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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귀를 통해 확인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1만가지 새소리

12명의 대원들이 작은 보트에서 나와 브라질 열대우림 중심부의 이름도 없는 한 섬에 내려 선다. 대원들마다 쌍안경을 휴대하고 있지만 이 정밀한 광학기기도 별 쓸모가 없어 보인다. 뒤엉킨 삼림속에서 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안된다. 브렛 휘트니가 있으니까. 휘트니의 어깨에는 녹음기 두 대가 매달려 있다.
허리띠에 달린 주머니는 카세트 테이프들과 디지털 카메라, 비상용 소형 녹음기로 꽉 차 있다. 그의 팔뚝 절반만한 지향성 마이크가 집에서 만든 가죽 권총집에 들어 있다. 물론 휘트니가 이런 장비들을 갖고 다니긴 하지만 전설적인 첨단 조류 관찰 도구인 그의 귀에 관한 얘기를 듣고 나면 이런 장비들이 그저 만약의 사태를 위해 챙긴 부수적인 것들처럼 보이게 된다.

조류관찰의 대가 ‘48세 휘트니’
조용!
휘트니가 손을 들자 대원들이 꼼짝않고 멈춰 선다.이들은 특별한 새에게 접근중이다. 지머의 나무발바리라는 이 작은 적갈색 새는 어두운 삼림속에서 나무 둥치에 붙어 사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수수께끼의 새로 알려져 안내책자에도 “생존여부 미확인”으로 분류된 채 수년간 눈에 띄지 않아 멸종 목록 후보에 등록될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 새의 행동방식, 특히 새 소리를 배운 후 휘트니는 이 새가 만약 존재한다면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생각해 냈다.
조용!
휘트니가 앞으로 수그린다.
새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짧게 떨리면서 끝부분이 낮아지며 희미하게 사라지는 지저귐이다. 필자에게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다른 대원들은 긴장한다. 휘트니와 마리오 콘해프트가 서로 신호를 하자 모두가 소리없이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마리오는 공동 탐사대장이자 브라질 열대우림 조사 국립연구소의 수석 조류학자이다. 모두들 큰 길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긴 한데 수풀을 헤치고 나가는 터라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갑작스레 출발했듯 다시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 한 마디도 없이. 휘트니가 살며시 녹음기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맑고 또렷한 지저귐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자 효과가 있었다! 그 작은 새가 흥분해서는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날아와서 바로 앞 두터운 나뭇가지에 내려 앉았다. 새는 우리를 몇 차례 살펴보더니 또렷이 보이는 곳으로 가까이 날아와 앉았는데 너무 가까운 거리라 나무껍질에 새의 발톱이 긁히는 소리까지 들렸다. 너무 놀라 당황한 필자만 제외하고 모두들 쌍안경으로 관찰을 한다. 모두들 새가 잘 보이게 되자 한 대원이 이렇게 말한다. “브렛... 자네 우리를 이 녀석 거실로 데려왔구만.”브렛 휘트니와 여행을 하다보면 놀라운 것들을 먼저 듣고 난 후에야 보게 된다. 필자가 처음 브라질에 갔을 때 휘트니는 필자와 다른 몇몇 조류관찰자들을 열대우림 훨씬 위쪽에 있는 한 후미진 관측소로 데려 갔다.

우리는 동틀녘에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갔는데 날은 이미 후덥지근해졌고 나무들 사이로 빛이 비치며 100종이 넘는 새들이 사방에서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니면서 나뭇잎과 덩굴, 나뭇가지들에 묻힌 채 재잘거리며 공중에서 한 바탕 요란법석을 떨고 있었다.
휘트니는 경매인처럼 온갖 새 이름들을 불러댔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쌍안경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48세의 휘트니는 조류관찰의 대가이다. 그는 수천 가지의 새 소리를 외우고 이들 대부분을 흉내낼 수 있으며 수만 시간의 녹음을 했는데 녹음된 새들 중 일부는 휘트니 자신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종류들이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알려지지 않은 새를 가장 잘 찾아내는 전문가인 휘트니는 1990년대 이후 1년에 1종 꼴로 새로 발견된 새를 과학 전문지에 소개해왔다.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그의 집에는 그가 처음 발견했지만 아직 글 쓸 시간이 없어 발표하지 못한 5~6종의 새 표본들이 있다.그 외에도 작은 에머럴드 두 개가 플라스틱과 포일에 싸여 완벽하게 보존된 채 냉장고 밑에 보관되어 있다. “브렛이 지금이라도 정글에서 돌아와 자기가 본 것에 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아마 남은 평생동안 써도 다 못쓸 거예요,”라고 아리조나 주립대학 자연과학 박물관장인 반 렘센은 말한다.

