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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룡 교수

한국과학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한국방송공사(KBS)가 후원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제 53회) 시상식이 지난 13일 과학기술부 회의실에서 김영환 과기부장관과 김정덕 과학재단 이사장, 본사 김진동 주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제 53회 수상자는 나노 백금촉매 등 극미세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다공성 실리카 물질’을 합성한 뒤 결정구조까지 규명, 국내 나노기술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유룡(유룡·48)가 선정됐다. 유교수에게는 과학기술부 장관상과 상패, 그리고 1천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나노기술 한차원 끌어올려
‘10억분의 1’의 세계.

극미세분야를 다루는 이 나노기술(NT)은 IT와 BT를 포함해 21세기의 선도기술이다. 특히 나노물질의 구조와 조성, 및 직경을 조절하는 합성기술분야는 차세대 반도체를 위시해 고효율 연료전지, 수소저장용 신소재, 정밀화학 합성용 신촉매 및 환경오염물질의 흡착분리소재 등 과학기술과 경제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선도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메조다공성 실리카(이산화규소) 물질은 직경이 2에서 30나노미터 정도되는 미세한 나노터널이 무수히 연결되어 있으며 합성조건에 따라 터널의 직경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그 터널길이에 알맞은 화학물질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 효소, DNA, 의약품을 포함한 정밀화학물질을 분리하거나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흡착제 및 분리제 등으로서의 개발가치가 높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심사위원들도 이점을 높이 평가했다. 메조다공성 실리카물질은 터널벽을 형성하고 있는 원자의 불규칙한 배열 때문에 지금까지는 단결정이 아닌 불규칙한 분말형태로 합성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네이처>지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그러나 KAIST의 유룡 교수는 메조다공성물질을 구조결정에 적합한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는데 성공, 이를 전자회절기법을 통해 그 구조를 영상화함으로써 이러한 물질의 구조를 규명해냈다.

유 교수가 일궈낸 다공성 실리카 물질로 만드는 것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백금촉매다. 백금촉매는 연료전지와 같은 차세대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한다.

작년 11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메조다공성 물질의 결정구조를 측정하는 방법에서 상당히 진보된 면을 보여주는 한편, 원자배열이 불규칙하면서도 단결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유교수의 성과논문을 커버스토리로 비중있게 게재했다. 지난 7월에는 탄소 나노파이프 신물질을 합성해 새로운 고효율 연료전지 물질로 응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논문이 소개됨으로써 국내 과학자로는 2년 연속 <네이처>지에 게재되는 획기적 성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이 메조다공성 실리카 물질의 단결정 구조를 완벽하게 규명함에 따라 앞으로 이러하 물질을 이용한 분리·흡착제와 신촉매 물질의 합성 및 새로운 첨단 나노물질의 설계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제올라이트 협회 평의원으로 선출
이런 연구성과에 힘입어 지난 7월 유 교수는 국제 제올라이트 협회 평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유 교수는 또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3차 국제 메조구조물질 학회에서 의장으로 학회를 주도할 예정이다.

유 교수의 이러한 영광 뒤에는 사실 많은 ‘설움(?)’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아무도 그의 연구에 주목하지 않은 점이나 매일 이어지는 강의와 빠듯한 연구비, 2, 3년마다 떠나가는 제자들, 심지어 가족까지도 그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열악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성과를 바라는 과학계의 풍토도 그의 설움에 한 몫을 더했다. 지난 95년엔 <네이처>지에 논문을 보냈지만 심사도 못받고 거절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럴수록 더욱 물질합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면서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유교수는 앞으로 단백질 등 고분자 유기물을 이용하는데 뛰어들 계획이다.

박세훈기자<popsc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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