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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위의 비행기」 경부고속철

시속 300km의 고속으로 레일 위를 ‘날으는’ 경부고속철은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의 인적, 물적 운송 부담을 대폭 덜어줄 획기적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04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고속철은 그동안 고속 운행에 따른 안전성과
승차감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과연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열차의 느낌은 어떨지,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편집진이 직접 이 ‘레일 위의 비행기’를 타 보았다.

오는 2004년 개통될 경부고속철은 서울-부산간 421.2km의 거리를 1시간 58분만에 주파하는 '레일 위의 비행기'이다. 서울부터 부산까지의 구간을 하나의 긴 레일로 연결해 달리는 고속철의 평균 속도는 시속 237km. 초당 65.8m를 가는 셈이다. 물론 최고 속도는 300km를 훌쩍 뛰어넘어, 구간에 따라선 1초에 거의 90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기도 한다.

고속철은 일반 열차에 비해 고속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고주파 진동에 따른 시공 재료의 피로와 구조물의 공진현상으로 인한 불안정성, 터널내 공기압력의 변화로 인한 승차감 저하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 때문에 고속철도공단측은 고속주행시의 안전성과 쾌적한 승차감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환경 소음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속철에 첨단 시공 공법들이 사용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속철의 노반 시설은 이 공사와 관련해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부분들 중 하나이다. 공단측에 의하면 현재 건설 중인 고속철은 시속 350km에 20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속도와 내구성을 가지려면 상당히 정밀한 시공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첨단 공법인 PSM(Precast Span Method)이 사용되고 있다. PSM 공법은 고속철이 운행하는 철로를 지지하는 기반을 공장에서 단위 구조물로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해 와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의해 시공된 콘크리트는 1㎠당 15톤의 압력에도 거뜬하다고 한다.

산과 논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서울과 부산간 철로 중 터널이 47%, 교량이 26% 등 구조물이 총 70%가 넘어서 차창 밖의 풍경은 그다지 많이 볼 수 없다. 280km가 넘는 고속 운행 구간은 최대한 직선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부득이한 구간의 경우도 곡선의 반경이 7km를 넘도록 한다.

총 공사구간은 서울과 부산 사이의 6개 구간. 시공은 국내업체가 하고 있으나, 설계 기준과 부설공법 등 기술적인 사항은 모두 프랑스 알스톰 사가 감리를 맡고 있다. 한 번에 천 명 정도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고속철은 총 46편성(1편성은 20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12편성은 프랑스에서 제작되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 나머지 34편성은 프랑스가 기술 이전을 약속한 부분으로 현재 국내업체가 제작중이며, 올해 말에 1호가 나올 예정이다.

우리 나라의 고속철은 프랑스의 TGV보다 첨단기술이 더 많이 적용되었다. 독일이나 일본 열차의 경우, 지지대인 대차가 단순히 차체를 받들고 있지만, 경부고속철은 기다란 막대기와 같은 관절형 대차로 탈선을 해도 전복되지 않는다. 지난 98년에 발생한 독일 ICE의 사고는 이중으로 된 바퀴가 원인이었으나, 경부고속철의 바퀴는 전체가 하나로 된 일체형 구조로 파손 위험을 상당부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열차 맨 앞부분의 동력차에는‘허니캠’이라는 충격흡수장치가 달려 있어, 시속 300km로 주행 도중 700kg의 돌덩이와 부딪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제동장치의 경우, TGV는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제동과 기체의 돌출부를 이용한 공기저항제동의 2단계 제동단계를 적용하지만, 고속철은 여기에 역전류제동을 더해 모두 3중 제동을 이용한다. 역전류제동은 순간적으로 열차에 진행 방향과 반대로 향하도록 하는 역전류를 흘려 제동이 걸리게 하는 기술로, 국내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이다.

지난 99년 국내외 전문가들이 시승, 진단을 받아온 결과, 경부고속철은 다른 어느 나라의 고속철보다도 우수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도입당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던 고속철은 비용대비 효율성이 크다는 것이 공단측의 설명이다. km당 들어가는 건설비용이 지하철의 경우 약 500억원인데 비해 고속철은 380억으로 훨씬 싼 편이다. 오는 2004년 완전 개통되면 상당한 물류비용의 감소와 지역간 정보격차 해소, 기술·산업적 효과, 고속도로 이용 차량의 감소 등 부대적인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세훈 기자

완벽한 안전운행 장비
고속철의 1편성 길이는 총 388.1m. 중량은 승객 탑승 기준으로 약 750만 톤에 육박한다. 고속철의 가장 큰 특징은 레일 중간에 있는 차체 이상 감지장치와 레일온도 측정장치, 그리고 차축온도 측정장치 등 각종 첨단 안전장치. 이 장치들은 열차가 레일을 통과할 때 열차의 각 부품에 대한 온도를 자동으로 측정, 100。C가 넘게 되면 운행을 정지시킨다. 또한, 기관사가 조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기관사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지하는 졸음방지 시스템도 채택되어 있다.
현재 시험 운행 중인 열차는 모두 일괄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1~4만km의 시험운행을 걸쳐 안전성을 입증한 후, 고속철도공단측이 정식으로 인수하게 된다. 현재 시험운전 차량은 전량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움직이는 ‘정보 열차’
고속철의 좌석은 1등실 127석, 2등실 808석으로 총 935석이 있다. 지정된 좌석과는 별도로 30석이 준비되며, 1등실의 경우 열차 앞부분과 뒷부분에 각각 1량씩 배치된다. 1등실의 좌석 배치형태는 1+2 즉, 한 쪽은 1열, 다른 쪽은 2열로 배치되며, 앞뒤 좌석의 간격은 112cm이다. 2등실의 경우, 좌석은 2+2 형태로 배치되며, 앞뒤 좌석의 간격은 93cm이다.
앞좌석 뒷부분에 있는 컵 받침대는 앞사람이 움직여도 전혀 흔들리지 않도록 되어 있다. 고속철은 각종 첨단장비가 구비된 그야말로 지상위를 날아다니는 ‘정보 열차’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 물론, 팩스와 전화, 비디오, 오디오 시스템이 구비돼 열차안에서 업무를 볼 수도 있으며, 목적지의 연계 교통수단이나 관광정보, 기상정보 등을 받아볼 수도 있다.

하루 21만명 수송
하루 16시간 운행될 예정인 고속철은 출퇴근 시간에는 3분 간격, 나머지 14시간은 4분 간격으로 운행하게 된다. 오는 2004년 정식 개통이 되면 고속철의 하루 이용객은 21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공단측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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