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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너지의 보고, 쓰레기

미국에서만 매년 2억450만톤이 배출되고 있는 고형 폐기물(쓰레기). 태울 수도, 그렇다고 묻을 수도 없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최대 골칫덩이가 된지 오래다.

조셉 론고(74)는 스타테크 환경회사(Startech Environmental Corporation)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플라즈마 컨버터를 이용, 이 같은 쓰레기를 친환경에너지로 바꾸는 기계를 개발해 냈다.

이 기계는 소비전력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해 내기 때문에 잉여전력 판매를 통한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 코네티컷 주 브리스톨의 스타테크 환경회사 사무실. 여기에는 이 회사의 설립자 겸 CEO인 조셉 론고가 근무하고 있다.

바로 옆 실험실에서는 태양 표면보다 3배나 뜨거운 플라즈마 장치가 이글거리고 있지만 두 장소를 구분 짓고 있는 것은 얇은 판유리 밖에 없다.

몇 분 간격으로 쇳조각이 부딪치는 끔찍한 굉음이 들리는데, 마치 고기 가는 기계에 자전거를 넣은 듯하다.

론고는 7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만화 속에서 금방 뛰어나온 듯한 개구쟁이 캐릭터를 빼닮았다. 이 같은 인상 때문인지 바로 옆에서 1만6,600℃가 넘는 아크(arc)가 대용량 플라즈마 용기를 가열하고 있는 것이 왠지 불안해 보였다.

이를 눈치 챈 듯 론고는 연구시설 책임자인 데이빗 린츠를 호출했다. 린츠는 “내부에 화염이나 불꽃이 전혀 없다”며 설계와 건설에만 20년을 투자한 수백만 달러 짜리 시스템의 안전성을 새삼 강조했다.

실험실로 들어서자 ‘플라즈마 컨버터(Plas- ma Converter)’라고 이름 붙인 4.6m 높이의 이글거리는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공정은 자동차 2대를 주차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기 기저귀에서 화학무기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폐기물을 소멸시키는 기계를 위한 공간치고는 너무 협소하게 느껴졌다.

플라즈마 가스화 공정은 마치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을 거꾸로 재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유(有)에서 무(無)를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완벽히 밀봉된 스테인리스 실린더에 질소와 같은 가장 안정적인 기체(또는 일반 공기)를 채우고 두 전극 사이에 650볼트의 전류를 통과시키면 공기에서 전자가 방출되면서 기체가 플라즈마로 변환된다. 여기에 전류를 계속 흘리면 번개와 같이 대단히 강렬한 에너지장을 형성시킬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즈마 아크의 복사 에너지는 너무나 강력해서 고형 폐기물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들의 결합을 끊어 놓는다. 분자식이 ‘CH2CHCl’인 PVC 파이프를 플라즈마 장치에 넣으면 탄소, 수소 등의 기체만 남게 되는 식이다.

플라즈마 컨버터는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고형 폐기물을 기체로 전환시켜 안전하고 확실하게 처리한다.

이 시스템은 동위원소의 파괴가 불가능한 핵폐기물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물질을 분쇄할 수 있다. 특히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수소와 일산화탄소의 혼합가스(syngas), 흑요석과 유사하게 생긴 유리물질 등 2가지가 전부다.

혼합가스는 에탄올·천연가스·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의 원료, 흑요석 유리는 욕실 타일이나 고강도 아스팔트 등의 원료가 된다는 점에서 부산물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경제적 활용성이 높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공정이 ‘자급자족’적이라는 사실이다. 스타테크의 플라즈마 컨버터는 토스터와 마찬가지로 전기 그리드에서 전력을 끌어와 작동을 시작한다.

초기 전압은 경찰들이 폭동을 진압할 때 사용하는 전기충격기의 충격과 같다. 그러나 일단 사이클이 시작되면 약 1,200℃의 합성가스가 냉각수를 덥혀 고온증기를 생산, 터빈을 구동시켜 스스로 전기를 생성해 낸다.

론고는 “이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전력은 컨버터를 작동시키고도 남아서 잉여전력을 생산현장의 난방 및 전력으로 사용하거나 전기회사에 재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초의 가동 전력만 외부에서 제공해주면 설령 정전이 되더라도 컨버터는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쉽게 믿기지 않지만 분명 이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5~6개의 회사가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을 개발해 왔다.

조지아 기술연구소의 플라즈마 연구 담당이사인 루이스 치르체오는 “최상의 재생 에너지는 우리가 제일 많은 불평을 갖고 있는 도시의 고형 폐기물”이라며 “쓰레기를 매립지에 버리는 것보다 플라즈마 공장에 가져가는 게 더 저렴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려 2억5,000만 달러(약 2,340억원)나 하는 스타테크의 컨버터는 매일 2,000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인구 100만명의 도시에서 배출되는 모든 고형 폐기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용량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쓰레기를 매립지로 운반, 땅속에 매장해왔다. 하지만 이를위해서는 매립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평균적으로 톤당 35달러나 하며 유휴 토지가 귀한 지역의 수수료는 더욱 비싸다.

