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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리스트’ 심리 모델링

잘 생긴 바람둥이 프랑코가 비올라라는 여자네 집 문간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며 오늘밤은 운이 좋기를 기대하며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문이 열리고 프랑코가 몸을 굽혀 비올라에게 키스를 하자 정말로 그녀가 그를 반갑게 맞아들인다. 문안으로 거의 튀듯이 들어가는 그의 작고 우스꽝스러운 발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장면이 컴퓨터 화면에서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며 남자와 여자들이 자유 의지로 움직이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컴퓨터 게임을 창조한 신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스 게임에서는 프랑코와 비올라가 서로 낭만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로 합성한 총각과 그의 동료들에게 어느 정도 독립적인 사고 기능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약 2천만 명의 심스 플레이어들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컴퓨터 게임이 시판되기 시작한 후 각자의 컴퓨터에 3억개에 달하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새 게임 심스 2는 디지털 부모의 특성을 공유하는 심 베이비의 도입으로 디지털 인구가 폭발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프로그램일 뿐이지만 캐릭터를 창조하고 자유의지를 부여한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기발하고도 단순한 방식은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망을 이용한다. 심스 게임에서는 스토리의 대부분이 플레이어의 상상대로 펼쳐진다고 심스 개발자인 윌 라이트는 말한다.

심스 캐릭터들은 그림 기호와 혼성어로 얘기하고 플레이어들이 무의식적으로 캐릭터들간의 상호작용에서 빠진 세세한 내용을 채워 넣으며 감정과 동기 세계관을 픽셀로 표현한다. “일본 정원처럼 이런 접근 방식은 모델 캐릭터가 실제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플레이어들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완성됩니다”라고 라이트가 말한다. “모델”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심스 게임은 단순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일종의 가상 세계이기 때문이다.

휴먼 드라마를 묘사
하지만 이런 컴퓨터 게임은 매우 강력하고 사람들이 휴먼 드라마를 묘사해 지켜보고자 하는 욕망도 강렬하다.이제 문간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바람둥이 프랑코가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생각해 보자. “여기는 파키스탄입니다”라고 수천 개의 컬러 사각형들로 채워진 컴퓨터 화면상의 그리드를 가르치며 펜실베니아 대학 정치학 교수인 이안 루스틱이 말한다. 각 사각형은 파키스탄의 불안정한 사회 구조에서 30가지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 중 같은 견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가상으로 묶은 그룹을 나타낸다.

루스틱의 컴퓨터 모델은 심 정치학이라고 할 만한 진지한 게임이다. 여기에서 사각형은 심스 게임에 등장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 인물들에 해당한다. 이 게임에서 파키스탄의 관료들은 자줏빛으로 북동쪽에 있는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한 도심 지역에 몰려 있다. 군인은 노란색, 급진 회교주의자들은 쑥색이다.

파키스탄의 핵무기들은 보이지 않지만 한두 개가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폭탄의 위치가 물방울 무늬로 표시된다. 루스틱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양한 정치적 이익 집단들의 행동이 핵무기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루스틱이 키를 누르자 화면상의 그리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깜빡이다가 색깔이 변하는 사각형들이 있는 반면 다른 사각형들은 원래의 색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편을 바꾸면서 자신들이 믿을 수 있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화면상의 색깔이 바뀐다.

가상 핵 분쟁 발생
처음에는 색상 패턴들이 느리게 바뀌어 뚜렷하게 식별할 만한 순서가 없다. 비슷한 색깔들끼리 모이고 흩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핵폭발로 인한 오염을 나타내는 물방울 무늬 사각형들이 나타나 지도상에서 불길하게 퍼지기 시작하더니 다른 사각형들을 모두 휘감아버린다. 가상 핵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루스틱의 모델에 따르면 이것은 파키스탄이 군사정부로부터 민간정부로 바뀌는 수개월 동안의 과정에서 이 국가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권 교체는 미국의 정책적 후원하에 이루어져 온 것이다.