8천종을 넘게 본 사람은 한명 뿐
그날 저녁 브라질에서 숙식 시설을 모두 갖춘 3층짜리 갑판의 리브어보드 선을 타고 강 하류로 내려가는 동안 휘트니는 낮동안에 본 것들을 정리했다. 조류관찰자들은 묵묵히 각자의 목록을 살폈다. 몇몇 여행 참가자들은 과장된 숫자 놀이에 빠져 자신들이 본 걸 기록한 “생물 목록”의 동물 종류 수가 6~7천 종이 넘는다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7천종이 넘는 생물을 본 사람은 10명 정도에 불과하고 8천종을 넘게 본 사람은 한 명 뿐이다.

휘트니의 훌륭한 안내 덕분에 조류관찰에 열성적인 이 초보자들은 본인들이 가능하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관찰 생물 수를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휘트니의 특이한 기술로 인해 야기된 과학적 논쟁 탓에 자신들이 실제로 본 새들이 몇 종이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새들 중에는 거의 똑같아 보이지만 아주 미세하게, 때로는 거의 분간이 불가능할 정도로 닮은 새들이 수십 종류가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종에 속할까? 존 제임스가 조류 관찰도를 그리면서 생물학의 한 범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뒤 몇 십년이 지난 1870년대에 종의 정의에 관한 과학적 견해가 혼선을 겪고 있었다. 조류학 종 이론가들 중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병합파 분류학자로 알려졌다.

이들은 소소한 변이가 별개의 종이 아니라 아종(亞種)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병합파와 대립되는 세분파 조류학자들은 현재 단일 종으로 알려진 것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둘, 셋, 혹은 네 가지의 뚜렷이 다른 종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5만종까지도 될 수 있음을 가정
브렛 휘트니는 세분파 학자로 그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많다. 종의 정의에 대한 논란은 계속해 불거져 나오겠지만 휘트니를 포함한 많은 조류학자들이 주장하는 “생물학적 종 컨셉”에서는 서로 다른 종을 같은 서식지에 살아도 자유롭게 교미는 하지 않는 생물들로 규정하고 있다. 일례로 집되새와 진홍되새는 같은 어미에게서 먹이를 받아 먹는다. 지구상의 조류는 한때 6천종이 못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1만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휘트니는 일단 분류가 모두 끝나고 나면 5만종까지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렇다면 휘트니는 새들을 어떻게 분류할까? 그는 새 소리를 들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달새의 붉은 가슴이나 푸른 울새의 밝은 담청색같은 새의 특징을 보고 식별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류학에서 보는 것보다 듣는 게 훨씬 신뢰성이 높다는 점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잘 생각해 보면 청각이 훨씬 신뢰할 만하죠”라고 렘센은 말한다. “사람의 귀는 360도로 포착이 가능하고 눈에 비해 착각을 덜 일으키기 때문이죠.” 정원에서 듣게 되는 새들의 지저귐은 자연의 최고 걸작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을 구분하는 의사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휘트니가 분류하는 새들
가장 중요하고도 확연히 다른 새소리는 짝을 유혹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이지만 이외에도 새들은 위험을 알리거나 무리를 지어 비행할 때, 혹은 새끼들과 대화할 때에도 신호를 보낸다. 휘트니의 연구를 통해 새들간에 상호 인식을 위해 주고받는 교신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새들 스스로가 노래를 그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이론이 확고해졌다.“숲에서 새들은 대개 서로를 볼 수가 없습니다”라고 휘트니는 말한다.