수수료에 더해 쓰레기 운송비용과 폐기물이 분해될 때 방출되는 메탄가스(온실가스)에 의한 환경피해 비용까지 포함하면 매립방식은 막대한 사회적 대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웬만한 중소도시라면 스타테크의 컨버터 1대로 어떠한 환경적 악영향 없이 고형 폐기물의 처리가 가능하며 10년 내에 초기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잉여 전기와 합성가스 부산물로 창출하는 이익까지 포함할 경우 손익분기점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이유로 론고는 머지않아 쓰레기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도시가 등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쓰레기와의 대화를 시작하다

어느 비 오는 날 아침의 스타테크 R&D센터. 연노랑색 옥스포드 셔츠와 스트라이프 타이, 청색 핀스트라이프 바지 차림의 론고가 플라즈마 컨버터의 시연에 나선다.

브루클린 토박이인 그는 야구공을 제조하는 중소 공장에서 일하던 부모의 외동 아들로 태어났다.

최근에야 플라즈마 컨버터를 설계할 때 사용한 분도기, 연필, 제도 테이블을 버리고 컴퓨터를 구입했을 정도로 보수적 성격이 강하며 친구가 전투 중에 숨진 후 한국전에 자원하기도 했을 만큼 의리를 중시 여긴다.

이날 론고는 뉴욕과 롱아일랜드에 플라즈마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U.S.에너지사의 폐기물 처리 담당 임원 3명과 미팅이 잡혀있다.

이들은 매일 뉴욕 인근의 건설현장에서 반입되는 건설 폐기물 3,000톤을 처리하기 위해 스타테크의 플라즈마 컨버터 6대를 구매하려 하고 있다.

플라즈마 컨버터의 성능 시연을 위해 론고는 유리병, 유리섬유 절연재, 통조림 캔 등 전형적인 고형 폐기물의 표본을 준비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쓰레기가 오우거(auger)에 들어가자 쓰레기는 콩 알 만한 크기로 절단, 분쇄(바로 이때 귀가 멍할 정도의 소리가 들린다)돼 플라즈마 반응기 속으로 투입됐다.

U.S.에너지의 프로젝트 파트너인 트로이 카로소, 폴 마라조, 마이클 누지는 처음에는 별 말이 없었다. 전에도 시연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즈마 컨버터 속으로 사라지는 쓰레기의 양이 늘어나자 얼굴에 생기가 돌았고, 기계가 자신들의 사업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저런 사실과 수치들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누지는 “이 기술만 있으면 폐기물 처리비용의 80%를 차지했던 매립지가 필요 없다”며 “재처리 과정에서 연료를 생산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마라조가 누지에게 건설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는지 묻는다. 건설 폐기물은 콘크리트, 타일, 목재, 못, 유리, 금속, 배선이 뒤섞여 있어 일반 폐기물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누지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플라즈마 컨버터의 성능 이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누구도 자신의 집 주변에 매립지가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시는 현재 쓰레기 처리를 위해 톤당 90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내하고 있다. 스타테크에 따르면 일일 처리능력 2,000톤의 플라즈마 처리 공장 하나만 있으면 이를 36달러로 낮출 수 있으며, 부산물 수익을 감안할 경우 톤당 15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

누지는 “플라즈마를 활용한 고체 쓰레기 기화(氣化) 기술은 환경친화적일뿐만 아니라 추가수익도 창출해줘 사업적으로 일거양득의 효용이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 시연되고 있는 플라즈마 컨버터는 연구소에 있는 2억5,000만 달러 짜리 설비의 소형화 버전으로 일일 5톤(시민 2,200명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의 량)의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론고는 남극 맥머도(McMurdo) 기지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미군이 남기고 간 고엽제의 제거를 위해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중국, 영국, 캐나다, 폴란드, 루마니아,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지의 투자자들이 스타테크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본 후 계약 협상에 착수했다.

물론 스타테크가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세계 유일의 회사는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에만 지오플라즈마(Geoplasma), 리커버드에너지(Recovered Energy), 파이로제네시스(PyroGenesis), 엔바이로아크(EnviroArc), 플라스코에너지(Plasco Energy) 등의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론고는 40년간이나 쓰레기 처리 사업에 종사해 왔으며, 업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선두에 서 있는 인물의 한 명이다.

그는 “플라즈마 기화기술의 근사한 점은 완전 순환식이라는 사실”이라면서 “기화는 모든 물체를 태초의 근본 물질로 되돌려 놓는 아름다운 기술”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다수 플라즈마 시스템은 합성가스를 포집해 연료로 바꾸지만 스타테크의 스타셀(Starcell) 시스템은 이를 환경친화적이고 가격 경쟁력 있는 연료로 전환하는 능력 면에서 한층 탁월하다.