여기 묘사된 상황에서 불안한 편가르기와 관료들간의 내분으로 정권교체에 지장이 초래되고 핵시설 보호가 취약해지며 잠재적인 적의 수중에 넘어간 핵폭탄들이 되돌아 와 특별한 이익단체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동안 군사정권에서 민간정권으로의 교체로 전쟁이나 핵폭발이 발생할 확률이 최소 50%였다”고 루스틱은 말한다. “시뮬레이션을 지켜보는 동안 우려가 되는 것은 회교 근본주의자들이 아니라 민간정권으로의 교체였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목숨을 노린 암살 시도가 2003년 말경에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차치하고 강력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가상 파키스탄은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이라는 프로그래밍 원리의 일부인데, 이 방식의 열렬한 옹호자들 중에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잠시동안 국무성 중동지역 분석가로 일했고 이 지역의 분쟁에 관해 저명한 저서들을 집필한 루스틱도 포함되어 있다. 루스틱은 가상 파키스탄에서 뿐만 아니라 이집트나 요르단과 유사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매우 복잡한 가상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대형 사건이 발발하는 모의실험들을 수백 차례 시행해왔다. 루스틱은 이 모델들을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춘 국방성과 정보기관의 정책 결정권자들과 공유한다.

21세기형 전쟁 분석툴 필요
국방성에서는 낡은 전쟁 분석 모델을 대체할 21세기형 분석툴을 필요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모델은 컴퓨터 성능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차원적이어서 문화적 측면이 거의 반영이 안 되는 데다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알 카에다와 스마트 폭탄, 프레데터와 생화학 테러 같은 소위 비대칭전에 대처할 전략구상에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국방성에서는 루스틱과 다른 사람들이 개발한 에이전트 기반 모델들이 전략 게임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결정하기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심스 캐릭터들에게 부여한 현실이 대부분 플레이어들의 상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윌 라이트의 설명을 생각해 보자.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경우에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이 필요하고, 심 정치학 같은 모델의 프로그램을 짜려면 당연히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질적인 문화와 정치 체계 같은 미묘한 모델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빠른 속도의 현실 세계 변화
루스틱의 파키스탄은 그가 중동에 체류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구성한 것이다. 그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을 프로그램한 다음 자신의 경험과 연구, 그리고 어느 정도 선입관을 반영한 상태로 모델에 삽입했다. 국방성 외부의 비판적인 사람들은 루스틱과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알지도 못하는 개인이나 문화를 단순화해 시뮬레이션 했다고 주장한다.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찬성론자들 조차도 엄청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인정한다. “이 가상 정치 모델들은 미래에 군에서 사용할 시뮬레이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미 육군 모델 및 시뮬레이션부 부소장인 조지 스톤 중령이 말한다.“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의 행동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한 가지 문제는 현실 세계의 변화 속도가 프로그래머가 소화하기에 벅찰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다. “이라크에서 진행중인 사태를 지켜보면서 즉시 적의 전술을 배우고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군의 전략을 수정해야만 합니다”라고 스톤이 말한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적이 새로운 전술을 펴 아군이 그에 대응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불확실성을 프로그램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에이전트 기반 모델에서는 각 캐릭터나 에이전트에게 몇 가지 간략한 행동 규칙이 주어지는데, 이것들은 해당 캐릭터에게 부여되었던 신념과 목표에 기반을 둔다.
한 에이전트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자신과 같은 한 명이나 백 명, 또는 천 명을 대표한다. 에이전트가 활동하는 세계는 “인공생명 환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이전트의 ‘인공생명 환경’
핵심은 해당 지역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 관심을 적절히 모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다양한 습성을 갖춘 에이전트를 생성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군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에서는 각 에이전트의 심리학적 프로필들이 연구와 현장 자료, 정치계내 여러 분파들의 동기와 주장들을 연구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성된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모의 상황에서 에이전트는 미국의 폭격으로 아들이 죽은 아프간 아버지의 역할을 하도록 프로그램된다. 실제 인물처럼 이 심스 캐릭터는 복잡한 특성을 갖고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을 뿐 아니라 건실한 회교도이고 마을 의회의 의원이며 불만에 찬 온건파 율법학자의 추종자였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다양한 성격을 보여준다. 비통에 잠긴 아버지, 평화로운 마을의 지도자, 보다 급진적인 율법학자의 추종자이면서 세상에 내보여지는 그의 성격은 그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갖는지, 그의 다양한 아이덴티티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보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치사회적 사건들이 그의 세계를 형성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핵심은 판단과 행동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특정 정체성들이 다른 정체성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 에이전트가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다른 에이전트들과 맞닥뜨리면 현재의 정체성을 유지할지 다른 정체성으로 바꿀지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집에 머무를지 탈레반에 가입할지 결정하는 것과 같다.