“그렇다고 다른 새를 따라 잘 보이는 곳까지 날아올라 같은 종인지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북미 지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때 트레일 딱새라고 불리던 녹회색의 작은 새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이 새는 오리나무 딱새와 버드나무 딱새의 두 종으로 분류되었다. 이들은 너무 흡사하게 생겨서 일부 안내서에는 똑같은 사진으로 인쇄되어 있지만 두 새의 소리는 많이 다르다.

유전자 분석으로 상이한 종 분류
이 딱새류에만도 13종의 흡사한 딱새들이 있다. 북미의 새들의 저자인 켄 카우프만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소리로 가장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이 새들간의 이종교배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휘트니와 동료들은 새 소리간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 증거를 새의 깃털과 서식처, 유전자 분석 자료로 보강해 상이한 종들을 분류해내고 있다. 이런 음성 기반 조류연구 기법이 지난 20년간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미국내 공식적인 조류 목록을 관장하는 영향력있는 기관인 미국 조류학자 연맹을 비롯한 과학계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인정받는 새들의 종류도 점차 증가했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다고 반드시 똑같은 건 아니라는 생각은 단순히 교실 수업에서만 쓸모가 있는 게 아니다. 종의 정의를 명확히 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진화와 다양성에 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발견들을 통해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점이 독특하며, 종의 보존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지 알아낼 수 있다. 새들의 서식지가 점차 사라짐에 따라 이런 연구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휘트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한 종이 있다고 해서 그 종이 모든 걸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2,500만년간에 걸쳐 만들어진 퍼즐을 풀고 있는 셈이죠. 퍼즐을 거의 다 맞추었는데, 잠시 세계를 들여다보는 사이 어떻게 퍼즐을 맞추어 왔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많은 퍼즐조각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리기 전에 잘 봐둬야 하는 거죠.”

카드그림에 새를 거의 다 맞춰
마이크를 손에 든 채 남미의 미개척지를 돌아다니는 게 외로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휘트니는 브라질에 있으나 오스틴에 있으나 똑같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1970년대 말 그가 처음 이 분야에 뛰어든 이후 새 관찰을 함께 해온 로즈 앤 로울렛은 그가 눈이 높다고 말한다. “카이트에게는 언제나 새들이 가장 중요했어요.” 날아오르는 맹금류에서 딴 별명인 카이트를 두고 그녀가 말한다. 처음부터 늘 그랬다. 인디애나주 외진 곳에서 성장한 휘트니는 기어다닐 때부터 자연에 관심을 보였다고 그의 아버지 척은 말한다. 네 살 때 브렛은 홍역과 이하선염에 걸려 침대에 누워지냈는데 할머니가 그에게 앞면에는 서로 다른 새들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설명이 적힌 플래쉬 카드 150장 한 세트를 주었다.

“그 카드를 너무 좋아했어요”라고 휘트니는 말한다. 그의 아버지는 카드로 게임을 만들었고 1주일도 되기 전에 브렛은 카드의 내용을 모두 외웠다. “애가 너무 잘 해서 카드 그림을 거의 다 가려도 무슨 새인지 맞추곤 했어요”라고 척 휘트니는 말한다.