스타테크에 100만 달러의 연구보조금을 제공한 미국 에너지부(DOE) 수소제조·배송부의 패트릭 데이비스는 “다른 기화 기술은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만 스타테크는 폐기물을 반응기에 넣으면 합성가스를 만들어주는 원스텝 공정을 구현했다”고 우수성을 설명했다.



쓰레기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

론고는 한국전을 마치고 귀국한 뒤 브루클린공과대학 야간학부에 입학했다. 1959년 공학 학위를 받은 후 대륙간 핵탄두 미사일을 위한 초강력 격납고를 설계하는 미국기계주물(AMF)이라는 회사에 취직했다.

그는 입사 후 여러 해 동안 AMF의 신제품 개발 담당자에게 쓰레기 처리 사업에 진출하자고 설득했다. AMF가 이 분야에선 뒤쳐져 있었지만 그 자신이 아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에는 폐기물 수거 및 운송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지금보다 더 좋은 처리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1967년 론고는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네셔널 다이네틱스라는 회사를 설립, 세계 최초의 산업용 쓰레기 압축분쇄기를 설계·제작했다. 이 기계는 쓰레기로 채운 115ℓ 금속용기 5개를 작은 텔레비전 크기 만한 입방체로 분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에만 해도 쓰레기는 매립장으로 운반하는 것이 더 간편하고 저렴했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사업은 곧 확대일로에 들어섰으며, 몇 년 지나지 않아 압축분쇄기는 전 세계 각지에 수천 대가 보급됐다.

나름대로 잘나가던 그가 전혀 새로운 개념인 플라즈마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것은 지난 1972년 한 과학 잡지에서 핵융합로에 관한 논문을 읽게 되면서였다.

론고는 “논문의 저자들은 플라즈마가 언젠가는 폐기물을 원소단위로 파기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며 “우리가 쓰레기 압축분쇄기로 특허를 받았던 시점에 다른 사람들은 훨씬 근사한 물건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치 머리가 창에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결국 1984년경 연구단계에 불과했던 플라즈마 기술의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그는 플라즈마가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플라즈마 기화 시스템의 주요 구성요소인 플라즈마 발염장치(torch)가 금속 제조 업계에 널리 퍼진 것.

금속업계에선 이를 강철 슬라브를 절단하는 절단용 칼로 사용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쓰레기만이 떠올랐고,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988년에 이르러 인터네셔널 다이네틱스를 매각하고 스타테크를 설립, 본격적인 플라즈마 기화 장비의 전문가로 거듭났다.

일반 대중을 위한 플라즈마 기술

그는 “지인들이 ‘이 장비가 그렇게 좋다면 왜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거죠?’라고 계속 묻곤 한다”면서 “기술적 능력은 있지만 제품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효과가 좋다고 해서 실행에 옮길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쓰레기를 쓰레기장이나 매립지로 운반하는 것은 여전히 플라즈마를 활용해 처리하는 방식에 비해 저렴했다. 요즘처럼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못했으며, 매립지나 소각로가 공익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되지도 않았다.

론고는 “최초의 플라즈마 컨버터를 제작하기 위해 일부 부품을 아웃소싱해야 했다”면서 “제조업체에 우리가 플라즈마를 연구한다고 말하면 몇몇 업체들은 에이즈(AIDS)와 관계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은 ‘끝이 없다’고 믿는 그는 폐기물 업계에 대한 경험과 플라스마 기술에 대한 관심을 모두 가진 또 한명의 엔지니어와 손을 잡았다.

론고는 “우리는 컴퓨터조차 없었고 제도판 위에서 모든 설계를 했지만 의욕은 누구 못지않았다”며 “실제로 작동되는 시제품이 나올 때까지 10여년이 걸렸지만 노력을 할수록 계속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플라즈마 컨버터의 매입문의를 받았을 때 그는 ‘예수의 메시지를 세상에 내놓은 성 베드로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스타테크의 첫 고객은 미 육군. 지난 1997년 미 육군은 무기를 실험하는 메릴랜드 주 아버딘 프로빙 그라운드에서 화학무기의 처리를 위해 컨버터 한 대를 구입했다.


두 번째 컨버터는 공업용 냉각제나 윤활제로 쓰이는 폴리염화비페닐(PCB)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에 수출됐다.

