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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비행기의 날개는?

만약 최신예 F-16 전투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일면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두 시간 정도 해변가에 앉아 갈매기들을 잘 관찰해보면 그런 생각에 수긍이 가기도 할 것이다. 갈매기들은 백사장 위를 낮게 날아다니면서 먹이가 있으면 쏜살같이 내려와 먹이를 물어간다. 갈매기는 백사장 전체를 유심히 관찰하며 날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백사장에 사람들이 먹다 남긴 감자라도 발견하면 순간 날개짓을 멈추고 있다가 다시 쏜살같이 내려와 먹이를 재빠르게 낚아챈 후 또다시 날개를 푸덕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지만 이 세상 어떤 비행기도 이런 동작을 해낼 수 있는 비행기는 없다. “갈매기는 일정한 속도로 비행하는 중에도 꼬리를 이용하는 법조차 없죠”. 버지니아주 햄프턴에 있는 NASA의 랭글리 리서치 센터에서 유체 공기역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배리 라조스의 말이다. “갈매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혹은 공중에서 급선회할 때를 살펴보면, 날개를 이용하여 매우 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공중에서 일정한 속도로 날고 있을 때는 날개 끝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방향을 틀죠. 갈매기의 몸에는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라고 라조스는 말하며 새삼 놀라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방향을 바꾸는 것일까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연구해 봐도 어떻게 새들이 꼬리를 이용하지 않고 그런 동작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새들이 창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항공기의 날개 모양을 바꿈으로써 비행기의 효율성과 조종성을 극적으로 증대하려는 연구 활동의 첫 열쇠다. NASA, 미 공군 및 미 국방부 산하의 DARPA(미 국방발전연구기획청)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전국의 과학자들은 현재 비행하고 있는 비행기의 모양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기술 분야를 연구, 개척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볼 때, 각각의 프로젝트는 최종적인 모양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퍼즐의 작은 조각 하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라조스는 새와 물고기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비행 효율이 가장 높은 모양의 비행기 날개를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라조스의 동료인 마크 모터는 새의 날개를 본뜬 비행기 날개를 제어하게 될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 장치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미시건주에서는 스리드하 코타라는 엔지니어가 기계적으로 날개를 퍼덕거리게 만들지 않고도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날개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레이선사(社)는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제작 중이고, NASA에서는 비행 중 약간 비틀 수 있도록 개조된 날개를 장착한 F-18에 대한 비행 시험을 실시 중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런 단편적인 연구 노력들이 언젠가는 하나로 결집되어 지금과 같이 뻣뻣하게 움직이는 비행기 날개와 보조날개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놀라운 제어 능력으로 날 수 있는 새에 보다 더 근접한 비행기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군사용으로는 최초의 지능형 무인 항공기(UAV)가 등장하게 될 것이고 20~50년쯤 후에는 오늘날 사람들이 매일 자동차를 타고 다니듯 일상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다니게 될 날도 올 것이다.

“우리는 크나큰 변화와 뭔가 거대한 연구 주제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DARPA의 몰핑 항공기 구조 프로그램 관리자인 테리 웨이샤는 말한다. 이 프로그램에 관련된 계약 총액은 거의 2천 500만 달러에 달하고, 여러 대학들과 록히드 마틴, 레이선, 넥스트젠, 그밖에 소규모 연구 그룹들과 다양한 계약을 맺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잘 가동될 것이라는 점은 알지만, 과연 실용적으로 가동될까요?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까지 얻은 것이라고는 수도 없이 많은 예쁜 사진들뿐 이거든요”.