대학원 학생들용인 조류연구
당시 휘트니는 아직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그는 보통 잠자리에서 듣는 이야기들보다 카드 뒷면의 내용들을 더 재미있어 했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내용을 외울 수 있다. “이 똑똑한 꼬마 새는 노란색과 주황색 줄무늬가 있고...”이 새는 노랑 딱새였다. 병에 걸린 지 몇 달 후 휘트니는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다가 어깨 너머로 무슨 소리를 들었다. 그는 돌아섰다. “그런데 바로 카드에서 봤던 새가 눈앞에 있는 것이었어요! 진짜 새였어요!”여섯 살 때 휘트니는 덤불을 조용히 헤치고 새 가까이에 다가가 더 잘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쌍안경 이용법을 이해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였다. 휘트니는 처음으로 유사 종의 존재를 깨달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집 옆의 들에서 눈에 익은 새를 한 마리 봤는데 그 새는 노랑부리 뻐꾸기처럼 생겼지만 부리가 검은색이었다. “전 그게 뻐꾸기이긴 하지만 카드에서 본 노랑부리 뻐꾸기는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나중에 토리 피터슨이 쓴 미국 북동부의 조류 안내서를 첫 안내책자로 받았을 때 그는 그 다른 뻐꾸기부터 찾아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검정부리 뻐꾸기가 나와 있었다. “대단한 확인 작업이었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10대였을 때 휘트니는 새 관찰과 야구를 즐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의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미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조류학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코넬 대학을 방문했지만 휘트니는 이 대학의 대부분의 조류 연구가 대학원 학생들용임을 알고는 실망했다. 대신 그는 인디애나 주 리치몬드에 있는 얼햄 대학에서 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줄을 잇는 박사과정 참여제안
그 당시만 해도 그는 아직 지속적인 관찰 목록 작성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는 초보 조류 관측가였지만 애리조나나 멕시코에서 수주일 동안 특별한 종을 추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장래 계획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그저 새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싶을 뿐이었다. 척 휘트니는 그런 아들 때문에 다소 걱정이 됐었다고 고백한다.

“난 그애한테 현실적이 되라고 했어요. 새만 쳐다봐서는 먹고 살 수 없으니까요.” 휘트니는 펜실베니아 대학 조류학 박사과정 프로그램에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망설였다. 현장을 떠나기 싫었기 때문이다.그런데 1978년 그는 빅터 엠마뉴엘 네이처 투어라는 신생회사로부터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엠마뉴엘은 조류 연구가들의 소망을 처음으로 이해해서 수많은 새로운 새들을 볼 수 있도록 전세계 오지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휘트니는 엠마뉴엘의 집에서 근무하며 그의 거실에서 자면서 전화를 받고 예약을 하거나 비행편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1년쯤 후 그는 페루에 있던 사장으로부터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엠마뉴엘에게 리더가 필요했고 여행은 이미 진행중이라서 휘트니가 착출되었지만 그는 멕시코 북부 밑으로는 내려가 본 적도 없고 페루의 새들에 관해서 연구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황급히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라고 당시 엠마뉴엘을 위해 일했던 로울렛이 말한다.

전설에 가까운 조류학계의 신화
휘트니가 도착해서 벌어진 일은 거의 전설에 가깝다. 필자는 세 사람에게서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휘트니는 숲으로 뛰어 들어가 큰부리새류의 종인 곱슬볏 아라카리새를 보았는데, 이 새는 너무 희귀해서 조류학계에서는 거의 신화에 가까운 대상이었다. 1985년 휘트니와 로울렛, 그리도 다른 동료들이 오스틴에 필드 가이드라는 새 관찰 여행 회사를 직접 설립하면서 휘트니는 1년의 절반 이상을 여행객들을 데리고 중앙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아와 남미를 두루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그는 초조해졌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과학계에서 시험해 보고 싶은 새 관련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대학원 입학 허가를 연기해 놓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여전히 대학교에서의 보직에는 관심이 없었다. “제가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 작업을 통해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새 소리 포착장비 권총형 마이크
휘트니는 몇 건의 논문을 내려고 하다가 거절당하자 의기소침 해졌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렘센이 그에게 볼리비아 라파즈 외곽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서 발견한 쥐모양의 육생조 타파쿨로의 신종에 관해 논문을 쓰도록 권했다. 이 논문은 제출 직후 출간되었고, 그 이후 휘트니는 신종 열대조들에 관한 논문들을 계속해 집필해왔다. 새 소리를 모아 분석하는 작업은 1960년대에 브라질 조류 관찰광인 조앤 달가스 프리쉬가 아마존에 들어가 수십 가지 새 소리를 녹음해 악기 소리 편집용 앨범으로 낸 이후 많은 발전 과정을 거쳐왔다. 휘트니는 대학때 지도교수의 릴 녹음기로 녹음을 시작한 후 할리우드 영화제작에 사용된 것과 같은 종류인 23파운드짜리 내그라 오픈릴 녹음기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요즈음에는 오래된 녹음 자료는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에 저장하고, 재생을 하는 경우에는 아날로그 장비를 이용한다. 미니 디스크가 점차 현장 기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휘트니는 복사본을 저장할 때만 주로 이 테이프들을 사용한다. 새 소리를 포착하는 데 필요한 또다른 주요 장비는 권총형 마이크이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의 새 소리를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것처럼 또렷하게 녹음할 수 있다. 일부 녹음기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이크 둘레에 고성능 음향 집중형 포물면 반사기를 달기도 한다.

