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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만큼 정밀하게합성섬유로 제작된 수제작 소형 비행‘시메트리’

필자는 시메트리가 세계의 어느 수제작 비행기보다도 완벽하다고 확신하는데, 그에 합당한 칭찬과 동시에 의혹도 받고 있다. 비행기의 완벽함에 대한 찬사와 이를 만들어낸 집착에 관한 의혹이다. 이 비행기는 한 남자의 손에서 탄생한 항공술이 기술화된 소산물이다. 필자는 과거에 수제작된 비행기들을 여러 대 본 적이 있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 필자가 만든 이탈리아 디자인의 팰코는 자화자찬이긴 하지만 보는 사람들마다 꽤 공들여 만든 걸작이라고 평했었다. 하지만 시메트리 옆에 갖다 놓으면 필자가 만든 말쑥한 비행기는 아마도 합판쪼가리로 덕지덕지 얽어 만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다 필자의 “집념”이라는 것도 완벽을 추구한 코리 버드에 비하면 무모한 목수의 고집 같았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시메트리는 완벽한 대칭일 뿐만 아니라 흠잡을 데가 전혀 없다. 이 비행기의 동체는 탱고 댄서의 쭉 내민 발처럼 유연하고도 날렵하다. 아크릴 우레탄 동체를 아홉 차례나 손으로 문질러 닦아낸 후 코팅한 표면은 수차례 콩쿠르에서 우승한 수집용 차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다. 갓 출고된 메르세데스라도 빗자루로 도색한 듯 보이게 할만한 거친 형광등 조명 아래서도 시메트리는 주름이나 흠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틈새 없는 비행기 내부 이음새
필자가 캘리포니아 고원 지대에 있는 모자브 공항 격납고에서 처음 시메트리를 보았을 때 덮개가 벗겨진 엔진부를 들여다 보고는 4기통 200마력짜리 라이커밍 엔진과 조종실 앞쪽으로 보이는 공간 사이로 호스들과 배관, 펌프와 전선, 그리고 여분의 자석발전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을 보고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만, 자석발전기라? 필자가 자세히 보니 광택을 내 거울처럼 마감이 된 시메트리의 스테인리스 방화벽에 엔진 뒷부분이 반사되면서 마치 강철로 된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긴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떤 비행기든 진입로와 점검판, 유선형부, 나사 구멍, 잠금장치 등의 틈새가 있지만 시메트리는 예외이다. 시메트리의 거울 같은 표면에는 대여섯 개의 미세한 나사 머리와 실낱같은 이음선만이 눈에 띈다. 왼쪽 배기관 콧등 부분에 있는 피톳 튜브만이 작은 틈새이다. 배 부분에 있는 연료 탱크 배수관은 업계에서 플러쉬 드레인이라고 부르는 부위로 비행기 표면 외부로 1/8인치쯤 돌출되어 있다. 기존의 밀어올리는 배수관을 완전히 뜯어 고쳐 축받이통 안에 담가버린 코리 버드에게는 1/8인치만 해도 과다한 돌출이다.

몇개 안되는 틈 21℃ 서 사라져
오일 계량을 위해 필요한 발동기 덮개 문에서도 잠금장치를 볼 수가 없다. 이것을 열려면 발동기의 공기 주입구로 손을 넣어 내부 빗장을 열어 젖혀야 한다. 이 덮개는 통상적인 방식처럼 감춤형 기계식 나사로 고정되지 않고 구부러진 고리 하나로 방화벽 주위의 홈에 딱 들어맞게 고정되어 절반씩 두 개로 나뉘어진 덮개를 열어젖히면 밀폐되었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압력이 떨어진다. 비행기 동체와 발동기 커버, 조종실 덮개가 만나는 부분에 주로 나 있는 몇 개 안 되는 틈들조차도 아주 좁고 온도에 민감해 21 정도에서 보이지 않게 완전히 사라지면서 공기가 밀폐된다.