전투서 승리할 비율은 50%
“이런 프로그래밍의 비법은 각 캐릭터가 누구인지 기본 구조를 설정한 다음 이들이 활동을 시작하도록 하는 겁니다”라고 미 해군 대학원 모델링, 가상 환경 및 시뮬레이션 연구소(Moves) 소장인 마이클 지다가 말한다.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캐릭터들끼리 상호작용을 하면서 미래를 구성하는데 때론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를 펼쳐 보이기도 합니다.”GI 에이전트는 Moves의 지다 팀의 한 팀원이 설계한 모델로 전혀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청군과 홍군이 정면대결을 하는 것이다. 변수들은 정신 뿐만 아니라 신체도 대변한다. 각 병사들마다 무기 다루는 숙련도와 가지고 다닐 무기의 종류, 신체상의 힘과 자립적 또는 과잉방어적 특성과 같은 개인적 특성, 그리고 적을 제압하려는 의지가 프로그램상으로 사전에 설정되어 있다. 한 실험에서 GI 에이전트 설계자인 조엘 폴로스키 대령과 그의 동료 프로그래머들은 9명의 저격수를 분대원이 10명씩인 청군의 9개 분대에 골고루 배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려 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프로그래머들은 9명의 저격수들을 별도의 열 번째 분대로 편성했다. 그 결과 참담하게도 청군이 전투에서 승리한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이 이번에는 9명의 저격수들을 분대당 한 명 꼴로 배치했더니 승율이 96%로 높아졌다. 왜 그럴까? 각 분대 내에서 저격수들은 첨병 역할을 하면서 작전이 시작될 즈음 주요 위치의 적을 제거함으로써 주위의 동료들을 보호했던 것이다.
동료들에 비해 월등한 장비를 갖춘 저격수들이 더 멀리까지 살피고 부대 지휘관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부대내 교신 상태도 향상되었다.

무질서한 패턴에서 출발
“실제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부 에이전트들은 다른 에이전트들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힘이 최고 상태에 이르렀을 경우 주변의 에이전트들을 압도하거나 최소한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지다가 말한다.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은 복잡한 시스템의 구조가 외관상 우연으로 보이는 개별 사건들의 상호작용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복잡한 이론의 산물이다. 개미의 집단적 행동이나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 선택 방식 같은 복잡한 패턴들은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상향식 분석은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에이전트들의 보이지 않는 작은 상호작용들로부터 시작해 특정 지역이 정치적으로 다른 지역이나 국가, 국제 사회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파악한다. 하지만 이 분석법은 범인 색출 뿐만 아니라 다른 응용 분야도 많다. 일례로 복잡계 이론가들은 고속도로상의 차량 흐름을 도로 위 운전자 수천 명의 제동 습관이나 앞차 바로 뛰쫓기, 다른 차 구경하기, 난폭운전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모델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그룹이나 시스템의 행동은 미리 조직되거나 결정된 게 아니라 개개인 모두의 집합적인 상호작용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라고 에릭 보나뷰는 말한다. 그는 여러 회사들에 에이전트 기반 모델들을 설계해주는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소재 이코시스템의 회장겸 수석 과학자이다. “에이전트 기반 모델이 제시하는 솔루션들은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예전에 예상치 못했던 것들입니다.” 질문하지도 않은 물음에 대해 그가 친절하게 대답한다.
집합적인 상호작용서 비롯
인종차별의 위험성에 관한 연구로 최초의 에이전트 기반 모델이 탄생했다. 1960년대 말 하바드 대학의 저명한 경제학 교수 토마스 쉘링이 개발한 이 모델은 컴퓨터 없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거의 보드게임 수준이었다. 쉘링은 인종별로 구분된 이웃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피부색과 다른 이웃과는 함께 살기 싫어하는 인종차별주의 이외의 무언가가 이웃간의 명확한 색상 구분 현상 이면에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쉘링은 흑인과 백인을 나타내는 동전들을 무작위로 뿌린 후 그리드를 작성했다. 그는 간단한 규칙을 사용했다. 각 동전은 이웃한 동전들 중 1/3 이상이 같은 종류이면 행복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어떤 사람이 자기집에 가까이 사는 이웃들 중 최소 1/3이 같은 피부색이면 참고 살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 정도 이웃이면 인종차별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쉘링이 최소한의 이웃 구성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불행한” 동전들을 움직이는 가운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인종차별이 없던 그리드가 인종차별 지역에 금방 자리를 뺏기는 것이었다. 변수가 한 개 뿐인 단순 에이전트 기반 모델을 바탕으로 쉘링은 중요한 요점을 보여주었다.

