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껍질이나 콩, 식물 줄기에서 뽑아낸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인공 시냅스가 개발됐다. 사람 뇌의 시냅스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다 쓰고 나면 흙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전자폐기물 걱정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고현협 교수 연구팀은 9일 생분해성 재료만으로 만든 고성능 인공 시냅스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냅스는 뇌 속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연결 지점’이다. 앞쪽 뉴런에서 나온 신경전달물질이 뒤쪽 뉴런의 수용체에 붙으면서 전기 신호가 이어진다. 연구팀이 만든 인공 시냅스는 이 과정을 모방해, 이온이 이동하거나 머무는 방식으로 신호를 만들고 기억을 저장한다. 구조는 ‘이온 활성층–이온 결합층–이온 활성층’이 끼워진 샌드위치 형태다.
전기 자극을 주면 활성층 안에 있는 나트륨 이온이 밖으로 나와 결합층과 붙어 신호를 만든다.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일부 이온은 자리를 유지해 다음 신호의 세기를 바꾸는데, 이는 사람 뇌에서 기억이 강화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이 인공 시냅스는 사람 뇌보다도 적은 에너지로 움직인다. 사람이 사용하는 시냅스는 한 번 신호를 보낼 때 약 1~10펨토줄(10⁻¹⁵줄 규모)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번에 개발된 시냅스는 0.85펨토줄만으로 작동한다.
기억 유지 능력도 높다. 신호를 준 뒤 약 100분(5994초) 동안 장기기억 상태가 유지됐는데, 생분해성 인공 시냅스 중에서는 가장 긴 기록이다. 이는 이온이 층 사이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재료 역시 100% 자연에서 온 물질이다. 이온 결합층은 식물 줄기에서 얻은 셀룰로오스를 가공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이온 활성층은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과 콩에서 추출한 ‘구아검’을 섞은 고분자다. 이 재료들은 흙 속에서 16일이면 모두 분해된다.
연구팀은 이 인공 시냅스를 이용해 위험한 열을 감지하면 즉시 반응하는 ‘반사 로봇 손’ 시연에도 성공했다. 온도가 높아지면 이온 움직임이 활발해져 신호가 강해지는데, 이 변화가 시냅스 내부에 그대로 남는다. 이후 뜨거운 물체를 다시 잡으면, 증폭된 신호가 모터로 바로 전달돼 손이 자동으로 물체를 놓는 반사 행동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생분해성 물질은 열과 습기에 약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연구팀은 재료의 수소결합 구조를 강화해 내구성을 높였다. 고현협 교수는 “초저전력, 장기기억, 기계적 안정성, 완전 생분해성이라는 네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한 연구”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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