벅 로저스가 지적하듯이, 모든 비행기들은 이미 어느 정도는 새를 원형으로 한 변종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빨리 날려면 짧고 가는 후퇴익이 있어야 하고, 느린 속도로 날려면 길고 두꺼운 날개가 필요하다. 이착륙 시에는 저속 비행을 해야 하는데, 주익전단의 슬랫과 주익후단의 플랩은 날개를 기계적으로 연장하여 더 많은 양력을 얻도록 해준다. F-14 톰캣 전투기나 F-111에 부착된 것과 같은 몇몇 날개들은 주축을 중심으로 선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착륙 시에는 곧게 뻗고 초음속 비행 시에는 후퇴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참새 날개의 미묘한 움직임에 비하면, 기계식으로 날개를 움직이는 선회식 날개는 마치 돌도끼처럼 둔탁하고 조악해 보인다. 이런 비행기 날개들은 무겁고 복잡한데다 비효율적이다.

이런 날개는 비행기의 레이더 감지 단면적만 늘릴 뿐, 고속 비행 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기계적으로 날개를 분해하지 않고도 비행기 날개의 형태를 상당량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하며, 그렇게 되면 비행기가 자유자재로 빠르거나 느리게 날 수 있고, 어떤 속도에서든 최적의 효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연료 소모량도 적고 정숙한 비행이 가능하며 보다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하고 더 빠르고 신속하게 조종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실제 참새나 갈매기와 같은 동작이 더욱 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한다. 배리 라조스는 지금 당장 엄청나게 효율이 높은 날개를 구상해내느라 애를 쓰지는 않는다. 1세기 전, 라이트 형제는 강변이나 바닷가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을 관찰하느라 수많은 시간을 보냈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자신들이 설계하고 있던 비행기 날개의 운동 메커니즘을 착안해 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라조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아무도 자연의 새들의 날개 모양을 관찰하면서 비행기 날개 설계에 이를 적용하지 않아왔다.

라조스의 실험도 아직은 자연 그대로의 형체를 모델링하여 풍동 시험용으로 제작하기에는 컴퓨터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라조스는 광조형법(STL)이라고 하는 기법을 이용, 어떠한 형태의 3차원 형상도 가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STL은 라조스가 프로그래밍한 수학적 모델에 따라 레이저가 자동으로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폴리우레탄 수지를 이용해 물리적인 형태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라조스는 사무실 바닥에 있던 나무 막대 같은 것을 들어 보여준다. 안쪽이 검은색인 길이 약 71cm 날개 모형이었다. 바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작품이다. 이 모형 날개에는 상어 등지느러미, 갈매기의 넓고 넉넉한 날개, 그리고 그 밖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낸 아이디어들이 집약되어 있었다.

이 날개모형의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길고 좁은 날개 끝으로 내려가는 형태로서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라조스는 “우리는 이를 ‘초타원 캠버형 날개’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만든 모형 중 가장 효율이 좋은 것이죠. 종래의 비행기 날개에 비해 항력 대 양력 비가 15%나 개선된 것이니까요. 15%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형체는 컴퓨터를 이용해 유체역학 모델링을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결국 수치 해석을 이용한 풍동 시험을 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그리고 라조스는 아직도 초타원 캠버형 날개가 왜 이토록 비행 효율이 좋은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최소한 이 모형을 NASA의 풍동 장치에서 만큼은 시험해볼 수 있다. 훗날 언젠가는 롤링 및 요인 제어를 위해 이 날개를 어떻게 굽히거나 비틀어야 보조날개와 방향타를 대신하게 될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날개 형태에 변화를 주는 핵심 요소가 결국 날개 주변의 공기 흐름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날개의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그냥 새와 골프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잘 관찰해보세요”라고 NASA의 몰핑 프로그램 관리자인 안나 맥그완은 말한다. 엄청난 서류와 박스들이 쌓여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맥그완은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공기역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항상 부드럽고 원활한 공기 유동을 추구하고 있죠. 하지만 새의 깃털을 보세요. 절대 부드럽지 않아요. 새가 날갯짓을 하면 공기의 유동이 불안정해져요. 문제가 되는 건,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러한 불안정성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분명히 이용할 수 있어요.” 그녀는 호일처럼 생긴 것을 보여 주었는데, 작고 얇은 원형 막이었다. 여기에 전선 두 가닥이 연결되어 있었고, 이것이 바로 합성 마이크로 제트라고 알려져 있는 것의 핵심 부품이었다.