조류학자중 현장 연구가로 통해
휘트니는 조류학자들 사이에서 현장연구가로 잘 알려져 있다. “브렛을 처음 만나보면 온갖 새 소리를 모두 외우는 천재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라고 코넬 대학 매컬레이 자연음 도서관장인 그레그 버드니는 말한다. 매컬레이의 소장 자료는 세계 최대 규모로 16만 종이 넘는 새 소리들이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성실함이죠. 다른 사람들이 TV를 보고 있는 동안에 그는 들판에 나가 늘 귀를 기울이곤 하니까요.”새 한 종류당 한두 가지 소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휘트니와 브라질 동료인 페르난도 파체코는 검은머리 굴뚝새라는 새가 세 종이 아닐까 의구심이 생기자 휘트니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으로 가 수년간에 걸쳐 200개가 넘는 오디오 샘플을 채집했다. 이 샘플들은 휘트니의 동료 조류학자이자 굴뚝새 소리분석의 세계적 권위자들인 모튼과 필리스 이즐러에게 넘겨져 분광분석을 받았다.

이즐러 팀은 휘트니와 다른 조류학자들이 녹음한 오디오 샘플의 주요 “해석자들”이다. 이들이 디지털로 저장한 2만5천건의 새 소리 샘플들 중 휘트니가 모은 것만 7천건이 넘는다. 브라질 북동부에 서식하는 굴뚝새의 경우 결론은 명확했다. 서로 다른 세 종의 굴뚝새가 세 가지 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석을 하기 위해서 이즐러팀은 2만5천건의 새 소리 샘플들을 컴퓨터 분광기에 넣어 새 소리를 시각화한 다음 코넬 대학의 바이오어쿠스틱스 프로그램사에서 개발한 두 가지 소프트웨어(PC용은 레이븐, 맥킨토시용은 카나리)를 이용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사한다.

그런 다음 이 측정치들을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숫자들이 대조분석된다. 다음으로 소리의 길이나 주파수 같은 몇 가지 변수들간의 차를 광범위한 녹음 샘플들과 비교해 해석하고, 이 자료를 생물지리학 및 유전학적 연구 결과와 대조해 종형성(種形成)이 측정된다.

조류학 분야는 디지털 혁명 초기단계
휘트니는 조류학 분야에서는 디지털 혁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맥컬레이 도서관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음원들을 모두 온라인으로 올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들이나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맞춤형 샘플을 만들어 훈련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휘트니는 “실제 서식지” 배경에 한 번에 한 가지씩 새 소리를 합성해 넣는 훈련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고려중인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교육자는 어느 부분이 재생되는지 판별할 수 있게 돼 새 관찰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 즉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내는 시끄러운 소리들 중에서 단 한 가지 소리를 추출해 내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새 소리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첨단 기법이 작년에 널리 공개되었다. 1999년 4월 루지애나 대학의 데이빗 컬리반이라는 학생이 루지애나 펄 강 근처에서 한 쌍의 아이보리 부리 딱따구리를 보았다고 보고했다. 조류학계의 성배로 여겨지는 이 멋진 새는 20세기 초반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1950년대에 다시 발견된 이후로 또다시 사라져버렸다.

길이가 60cm에 붉은색 볏이 달리고 커다란 주둥이가 달린 이 새의 별명은 신의 새인데, 전설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 새를 발견하면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넬대학과 루지애나 주립대학의 과학자들은 이 새들을 찾는 프로젝트에 착수해 2002년 1월 17일 새로 개발된 10대의 자동녹음 장치(ARU)를 강 후미 깊숙한 곳에 설치했다. 이 장치들은 한 달간 새 소리들을 녹음했다.

