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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대중을 위한 과학교육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식상해진 대중을 교육시키는 방법에 대해 NASA에 던진 한마디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은 세계의 왕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한 제임스 카메론. 이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왕국을 조사하고 있을까? 아니다.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으로 헐리웃을 정복한 카메론은 자신의 열정, 마케팅 기술 그리고 초대작에 대한 관심을 과학과 탐험의 미래를 확보하는 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카메론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대단한 발전도 아니다. 온타리오 카푸카싱에서 자란 카메론은 어린 시절부터 과학광이었다(집에서 만든 잠수정에 쥐를 몇 마리 태워 나이아가라 폭포로 띄어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타이타닉 촬영 시 원격조정기구로 가라앉은 유람선을 탐사한 이후 그는 완전히 해저 탐험가로 변신했다. 현재 카메론은 화성 협회의 회원이며 NASA 고문 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또한 자극은 과도하게 받았으면서 정보는 제대로 얻지 못한 대중에게 NASA의 임무를 알리는 일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홍보대사로서의 카메론의 첫 작업은 오는 1월 28일 개봉되는 3차원 아이맥스 다큐멘터리 ‘심해의 외계생물(Aliens of the Deep)’이다. 열수 분출구 부근에서 살아가는 신기한 생명체에 대한 이 영화를 일찌감치 본 나의 결론은 ‘NASA여, 보고 좀 배워라.’

이 영화를 보기 전 나는 과학으로 무장한 불신론자만큼이나 헐리웃 판타지 신봉자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거부반응을 보여 왔다. 그저 이번에는 어떤 걸로 차세대 과학자와 과학을 지원하는 납세자를 자극할까 정도나 궁금해 했다.

탐사 로봇에 로켓 발사기를 달까?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실제로 쇼를 할까? “여성 우주 비행사 두 명과 못생긴 미국인 남성이 과학의 재미를 더합니다. 누가 우주 공간으로 채여 나갈지 궁금하시다면 채널을 고정하세요”라는 말도 안 되는 카피를 내걸고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과학에 매력을 부여하기 위한 카메론의 전략에는 강렬한 캐릭터, 생생한 이미지 그리고 놀란 만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사실에 대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1999년 화성 협회(Mars Society, 유인 우주 탐사를 열성적으로 주창해 온 과학자들의 모임)에서 갖은 연설에서 카메론은 사이언스 픽션 영화가 대중들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줌으로써 실세계 탐험을 방해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1970년대 바이킹과 마리너호가 커다란 운하와 키 작은 녹색 생명체, 뛰어난 과학 문명에 대한 설이 난무했던 화성의 실체를 밝히고 난후, 그 후유증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대중에게 화성의 적철광이나 열수 불출구 근처에 사는 새로운 생명체의 발견에 대해 흥분할 타당한 이유를 가르치는 것이다.

로봇과 교감을 이루는 효과
하지만 여기에는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 심해의 외계생물에서는 해저 확장설과 함께 분출구의 기원에 대해 간단한 배경만 언급할 뿐 너무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각 캐릭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카메론은 영화 속 탐사 작업(9곳의 열수 분출구로 총 40회의 다이빙을 시도)에 스탠포드 대학의 우주생물학도인 케빈 핸드, 우주 주창자인 로레타 히달고(심해의 광경을 보고는 어린 아이처럼 “이거 엄청난데”라고 반응했다)와 같은 젊은 과학자까지 대동했다.



카메론은 또한 이 영화를 통해 동생 마이크가 분출구 주변 탐사에 이용하는 원격 조종 차량인 제이크를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캐릭터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으니까. 두 개의 화성 탐사 로봇을 생각해 보라. 카메론은 NASA에서 임무를 홍보하는 것까지는 잘 했지만, 탐사 로봇이 자신의 모습을 직접 전송할 수 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놀란 만한 것은 로봇의 바퀴자국과 그림자까지 나타나 있는 영상이었다. 그는 탐사 로봇이 작은 카메라를 모래에 떨어뜨려 두고 로봇 자신의 작업하는 모습을 찍게 한 후 나중에 회수해 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과학자들이 물건 싣는 공간을 약간 희생하여 사람들에게 이런 재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로봇과의 더 깊은 교감이 이뤄지고 전체적인 효과도 더 커질거라 주장한다. 그는 “로봇들이 화성에서 실제로 뭘 하는지 보여주지 않으면 대중에 관심을 모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계속 강조한다.

심해의 외계생물이 이러한 조짐을 보여주는 시발점이라면 빠질 수 없는 기법이 등장한다. 바로 로봇에 이름을 붙여 친근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제이크가 분출구에서 뿜어 나오는 고온수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녀석 걱정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이러한 나의 반응은 로봇에 이름을 붙인 영화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2009년 화성 탐사 로봇에 프랭크라는 이름을 붙일 것을 NASA에 제안한다. (“프랭크, 화성에 안착! 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상상해 보라”)

당연한 소리지만 카메론이 전달하는 이미지 또한 강렬하다. 으리으리한 아이맥스 화면과 3D 덕분에 심해의 외계생물은 관객을 곧바로 해저로 인도한다. 희한한 생명체가 관객의 바로 몇 미터 앞에서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카메론은 이런 기법을 일종의 픽션 다큐멘터리인 화성유인 탐사에 대한 실사 3D 영화에 적용하길 바라고 있다.

카메론은 팀원과 함께 탐사 계획, 운송로, 표면 거주지 그리고 가압 탐사 로봇을 설계하였다. 하지만 NASA가 화학 또는 핵 추진력을 사용할 것인가 등과 같은 실제 임무 수행 방법에 문제가 남아 있는데다가, 프로젝트가 잘못되기를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수행할건지에 대한 좀 더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한다.

정확성에 대한 이런 노력은 훌륭하지만 심해의 외계생물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지구를 벗어나 얼음으로 뒤덮인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표면을 탐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됐는데 얼음을 핵동력 드릴로 뚫고 줄이 달린 탐침을 삽입하는 장면을 나온다. 몇 장면이 지나고 알 수 없는 행성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결말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카메론이 관객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줄이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서 유능한 연기자가 연기한 실제 과학의 모습은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이 될 거라는 감독의 확신을 입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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