통합 수준을 약간 조정했더니 이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군집현상이 발생했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쉘링의 대답은 복잡계 이론의 핵심 원리가 되었다. 그는 “개별적인 선택들이 상호작용하면 개개인의 의도와는 거의 관계없이 집합적 특성을 띤 복잡계가 된다”고 1969년 한 논문에서 밝혔다. 이 모델의 결과는 그 이후 좀 더 큰 규모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테스트되었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긍정적인 생각도 견고하고 상쇄적인 패턴이나 힘을 생성해내는 작은 요인들에 의해 좌절될 수 있다.



군집동물의 집단행동서 얻은 영감
1984년 생물과 무생물이 어떤 작용을 통해 복잡한 규칙을 형성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산타페 연구소(SFI)가 설립되었다. SFI에서 나온 획기적인 결과들 중에는 인공 생명 분야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크리스토퍼 랭튼의 연구가 있다.
랭튼이 개발한 스웜이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벌이나 새와 같은 군집 동물들의 집단적 행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스웜의 우수한 성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핵분열 연쇄반응과 열대우림 생태계, 투자가의 종목 선택 전략을 모델링하는 데 사용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심스 개발자인 윌 라이트는 90년대초 초기 게임들을 개발할 당시 SFI를 자주 들락거렸는데 이때 개발된 게임중에는 개미떼의 문제 해결 행위를 복제해 만든 심 앤트도 포함되어 있다. “저는 SFI에서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가 깨달았습니다”라고 라이트는 말한다. “세포내에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에 대해서는 알아도 그 안에서 진행되는 심리학적 현상, 즉 개성과 행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에이전트들끼리 상호작용을 할 때에는 이런 과정이 눈에 띕니다.”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업계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에 손을 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퍼마켓 진열대에서 포도주를 어디에 놓을지와 같은 일상적 결정은 상점에 들어온 손님들의 구매패턴을 비디오로 촬영후 분석한 자료에 기반해 이루어진다.

1백가지 심 천연두 시나리오
의학 연구도 모델링 덕을 본다. 2002년의 생물테러 공격 모델에서는 과거 천연두 발병 자료를 이용해 백신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서로 다른 100가지 심 천연두 시나리오에서 사망자 수를 87퍼센트 감소시켰다. “인간이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문제들을 컴퓨터는 별 어려움 없이 해결합니다”라고 로버트 액셀로드는 말한다. 미시간 대학 정치학자인 그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을 이용해 20년이 넘게 인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왔다.

국방성에서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존의 전쟁 게임이 확률 연구와 통계치 분석에 기반을 둔 채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적국이 소련이었을 경우에는 이 모델만으로도 충분했다. 미 정보국 자료를 이용해 연구원들은 소련의 행동과 미국의 반응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예측한 반면(“니키타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는 이렇게 한다”는 식으로) 군사 전략가들은 이 게임들을 이용해 전쟁지역에서의 전술을 평가했다.

적대국간의 확실한 파멸을 자초하는 이 끔찍하고 대칭적인 개념에는 두 강대국간의 안정과 예측가능성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었지만 해당 지역내의 요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칭적인 위협이 발생할 경우 기존의 전쟁 게임은 무용지물이 된다. 9월 11일 19명의 비행기 납치범들이 달성한 결과를 생각해 보자.

테러리스트 성격 프로그래밍
이 비행기 납치범들은 1980년대에 소련이 몰락해 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반군을 무장시킨 부작용으로 생겨난 조직원들이다. 새로운 위협들은 미국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파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심 정치학 게임이 유용하다고 에이전트 기반 모델 주창자들은 말한다. 국방성에서는 미국이 테러범들의 행동을 보다 잘 에측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 기반 “인식 모듈”을 내장한 대규모 전쟁 게임 OneSAF 개발비로 1억 달러를 조성했다.

내년에 실전 테스트를 하게 될 OneSAF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테러리스트들의 성격 프로그래밍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심 게임에 등장할 알 카에다 에이전트는 특이한 방식으로 생성되고 있다. 모브스(Moves)의 개발팀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대악당의 이름을 딴 이아고라는 코드명의 모델 역할을 할 다양한 컴퓨터 캐릭터들을 생성해 테러리스트들의 생각과 행동을 모델링하고 있다. “이아고는 파괴공작원입니다”라고 10년 전 심스 게임 개발자로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에 입문한 후 미 해군대학원에서 교편을 잡은 모브 소장 존 힐스가 말한다. “그는 한 게임은 물론 자기 주변의 세계를 완전히 파괴합니다.”

