2022년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2021~2022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자본시장 불안으로 P-CBO 발행 수요도 크게 늘어났던 시기”라고 전했다.
정무위는 위기대응 특례보증 대위변제 관련 예산을 기존보다 76억 원 삭감한 106억 9800만 원으로 의결했다. 위기대응 특례보증은 내수 부진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신보가 실시한 정책금융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정무위는 월별 공급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특례보증 손실(대위보증)을 메울 예산을 축소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신보는 올해 위기대응 특례보증 공급액을 3조 원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9월 말까지 공급된 액수는 1조 500억 원에 불과하다. 정무위는 신보에 이사장의 해외 출장 숙박비 특례규정에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근 최원목 신보 이사장의 해외 출장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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