이 호일에 전기를 통하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작은 공기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이런 호일 수백, 수천 개를 날개의 표면 근처에 내장시켜 두면 맥그완의 말대로 최적의 비행상태가 된다. “이건 정말 농담 아녜요. 이렇게 하면 공기 흐름을 제어하면서 날개가 공기 역학적으로 최적의 상태에서 움직이도록 할 수 있어요. 항력을 3% 줄이면 필요한 추력을 49%나 줄일 수 있거든요”. 연구자들은 이 마이크로 제트를 보잉 UAV의 주익전단에 내장한 다음, 비행기에 부착하여 풍동 시험을 해보았다. 이 UAV는 부익을 이용하지 않고도 성공적인 비행을 마쳤다. 맥그완은 가능성의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가령, 공기 분자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전류를 이용하여 ‘약하게 이온화된 플라즈마’로 비행기의 표면을 둘러싸면 어떻게 될까 하는 아이디어라든가, 심지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먼 훗날에는 비행기 동체와 날개 전체에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제어할 수 있는 수천 개의 작은 기류나 기포를 도포하여 공기의 흐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있다. 맥그완은 “지금 저는 매우 ‘위험한’ 기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기술에 대한 서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이런 기술을 실현한다고 해서 그게 제대로 먹힐지 믿을 수도 없죠”라며 “하지만 만약 이 기술이 제대로 통한다면 비행역사를 다시 쓰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한 플랩과 슬랫 동작에 비해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기류나 수천 개의 마이크로 제트, 그리고 물리적으로 형체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날개 기술이 개발된다 할지라도, 관련 장치들을 제어하는 모듈을 개발하는 데만도 그만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새들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날개 밑으로 부드럽게 지나가는 바람의 흐름은 어떠한 지를 모두 감지하고 있으면서 깃털과 날개를 자신의 진행 상황에 맞게 순간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을 따라할 수 있도록 날개를 만들려면, 날개의 구조가 마치 새의 피부나 뼈와 같이 되어야 하고, 센서나 제어 시스템도 마치 새처럼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두뇌나 신경과 같이 되어야 한다. 맥그완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랭글리의 소형 지능형 무인 항공기 실험실에서는 마크 모터가 무선 조종 방식의 비행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개구쟁이 어린이들이 마크 모터의 연구실에 들어오면 정말 즐거워 할 것이다. 연구실 바닥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행기 모형이 가득 쌓여 있기 때문이다.



파이 모양의 작은 비행접시에서부터 수직 이착륙 비행기 미니어처 모형까지 다종다양한 모형 비행기들이 널려 있다. 모터는 “저는 고차원적인 비행 제어 테스트베드 작업을 하고 있어요”라며 자신의 연구 분야를 소개하면서 작업대에 놓여 있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구식 육군용 폭격기 모형을 가리켰다. 이 비행기 모형은 하이테크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6피트 길이의 모형 비행기였다. 하지만 연구실의 실상은 겉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모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제대로 다듬지 않은 긴 금발의 머리카락을 보며 마치 철부지 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그는 전기공학과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는 실력자다. 그가 소개한 스티로폼으로 만든 이 모형 비행기는 조만간 그 어떤 비행기도 시도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비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모터는 “이 모형 비행기의 보조날개를 유심히 살펴보세요”라고 말했다.