실제 범죄자를 본따 만든다
이아고 프로그래머들의 야심찬 목표는 힐스가 사고의 배후 활동이라고 한 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게임의 캐릭터들은 “실제 수감중인 범죄자들을 본따 만들어지는데, 이들 중 일부는 테러리스트이고 모두가 매우 위험한 인물들로 범죄 관련 이력이나 질 나쁜 과거사를 갖고 있다. 전형적인 이아고식 악당은 아동학대를 당하고 삼촌에게서 무기 사용법을 배우며, 강도짓을 하고, 편집증에 세상이 너무 좁아터졌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어떻게 불안정한 지역에서 폭력과 복수, 범죄 행위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그들의 사고 과정을 한 단계씩 지켜보고 싶습니다”라고 힐스가 말한다.

힐스는 이아고 창조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자신과 동료들이 기존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습득하는 인지과정을 보여주는 에이전트들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지다는 힐스와 그의 팀이 머지 않아 복잡한 테러리스트들의 시나리오를 시험해 보는데 유용한똑똑하고 악독한 에이전트 팀을 창조해내리라고 낙관한다.

가상 아랍국가 시뮬레이션
한편 민간정부로의 이행이 대실패로 끝나면서 핵무기들이 엉뚱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가상 파키스탄의 창조자는 잘 설계된 컴퓨터 모델 덕분에 가상 셰익스피어가 코딩 작업을 굳이 하지 않아도 악당이나 심각한 사태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안 루스틱은 매우 복잡한 에이전트 기반 모델을 만들어냈는데, 그는 이 모델을 중동 정치 또는 MEP라고 부른다. 미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반독재주의적 정권 통치하의 중동 국가를 떠올려 보자.

이집트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몇몇 다른 국가들이 떠오른다. MEP에는 루스틱이 심어 놓은 2천500명의 에이전트들이 있고, 국경이 허술한 탓에 이 에이전트들은 그 지역에서 활동중인 8천500명 이상의 에이전트들이 들락거릴 수 있다. 이곳은 세속적인 독재자들과 범아랍주의자들, 온건주의자들과 근본주의자들이 급진적인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들, 테러리스트 동조 세력과 친미주의자들과 뒤섞여 살고 있는 복잡한 세계이다.가상 아랍국가를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루스틱은 중동에서 미국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지에 관해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루스틱의 모델은 다양한 폭력과 소요 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가상의 중동 국가를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을지,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이 지역 정권 지도자들의 탄압이 효과적일지 여부를 조사한다. 그런데 이 시뮬레이션에서 결정적 순간이 발생한다.
이스라엘과 주변 팔레스타인간의 무력 충돌이 발발해 안정적이지만 탄압적인 정부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지지가 약해지는 것이다.

미국이 개입해야할 시기 결정
루스틱의 시뮬레이션은 억압을 통해 불안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지만 미국의 외교 정책이 수반될 때 효과가 더 높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런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는 미국의 개입이 촉매제나 억제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좋은 교훈인 셈입니다. 아랍 지역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존재가 아니라 미국이 개입하는 방식입니다”라고 루스틱이 말한다.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이 볼 때 심 정치학 게임으로 다가올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전히 프로그래머들의 오만에 불과하다. 이 게임에서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낯선 문화적 요소들이 코드화되고, 개인이나 그룹은 에이전트화 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또 이 모델을 통해 정책입안자들이 충분히 참고할 만한 정확한 결과가 생성된다고 가정한다.

“우선 에이전트에 심어진 정체성이 왜 옳다고 믿어야 하죠? 설령 옳다고 하더라도 다른 성향의 에이전트와 접촉했다고 해서 왜 갑자기 예측했던 대로 정체성이 변화된다고 믿어야 하나요?” 스탠포드 대학 정치학 교수이자 국제 분쟁 전문가인 제임스 페론이 말한다. 페론은 질병의 확산 같은 사건을 모델화 하는 데에는 시뮬레이션이 유용하지만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믿는다. “엄청나게 많은 입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모델과 에이전트에게 입력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심스러운 정보가 나오게 됩니다.”

