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경쟁력이 높아지자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를 주목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증시에 신규 입성한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고 과거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다. 과거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치우쳤던 국내 바이오 산업은 장기간 신약 개발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같은 신사업에 도전한 결과 해외 빅파마로의 기술이전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생태계 변화를 주목한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K바이오가 본격적인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규 상장한 바이오 기업 대다수는 적게는 2배에서 높게는 4배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8월 14일 상장한 지투지바이오의 주가 상승률이 406.10%에 달하는 가운데 7월 29일 상장한 프로티나도 주가가 약 4개월 사이 372.14% 올랐다. 이 외에도 큐리오시스(11월 13일 상장, 107.50% 상승), 아이티켐(8월 7일, 73.60%), 뉴로핏(7월 25일, 66.07%)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지투지바이오·프로티나는 신약 개발 기업이고 아이티켐은 CDMO 사업이 주력이다. 큐리오시스·뉴로핏은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한다.
8월 중순 상장 이후 불과 3개월 사이 주가가 3배 이상 뛴 지투지바이오는 9월 발표한 유럽 빅파마(대형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 소식이 주요 상승 동력이 됐다. 지투지바이오는 빅파마 개발 약물의 약효 지속성을 검증하는 데 자체 기술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는데 이전에도 다수 빅파마와 R&D 계약을 체결한 이력이 주목을 받았다. 10월에는 통상 증시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무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며 이달 13일 장중 주가가 10만 원을 돌파했다. 지투지바이오의 IPO 당시 공모가는 1만 9344원이다.
최근 신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증시 입성 이후 호재성 공시를 쏟아내고 있다. 아이티켐은 코스닥 시장 입성 한 달 만인 9월 3일 신규 인수합병(M&A) 공시를 냈다. 약 70억 원을 들여 에너지·환경 설비 기업 키이엔지니어링 지분 35%를 취득하기로 했는데 나머지 65%는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경영은 아이티켐이 맡는다. 키이엔지니어링이 보유한 핵심 기술은 화학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용매(액체 상태의 탄소 기반 유기화합물)를 회수하는 것이어서 의약품 원료 CDMO가 본업인 아이티켐과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시 이후 아이티켐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최근 1~2년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IPO 때 확정이 되지 않아 알리지 못했던 소식을 상장 후 공시로 내는 경우가 있다”며 “상장 후 호재성 공시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신규 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자체가 올라갔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오 기업의 경쟁력 강화 현상은 기존 상장기업이나 비상장 스타트업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뚜렷이 포착되고 있다. 12일 글로벌 픽파마 일라이릴리와 26억 200만 달러(약 3조 8072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나 머크(MSD)에 43억 1700만 달러를 수출하는 알테오젠은 일부 사례다. 비상장기업의 약진도 이어져 항암 신약 개발 스타트업 넥스아이는 일본 오노약품공업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이전했고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일라이릴리와 공동 R&D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최근 넥스아이에 610억 원, 일리미스테라퓨틱스에 580억 원을 투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할 기업을 찾기 힘들었는데 이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윤석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바이오 기술 기업 다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임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비상장기업들도 여럿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태계 전반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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