론고는 플라즈마 컨버터를 시판하기 위해서는 모든 고체 물질을 소화해 내야 한다는 점을 오래전에 실감했다. 쓰레기 처리업에 수십 년간 종사하면서 유독성이 가장 심한 화학물질은 가정용 고형 폐기물과 같이 아주 평범한 장소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스타테크는 이처럼 다양한 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컨버터를 재구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 말은 운전자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폐기물을 사전 분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편의성을 달성하기 위해 스타테크 컨버터는 최고 작동온도가 1만6,600℃에 이르는 플라즈마 아크를 사용한다. 사실상 이렇게 높은 온도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가 론고의 핵심 개발 과제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버렸는지 모르거나, 알고도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무엇은 컨버터에 넣어도 되고 무엇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플라스마 컨버터는 무엇이든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레기 투기자를 잡아라

플라즈마가 그동안 폐기물을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으로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낮은 운송비용, 저렴한 토지, 정부의 느슨한 환경규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 기술은 실행 가능성을 갖게 됐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폐기물을 처리한다’를 기업 모토로 삼고 있는 지오플라즈마(Geoplasma)사의 힐번 힐러스타드 사장은 현재 플로리다 주 인근 세인트 루시 카운티의 쓰레기 매립지에 4억2,500만 달러(약 4,000억원)에 달하는 플라즈마 기화 시스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 공장은 세인트 루시 지역에서 하루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 2,000톤에 더해 인근에 위치한 매립장에서 나오는 1,000톤의 쓰레기를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기술은 아직은 대규모 시설에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시건 주 생태학연구소의 브레드 반 길더 박사는 “흑요석 같이 생긴 유리 용융체는 유독성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고 물에 흡수될 수 있다”며 “이를 매립지에 버릴 경우 언젠가는 인근 지하수를 오염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합성가스의 청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 소재한 세계소각로대안연맹의 국제공조 담당자 모니카 윌슨은 “냉각 단계에서 합성가스에 들어 있는 성분이 독소로 변형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세인트 루시 카운티의 레오 코르데이로 폐기물 담당국장은 이 같은 우려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우리는 시(市)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전량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물론 20년 내에 매립지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힐러스타드 사장은 “쓰레기로 매일 160MW를 생산하지만 공장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은 40MW에 불과하다”면서 “현지 발전소에 남는 에너지를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20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 시의회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 카르멘 코그네타도 플라즈마 기화기술이 과도한 폐기물 처리비용을 저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평가 중이다.

그는 “뉴욕 주변의 매립지는 전부 폐쇄됐고 소각로 사용도 금지되면서 버지니아와 펜실베니아 주에까지 쓰레기를 나르고 있다”며 “컨버터 7~8대를 도입할 경우 매년 4억 달러에 달하는 처리비용의 상당부분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뉴욕시는 현재 수소버스와 수소경찰차를 시범운용하고 있는 만큼 부산물인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생산, 연료로 활용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경쟁사들보다 열 걸음 이상 앞서 나가 있는 스타테크사에게 있어 구매문의가 늘어나는 것만큼 반가운 소식은 수소경제 시대의 도래다.

수소자동차 등 수소를 연료로 하는 차량의 보급이 확대되면 수소혼합가스를 부산물로 만들어내는 플라즈마 컨버터의 효용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론고가 지난 수년간, 플라즈마 기화공정 말미에 합성가스를 신속하게 수소로 정제하는 여과설비인 스타셀을 개발해 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 40년간 우리 모두가 더럽다고 피해왔던 것을 가지고 부를 축적해왔다.

이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을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 즉 청정에너지로 바꿔내는 새로운 도전을 떠나고 있다.

“진정한 쓰레기 처리장치는 모든 종류의 폐기물 처리가 가능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버렸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때로는 알고도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스타테크 실험실에 놓여있는 2억5,000만 달러의 플라즈마 컨버터(위).
운전자는 비디오 스크린(좌측)을 이용해 컨버터 내부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조셉 론고(우측)는 처리공정에서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친환경 미래 에너지인 수소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하기도 했다.

플라즈마 컨버터

스타테크의 플라즈마 컨버터는 과열된 플라스마, 즉 일반 공기에서 생성되는 하전입자(이온과 전자)의 전도성을 이용해 쓰레기를 분자상태로 전환한다.

먼저 쓰레기를 오우거에 넣어 작게 부순다. 그런 다음 쓰레기를 플라스마 챔버에 넣으면 과열된 플라스마가 쓰레기를 2개의 부산물로 바꿔놓는다.

이중 합성가스(수소+일산화탄소)는 컨버터 바로 옆에 위치한 스타셀 시스템에 공급돼 수소가스만 분리·추출해낸다.또 다른 부산물인 주조 유리는 가정용 타일이나 도로 아스팔트용으로
판매될 수 있다.

한 시간 가까이 플라즈마 컨버터의 운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기, 그을음, 화염 등 어떠한 오염물질도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수소자동차 등 수소를 연료로 하는 차량의 보급이 확대되면 수소혼합가스를 부산물로 만들어내는 플라즈마 컨버터의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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