존재하지 않는 새 소리 확인
1월 27일 드디어 찾던 것이 포착되었다. 오후 3시 30분 4천시간이 넘는 분량의 오디오를 녹음하던 끝에 인근 오두막에 머물던 과학자들은 크게 울려퍼지는 두 차례의 꺾!꺾!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일부 과학자는 오래전에 녹음해 둔 아이보리 부리 딱따구리 소리를 들은 걸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 오디오 샘플은 분석을 위해 코넬 대학과 휘트니를 비롯한 몇몇 조류학자들에게 보내졌다. 이 신의 새를 다시 찾아내려는 노력은 대단했다. 대학 두 곳과 한 쌍안경 제조업체가 이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일반 사람들의 상상력을 한껏 불러일으키며 전국의 신문과 라디오, TV를 통해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 새가 존재하기를 바랬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라고 휘트니는 말한다. 하지만 이 새는 존재하지 않았다. 테이프를 듣자마자 휘트니는 바로 알아챘다. 그는 멀리서 울려 퍼지는 큰 소리를 식별해냈다. 그는 사라진 딱따구리가 다른 북미 딱따구리들과는 다른 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해서 이 소리가 사라진 딱따구리의 희미한 이중 울음소리로 오인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 들으면 충분히 착각할 만한 소리였지만 사냥을 하며 성장한 휘트니의 귀는 새 소리에만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총소리였어요”라고 휘트니는 말한다. “멀리서 들려온 자동소총 소리였죠.”

이상한 것 감지시 ‘미확인 종’ 경보
일부 다른 조류학자들도 같은 결론을 내렸고 코넬 대학의 분석 결과도 이들과 일치했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탓에 일각에서는 루지애나 프로젝트를 실패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던 아이보리 부리 딱따구리 문제는 미확인 생물체 조사 영역에 포함되었고, 자동녹음 장치의 성공적인 활용과 이로부터 얻은 자료의 즉각적인 분석 능력 덕분에 실제로 관찰된 적이 없는 종들이 사는 곳에 이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머지 않아 남미 전역에서 위성을 통해 반사되어 온 새 소리들을 실시간으로 다운로드받아 즉시 분석할 수 있게 될 겁니다”라고 휘트니는 말한다. 휘트니의 녹음 자료들은 전송중인 소리들을 식별해 낼 수 있는 템플릿 개발에 사용되어 뭔가 이상한 것이 감지되면 “미확인 종” 경보를 울리게 해 줄 것이다.

열대우림은 위험한 장소라서 소형 비행기나 보트로 여행할 때 늘 위험이 수반된다. 휘트니의 현장조사 기법이 다른 조류학자들의 연구 방법과 다른 점은 오디오와 광학 장비, 태양열 재충전판과 GPS 장비, 잠잘 그물침대만 달랑 들고 그가 혼자서 탐사를 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최대한의 자유로움과 효율성을 얻기도 하지만 바로 코앞에 2.7미터짜리 맹독성 뱀과 마주치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2.4미터 정도를 뛰어 물러나자 뱀이 공격하려고 하더군요”라고 그가 회상한다. 가지고 다니던 녹음기를 방사능 측정기로 오인한 떠돌이 금광 광부들과 맞닥뜨린 적도 있다. 이 광부들은 휘트니에게 브라질 정부의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냐고 계속 물었다.이들은 휘트니에게 질문을 해대며 그가 숲속에서 나는 새 소리를 들려주어도 좀체 믿으려 하지 않았다. 밤이 되기 전에 휘트니는 그물 침대를 걷은 후 강 하류로 사라졌다.

