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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어 오르는 분노

대중 문화 속에서 왜곡 전파되는 과학
이슈 : 잘못된 자료로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짜맞춘 마이클 크라이튼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해 전문가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크라이튼의 최신작 ‘State of Fear’는 첫 출간 이후 수개월 동안 아직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이 책은 상원 회의에서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크라이튼의 스릴러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쥬라기 공원, 프레이는 모두 과학적 토대 위에 구성됐는데, 최근 들어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다소 과신하는 듯하다. 이 소설에서 크라이튼은 이야기꾼을 넘어서 점장이처럼 차트와 그래프, 주석까지 동원해 지구온난화에 관한 소설형식의 강의를 시도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수만 명의 인명을 앗아갈 자연 재해를 주도하는 냉정한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왜 그랬을까? 전세계에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이다.

분명 소설이라는 장르에 걸맞는 시도이다. 하지만 크라이튼은 이 소설을 통해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는 소설 끝부분에 다양한 과학적 조사를 촉구하는 에세이를 첨부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나 점차 줄고 있는 황무지, 사람과 콘플레이크처럼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개인적 견해들을 열거해 놓았다.

비록 끝부분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소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구온난화가 쓸데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에는 이를 입증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로스앤젤레스 변호사인 피터 에반스와 술주정뱅이 배우 테드 브래들리가 등장하는데 테드는 너무 멍청해서 베네딕트 아놀드의 이름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 회의론자들은?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존 케너는 하버드 법대 풀신의 뛰어난 지반공학자로 특수부대 출신이다.

그를 돕는 듬직한 네팔인 친구 산종은 언제나 케너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누구도 이를 반박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학계로부터 거센 분노가 표출되어 왔다.

소설 전체에 걸쳐 케너는 기온 강하 추세가 목격되는 지역들을 인용한다. 한 번은 산종이 에반스에게 칠레 푼타아레나스 지역에서 116년간 기온이 계속 하락해 온 자료를 보여준다.

“지구온난화의 좋은 예군요”라고 그가 비꼬듯 말한다. 하지만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의 기후학자인 개빈 슈미트는 이런 특수한 예들로는 아무것도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구온난화로 전세계에서 기온이 상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케너는 실제 인물인 콜럼비아 대학 기후학자인 제임스 한센이 1988년에 지구온난화를 300퍼센트 과장되게 예측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한센은 여러 가지 이산화탄소 방출 추세를 근거로 다음 10년간에 걸친 세 가지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실제 이산화탄소 방출과 관련한 에측은 정확했는데, 크라이튼 소설의 주인공은 미처 이를 언급하지 못했다. 이 책의 자존심이 센 주인공들은 모두 지구온난화를 결국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뜻밖의 변화가 있다! 에반스는 예전에 자신을 “겁쟁이”로 여겼던 여인에게 빠져든다. 또다른 인물은 못말리는 바람둥이에서 강건한 정글 전사로 돌변한다. 그것도 9일만에. 아마 이 책은 자기 계발용 책으로 마케팅을 해야할 듯 싶다. 환경론자 성향을 버리고 내면의 자신을 찾으라고 부추기면서 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은 식인종들에게 잡아먹힌다. 이런 옵션이 있는데도 왜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마음을 고쳐먹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크라이튼은 끝부분의 에세이에서 주류 기상학자들이 일자리와 자금 지원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이견이 있는 과학자들은 누구나 입조심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이상한 주장이다. 마치 기후과학이 큰 돈벌이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얘기 같다.

하지만 정작 큰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은 덴마크 통계학자 존 롬보그 같은 회의론자들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회의적인 환경론자들(The Skeptical Environmentalist)에서 지구온난화는 없다고 주장했다.사실 State of Fear는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크라이튼은 마지막 부분에서 만약 지구온난화가 사실이더라도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면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아무런 수단도 강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그나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인물들 중 한 사람은 지구온난화가 결국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이론을 편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건 왜 그가 많은 과학자들이 정치나 탐욕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묘사하며 자신의 주장을 펴려고 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의 말대로 특별한 사안이 없다면 좀더 합리적인 논쟁거리를 제시했을 것이다.

크라이튼 자신은 지구온난화에 관한 솔직하고 중립적인 평가라고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567쪽에 걸친 편협하고 일방적인 대중소설에 불과하고, 스토리도 엉성하다.

이달의 과학과 대중문화간 주요 접점
읽기와 쓰기, 그리고 롤러코스터
유명 놀이공원들이 하루동안 물리실험실 역할을 해 아이들은 롤러코스터에 탄 채 실험을 하게 된다. 날짜는 지역별로 다르다. aapt.org/events 참조

은하로 가는 히치하이커용 안내서
외계인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지구인에 관한 이 1979년작 소설이 4월 29일 영화로 상영된다. 이 영화는 5월중 비디오 대여점에 출시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
5월 19일 시사회를 하는 시스의 복수(Revenge of the Sith)는 원본 3부작의 세 번째 최종편이다. 우주함대보다 더 강력한 것은 바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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