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개봉동 개봉푸르지오 전용면적 59㎡(21층) 전세는 지난 14일 5억 원에 거래되며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다. 2년 새 5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올해 7월 4억 6500만 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넉 달 만에 3500만 원이나 올랐다.
19일 집토스에 따르면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전세가격 급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서 갭 투자가 막히며 전세 물건이 사라지고 갱신 계약까지 늘면서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결과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줄면서 매매를 고려했던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옮아간 것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내년에 더 가팔라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 급감은 전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가 입주하면 그만큼의 물량이 전세로도 공급돼 시장에 숨통을 불어넣어 줬는데 공급 부족으로 이마저도 막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8984가구로, 올해(4만 2684가구)보다 32.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의 경우 1만 2988가구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4%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연 5.1%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문제는 전세가격 급등이 월세로도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월세는 전세값에 일종의 금리인 전·월세전환율을 곱한 가격으로 결정된다. 모수인 전세 가격이 뛰면 월세 가격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월세는 올 들어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월세는 전월 대비 0.53% 오르며 2015년 7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송파구의 10월 월세는 전월 대비 무려 1.57%나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도 올해 1월 134만 3000원에서 10월 146만 원으로 10% 가까이 뛰었다. 전세 물건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데다 대출마저 안 나오는 만큼 전세계약을 원했던 임차인들이 어쩔 수 없이 반전세 등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며 월세값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전·월세전환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서울 강북 14개 구의 전·월세전환율은 4.33%를 기록해 201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전환율은 4.18%를 기록한 뒤 1년도 되지 않아 0.15%포인트나 뛰었다. 서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10월 전·월세전환율은 4.26%로, 2018년 1월 이후 가장 높고 1월 4.14%보다 0.12%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올 1월부터 지금까지 3.25%에서 2.50%로 떨어진 것과도 상반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금리 인하 흐름이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전·월세 전환율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시중 금리는 기준금리에 역행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금리 인하 중단 또는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수인 전세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금리까지 뛰면 월세가격의 상승 속도는 전세값 상승세보다 훨씬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물건이 앞으로 더 줄어드는 만큼 전월세 전환율이 월세 수요자에 더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세값 상승이 내년 이후에 더욱 확산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옮아가고, 전세 수요자는 월세 시장으로 이동했지만 전·월세 주택 공급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전·월세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상승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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