‘자동 새 탐지 장치’의 역기능
자동 새 탐지 장치를 사용하면 휘트니 같은 조류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외딴 지역까지 떠돌아다닐 필요가 줄어들지만 이들이 단지 필요 때문에 현장을 찾아다니는 것만은 아니다. 새들은 분자나 유전자, 분광기상의 단순한 점이 아니다. 인간이 새의 매력에 사로잡힌 건 이미 오래된 일로 거의 유전적이라 할 만하다. 휘트니의 새 관찰 과정을 지켜보면 그가 새를 이해할수록 점점 더 새에 빠져든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도 조사해야 할 게 많아요”라고 그가 말한다. “아무도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 저 밖에 수없이 많거든요!” 그런데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그가 말한다.

“모든 것을 보호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장소들은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고들입니다.” 그는 자신이 방금 얘기한게 얼마나 큰 규모의 일인지 비로소 이해했다는 듯 잠시 말을 멈춘다. “가끔씩 탐사 속도를 좀 줄일까 생각하는 적도 있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글을 좀 쓴다든가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더 자주 들죠. 새에 관해 알게 될 수록 새들을 위한 해답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내가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신제품 소개
새 관찰용 최고의 장비

가장 중요한 것은 고성능 광학용 쌍안경이다. 그 다음으로 휘트니처럼 하려면 디지털 녹음기와 디지털 망원경/카메라 세트가 필요하다.

쌍안경
거의 대부분의 조류 관찰자들은 쌍안경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짜이즈, 레이카, 스와로브스키, 보쉬 앤 롬사의 최고급 제품들은 저가 모델들에 비해 선명도와 밝기가 우수하고 무게도 가벼우면서 내구성과 방수 성능, 접사 능력이 탁월하다. 현재 인기있는 모델은 신형 짜이즈 빅토리 II(1천100달러 ; zeiss.com)로 가벼우면서 광학 성능이 뛰어나다. 극히 최근까지만 해도 저가형 쌍안경들은 성능이 형편없었지만 최근에 출시된 미녹스 BD 10X42 BR(500달러 ; minox.com)과 니콘의 모나크 ATB 8X42(300달러 ; nikonusa.com)은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만족할 만하다. 가격이 좀 더 높은 레이카의 신형 듀오비드 모델(위 사진, 1천450달러 ; leica.com)은 배율 조절이 가능한 편리한 특징을 갖추고 있다. 8배율로 맞추면 하늘에서 쉽게 새를 찾아볼 수 있고, 12배율로 맞추면 50% 더 확대해 볼 수 있다.

녹음용 장비들
현장 녹음 전문용 차세대 장비는 히드 드라이브 기반의 견고한 오디오 유닛이다. HHB 포터드라이브(우측 사진, 1만1천달러 ; hhbusa.com)는 8채널 녹음기로 내장형 30기가바이트짜리 디스크에 12시간분의 녹음을 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컴퓨터에 바로 연결하거나 옵션 제품인 DVD-RW에 저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조류학자들이 훨씬 싼 미니디스크를 이용해 뛰어난 결과물을 얻고 있다. 인기 제품은 특수품 수입상들로부터 구입할 수 있는 일본제 모델인 샤프의 MD-DR7(300달러 ; minidisc.org)인데, 이 제품은 견고한 알루미늄 케이스와 밝은 조절판, 뛰어난 음질을 자랑한다.

디지털관측경
일부 제조업체들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관측경(또는 쌍안경)을 결합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전문 조류 관찰이나 사진촬영을 하기에는 해상도가 너무 낮다. 조류 관찰자들은 이 제품을 저가형 장비들과 함께 가지고 다닌다. 이들은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 렌즈를 관측경의 접안렌즈에 가져다 댄다. 부쉬넬과 니콘, 텔레뷰사의 관측경들은 250달러대부터 있다. 레이카는 최근 보다 깔끔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텔레비드 77(1천250달러) 관측경은 이 회사의 디지럭스 1 카메라(1천달러)에 탑재해 초점거리를 6,000mm까지 확보할 수 있다. 다른 회사들은 이와 유사한 성능에 가격은 보다 저렴한 모델을 개발중이다. (광학 관련 세부 정보나 구매 상담을 원하면 betterviewdesired.com이나 미국 조류관찰 협회의 “광학기기 구입“사이트인 americanbirding.org/abasales/saleopgde.htm을 방문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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