미국서 구테타가 일어날 횟수
심스 창시자인 라이트는 복잡한 통계의 비가역적 특성에 대해 언급한다. 시스템에 변화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 하부의 작용과 사건들을 모두 예측하면서 동시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최상단의 사건들만을 문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오스는 우리 모델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라이트가 말한다. “시스템의 규모를 점차 늘릴수록 더 큰 트렌드들을 모델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반적인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1천번의 모델링 중 미국에서 구테타가 일어날 횟수는 얼마나 될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저항군이 다음달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판단하려면 수천 가지의 세부적인 지역적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것들은 변화가 심하고 모델화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심스 플레이어들이 “이 모델이 실제보다 더 정교하다는 인상”을 받는 것은 사업적으로도 좋은 일이지만 심 정치학은 정반대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실제 생사가 걸려 있는 심 전쟁 게임에서는 군에 가담한 플레이어들이 빠진 부분을 채워 넣을 만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교하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습니다”라고 라이트가 말한다. 루스틱은 연구를 치밀하게 했다며 자신의 접근 방식을 옹호한다.

정보 장교와 마찬가지로 그는 다양한 범위의 정보원으로부터 마이크로, 매크로, 메타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는 지역의 신문 보도나 인종 및 정치 연구 논문은 물론 해당 국가에 관해 그 나라 사람이 쓴 소설도 이용한다. 에이전트들의 아이덴티티를 코드화 한 후 프로그래머들은 테스트를 통해 이미 존재하는 상황을 재현하는지 알아본다. “‘도시에 사는 푸쉬턴 주민들 중 엘리트 계층은 몇 퍼센트나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 컴퓨터에서 제시한 대답이 모델 구축에 사용하지 않은 다른 자료와 일치하면서 가상 파키스탄 모델을 사용할 준비가 되었습니다”라고 루스틱이 말한다. 하지만 이 모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마도 비평가들일 것이다. 모델은 결코 확실한 것이 아니라고 모브스의 마이클 지다가 말한다.

“에이전트 기반 모델들에서는 잠재적인 결과만 발생될 뿐 확실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경험상의 정보와 결단력으로 어떤 결과치를 가장 신뢰할지 판단하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의 몫입니다. 정치는 분석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복잡한 분쟁을 모델화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컴퓨터화된 수정 구슬이 아니라 승률 산출기와 흡사하다.마지막 게임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간편한 지정학적 예측기 같은 것이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국이 위험한 지역에서 모험을 감행할 때 미리 모델을 통해 예측해보던 오래된 관습이 변형된 것일 뿐이다.

오래된 보드 게임 리스크(Risk)가 국방성의 지원으로 심스 게임과 만나면서 가상 빈 라덴이 가상 세계의 현관문에서 노크를 하고 있다.

PC용 인공지능

새 게임 페이블 앤드 심스 2에서는 에이전트 기반 플레이 기능이 한층 더 향상되었다.

새 게임 2종의 그래픽 이면을 들여다 보면 국방성에서 후원하는 전쟁 게임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인공지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04년 봄 50달러에 발매될 예정인 심스 2에서는 플레이어가 컴퓨터상에서 생성된 다른 사람들이나 사물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상 인간의 삶을 관리한다. 심스 2는 대히트작인 원작의 진화된 버전이다. 캐릭터들의 주변 상황 인식력이 향상돼 누가 방에 들어오면 고개를 돌려 쳐다보기도 하고 딴짓을 하다가 기차를 놓치기도 한다.

“마치 인간 핀볼 기계와 같죠”라고 개발자인 윌 라이트가 말한다. “캐릭터들은 공인 셈이죠. 각 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대강 예측을 할 수는 있지만 매번 범퍼로부터 어떻게 반사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심스 캐릭터가 행동을 할 때마다 이 게임의 엔진은 캐릭터의 모드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계산한다. 캐릭터가 배가 고파 요리를 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전반적인 행복 지수가 높아진다. 만약 과거에 요리를 했던 적이 있으면 그 기술을 적용해 즐거움이 더욱 증가된다. 또다른 개선 사항으로 아이들이 있다. 이전 심스 게임에서는 따듯한 욕조에서 남녀가 껴안고 사랑을 나눌 수는 있었지만 아기를 갖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 모습이나 성격상의 특징을 닮을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이 두 가지가 진화한다.

올해 말에 출시될 페이블은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으로 플레이어들이 숙녀들과 도적들이 가득한 마을들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설계자인 피터 몰리눅스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보이지 않은 사건이 펼쳐지도록 게임을 설계해 흥미를 높였다. 도토리를 심어서 나무가 자란다든지 남자를 죽여 아들이 복수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 결과 플레이어는 세상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됩니다”라고 몰리눅스는 말한다. “캐릭터들이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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