보조날개를 살펴보니 길이는 1피트쯤 되었고 10군데를 절단해놓은 것이 보였다. 이 각각의 조각들은 비교적 단순하고 아직은 초창기 단계의 실험 방법을 이용한 실험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실험에서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어하고 통합해야 한다. “지금은 10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펄스제트나 기포처럼 수천, 수만 개로 늘어나서 실제 새들의 날개 깃털처럼 될 겁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 실험을 위해서는 동물의 피부 조직과 보다 더 유사한 비행기가 필요한데, 전체 동체에 걸쳐 각종 정보를 감지해내고 그 정보를 통합하여 마치 새가 날개 끝에서부터 꼬리까지 모든 깃털로 느끼고 반응하듯 한곳에는 기포, 다른 한곳에는 마이크로 제트식의 조정방식이어야 한다. 모터는 “저는 두뇌의 시냅스와도 같은 작용을 하는 자기 조직 중앙 제어 시스템을 원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생물학적인 지식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각각의 센서가 서로 다른 입력에 반응하면서 전체 데이터에 명령을 내리는 식이죠. 마치 다른 색깔이나 소리에 반응하는 우리 인간의 뇌처럼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모터의 연구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탄할만한 구상이며 이제는 뭔가 작업에 착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것이 이 10조각으로 절단된 날개와 스티로폼으로 만든 UAV다. 모터는 “올해 말쯤에는 50~100개 정도로 더 세분하여 비행시켜볼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NASA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초타원 캠버형 날개와 마이크로 제트의 세계에 흠뻑 빠진 느낌이었다. 사실 이들 기술은 비행과는 거리가 먼 기술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자유자재로 굽혀지고 플랩과 슬랫 동작 없이 모양을 바꾸는 날개를 간단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근본적인 장애물은 고전적인 캐치-22에 관련된 문제다. 비행중인 비행기에 작용하는 높은 부하에 견디려면, 날개가 충분히 단단하고 강해야 한다. 하지만 모양을 바꾸려면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상황에 맞는 적응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F-16의 날개는 정상 비행 중에는 2만 5천 파운드의 힘을 지탱하고 9G 중력의 회전 시에는 최고 25만 파운드까지 견딘다.

“이건 250노트의 속도에서 플랩 동작을 할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높은 동적 압력 하에서 500노트의 속도로 이 동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DARPA의 테리 웨이샤는 말한다. “만약 일반 비행기가 그런 동작을 하면 부익이 바로 찢겨져 나가겠죠”.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주 튼튼한 비행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행기가 너무 무거워져 날기도 힘들 것이다.

미 공군연구소에서 1980년대에 수많은 힌지 포인트와 기계 작동식 액추에이터를 가진 풀 스케일의 적응형 유리 섬유 날개를 F-111에 장착하여 실험했을 때 바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풍동 내에서만 실험할 때는 효율이 높은 것으로 증명되긴 했지만, 이를 실용화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구조가 복잡했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 소형 모터들을 탑재하고 전체 중량이 거의 대형 차량 5대에 맞먹는 무게를 지탱하기에 충분히 단단하고 강한 날개를 쉽게 굽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바로 스리드하 코타가 해결했다. 인도의 하이드라바드 출신으로서 키가 크고 깡마른 체구의 코타는 미시건 대학 공학부 교수이자 플렉시스라는 회사의 사장이다. 코타의 전공은 적응형 시스템 및 메커니즘 설계로 알려진 미지의 엔지니어링 과학이다. 특이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타는 비행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앤아버에서 직원 4명으로 꾸려가고 있는 그의 회사에 있는 빈 사무실에서 어느 날 아침 코타는 일종의 사각형 멧새처럼 생겼고 크기도 다양한 얇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이루어진 물건을 하나 필자에게 건네주면서 “이걸 한번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것은 기다라며 마치 벽돌처럼 단단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한쪽 끝을 부드럽게 움켜쥐자 다른 쪽 끝이 아래로 눌리면서 손가락을 강력하게 죄었다. 분명히 단단한 플라스틱 조각을 밀링 가공하고 부수거나 마모가 될만한 힌지도 없고 조립품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처럼 강하지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유연성도 갖추고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 구성 요소의 최적의 두께, 개수 및 상호 관계는 컴퓨터가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알아낸다. 이 샘플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티타늄이나 강철 등 그 어떤 재료로도 만들 수가 있다.