조종장치 표면과 날개, 꼬리 부분의 틈새도 매우 좁아 웬만한 신용카드는 물론 셔츠에 딸려나오는 마분지도 끼워넣기 어렵다. 코리 버드는 항공술 엔지니어이지만 학위는 없으니까 보여달라고 할 필요는 없다. 사실 필요하지도 않다. 그가 제작 디자인 엔지니어로 돕고 있는 버트 루탄은 혁신적인 비행기 디자이너이자 제작자로 “항공업계”의 제작업체나 엔지니어들과는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다.

루탄은 이 업계의 전문가들이 이미 비행기를 제작하는 기존의 규칙과 규정들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리벳이 정확히 직선이어야 하고 날개는 앞쪽에, 꼬리는 뒤쪽에 붙어야 하며 책에 나온 그대로 만들어 보고 시험해 봐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루탄의 방식은 이들과 다르다. 시메트리는 버드의 이력서나 다름없다. “루탄의 회사인 스케일드 컴포지트사에서 제 경력을 쌓고 싶어서 이걸 만들었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전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비행기 설계와 가공, 제작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사장도 제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알게 됐습니다.”



시메트리는 버드의 이력서
“또 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본인이 만들지 못하는 걸 제작자에게 만들어 달라고 하지 못합니다. 그 친구들이 절 존경할 수 있게 해 다음번에 제가 뭔가 만들어 달라고 시킬 때 제 말을 경청하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선을 완벽한 직선이나 구부러진 선 어떤 형태로든 자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자르던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완벽한 직선으로 자르면 잘못 자른 것을 다듬느라고 걸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전 완벽을 기한다고 시간이 더 걸리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전혀 새로운 모양의 비행기를 시험조종해 보는 위험한 일도 그의 교육의 일부였는데, 버드 자신이 이전에 고성능 비행기를 조종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교육이 되었다.

“비행 실험을 하면서 비행기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법을 배우려고 이런 교육을 받았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전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라 아직도 비행하기에 완벽한 날을 기다리고 있죠. 이 비행기는 소형 경주용 자동차처럼 아주 민감하거든요. 조종도 별로 필요없습니다. 그냥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거든요.”

착륙후 정지거리 줄이기 연구중
비행은 어렵사리 성공했다. 버드는 처음 시메트리가 비행중 속도를 잃었을 때 방향타와 보조날개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급속하게 추락했다고 시인한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거꾸로 곤두박질쳤죠.” 비즈니스용 제트기는 대부분 착륙후 정지거리가 버드의 소형 비행기의 정지거리보다 짧다. 그는 착륙거리를 줄이려고 연구중이다. 날개를 완전히 젖힐 경우 30도로 하강이 가능하지만 버드는 아직 이를 시도하지 않았다. 젖힌 날개를 거쳐 빠져 나간 기류가 꼬리날개 부위에 기압을 떨어뜨려 하강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데다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느리게 착륙하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 10도 내지 15도로 착륙하는데 4천800피트 정도의 고도가 필요합니다.” 시메트리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14년간 1만5천시간 정도가 소요됐을 거라고 버드는 추산한다. 기체용 재료와 계기 구입에 4만 달러와 엔진 정밀검사에 추가로 2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숙련된 항공 엔지니어와 조립공들의 1만5천시간분 인건비를 포함한다면 버드의 비행기 제작비는 총 150만 달러에 달할 것이다.

최고속력에 맞게 부품 최적화
그렇다면 그토록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한 비행기를 과연 선뜻 조종하려고 할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만약 뭔가 잘못되면 지체없이 탈출할 겁니다. 비행기보다는 목숨이 먼저니까요”라고 그가 말한다. 시메트리는 완벽할까? 버드가 생각에 잠기며 말한다. “처음 선보였을 당시 비행 전까지는 완벽했죠. 그 이후엔 몇 군데 삐걱거리기도 하고 브레이크가 과열되거나 휠 유선형부가 물러지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계속 그럴 겁니다.언젠가는 가능한 최고 속력으로 비행해 모든 부품이 그에 걸맞게 최적화되도록 한 다음 비행기를 분해했다가 조립해 다시 완벽하게 만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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