크기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어 성냥갑처럼 작게 만들 수도 있고 자동차 크기로 만들 수도 있다. 입력의 크기를 증폭시켜주는 구조물을 원한다면 바로 이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한쪽 끝에 1온스의 압력을 주는 것만으로 다른 쪽 끝에는 1파운드의 압력이 걸리도록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컴퓨터에 수치만 입력하면 끝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이런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것이 바로 적응형 시스템이다. 코타는 “사실 완전히 수학적인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 알고리즘을 보면 성능 문제를 해결하고, 토폴로지 특성으로부터 기능을 발휘하는 구조물을 만들고, 결점이 없는 크기와 형체를 만들어내는 등의 작업에 최적의 방법을 알 수 있으므로 보다 신뢰성 있게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코 시행착오 방식으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1990년대 초반, 코타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응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코타는 이렇게 말한다. “모양이 조금만 변하는데도 뭔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비행기 날개를 생각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게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1994년에 코타는 어렵게 용기를 내 미 공군연구소 측과 협의했다. 공군 측에서는 최소한의 관심은 보였지만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코타의 연구 성과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완만한 테이퍼 면을 따라 끝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3×3피트 크기의 비행기 날개 한 조각. ”한번 눌러 보세요“라고 코타가 말했고, 필자는 그렇게 해보았다. 얇은 주익후단을 잡고서 온 힘을 다해 아래로 눌러 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이제 이걸 보세요“라고 코타가 말했다.

그의 동료 조엘 헤트릭(원래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플렉시스의 부사장임)이 랩탑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했다. 뭔가를 가는 듯한 무딘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주익후단이 보조날개의 동작을 흉내 내듯 위아래로 우아한 자태로 굽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비틀리면서 주익후단의 왼쪽 끝이 아래로 굽어지고 오른쪽 위로 비틀렸다. 날개가 필자의 눈앞에서 모양이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힌지가 마모되지도 않았고 공기 흐름을 방해할 틈도 없고 편향 레이더 파동도 없었는데 말이다.

미 공군은 현재 F-16의 주익전단 부익 작동에 이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F-16의 스톡 액추에이터가 작동하는 동안 이 부익은 최대 적재 하중 상태에서 0~18°각도로 기울어야 했으며, 코타가 바로 그 일을 해낸 것이다. 그것도 동력은 4.4%, 중량은 7%밖에 늘리지 않고서도 말이다. “액추에이터나 날개 모양을 바꿀 수 있으면 중량도 덜 나가고 더 적은 동력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코타는 말한다. DARPA와 공군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면서 플렉시스는 록히드 마틴에 납품할 UAV용 부익을 설계하고 있고, 나아가 압전 작동 방식의 소형 티타늄 구조를 이용해 1초에 300번 진동시켜 날개 위로 지나가는 공기 유동도 개선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쯤이나 코타의 적응형 시스템이나 라조스의 초타원 캠버형 날개가 실제로 비행기에 적용될 수 있을까? 또한 언제쯤이나 이 모든 연구가 그저 환상이나 풍동 실험 수준을 뛰어넘어 실제 비행기 모델링에 결합되어 비행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연구가 완료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라조스는 말한다. ”군사용 UAV에 이 기술들이 실제로 응용되는 데만도 족히 10년은 걸릴 것이고, 상용 항공기에 탑재되려면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쯤은 걸릴 겁니다“. 라조스는 우아한 곡선이 특징적인 작은 플라스틱 날개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이 기술들은 아직 연구 조사를 많이 해야 하는 개념일 뿐입니다“.

하지만 DARPA에서 근무하는 테리 웨이샤로부터 퍼듀 대학 시절 지도를 받았던 안나 맥그완은 이 기술이 비록 초창기에 불과하긴 하지만 라조스의 예상보다는 빠른 시점에 실용화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우리는 DARPA와 함께 매우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익 상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 개발 중인 기술이 실용화되어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훗날에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겁니다“라고 맥그완은 말했다.

칼 호프만은 워싱턴 D.C.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저술가로서 지난 6월호에 항공술의 선구자인 폴 맥크레디에 대한 기사를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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