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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 리포트] 버려지는 핵연료 再처리 기술 '듀픽'

14년간 500억 투입 불구 사장 위기 한국수력원자력, 기술 도입 꺼려

이미 사용된 핵연료를 재(再) 처리해 다시 사용하는 듀픽(DUPIC:Direct Use of spent PWR fuel In CANDU reactors) 기술이 연구개발을 마치고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이 기술은 고가의 핵연료를 재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자력 활용에 따라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중수로 1기 당 연간 2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와 비교해 볼 때 듀픽 핵연료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 기술의 도입을 꺼리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의 개발을 위해 10여년 이상 연구비를 지원했던 과학기술부는 기술 상용화에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편집자 註

사용후 핵연료에 손댄 첫 프로젝트

듀픽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사용한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핵물질인 사용후 핵연료에 손을 대는(?) 연구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연구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된 1998년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연구용일지라도 사용후 핵연료에 손대는 것 자체가 미국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금지사항 이었다.

듀픽 기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수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중수로의 핵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수로의 핵연료로 사용되는 천연 우라늄의 도입 비용을 줄 일 수 있는 동시에 경수로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의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술인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총 20기로 이중 16기는 경수로며, 월성의 4기만이 중수로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원자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용되는 핵연료 측면에서 본다면 중수로는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고, 경수로는 가공된 핵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경수로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농축 과정을 거쳐 우라늄의 농도를 높인 핵물질이며, 사용후 핵연료에는 플로토늄, 우라늄 등의 핵물질이 다량으로 남아있다.

반면 중수로에 사용되는 천연 우라늄은 농도가 높지 않아 핵물질로 보기 어려운 상태며, 중수로에서 태우고 나면 핵물질 상태가 된다.

즉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가 천연 우라늄보다 높은 농도의 핵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재가공해 천연 우라늄 대신 중수로의 핵연료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한 것이 듀픽 기술 연구 프로젝트다.

듀픽 기술 개발의 주관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지난 1992년부터 기초연구를 시작했고, 2000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져 지난 2006년에는 기술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약 14년간의 연구개발 기간 중 초보적인 수준의 기초연구 기간을 제외한 10여 년 동안만 감안해도 약 500억원 이상의 연 개발비(인건비 포함)가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인 것이다.

연구용으로 어렵게 사용 승인 받아

사용후 핵연료는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로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것조차 손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에서 듀픽 기술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 1998년 IAEA로부터 듀픽 연구시설에 대한 인증을 받았고, 1999년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미국산 핵연료를 연구용으로 재사용하는 것을 승인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듀픽 연구팀은 미국으로부터 약 200kg의 사용후 핵연료를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승인을 2002년에 받아놓은 상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가 이뤄진 듀픽 기술은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 다발을 분해·추출한 핵연료를 가루 형태의 분말로 분쇄한 뒤 이를 중수로에 장착 가능한 형태의 듀픽 연료봉으로 재가공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모두 ‘핫셀’이라고 불리는 대형 차폐장치 안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는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가 고준위 핵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수로 가동을 통해 발생되는 사용후 핵연료는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 내에 있는 저장시설에 임시저장을 하고 있는 상태며, 오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소 외부의 중간 저장소를 설치해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듀픽 관련 연구개발 추진은 시대를 앞서가는 효율적인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다.

듀픽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소 건식공정핵연료기술개발부의 송기찬 박사는 “지난해 말로 기본적인 연구개발을 마치고, 재 가공된 듀픽 연료봉을 중수로에 장전해 성능과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상용화 연구가 추진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경제성 이유 들어 도입 꺼려

현재 듀픽 연료봉을 장전해 가동할 중수로는 한수원이 관리하고 있으며, 한수원은 경제성과 안전성 등의 이유를 들어 상용화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파운드 당 30달러 수준으로 도입되고 있는 천연 우라늄 수급에 큰 문제가 없고, 고준위 핵물질 상태인 듀픽 연료봉을 어렵게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경수로에서 발생되는 사용후 핵연료 역시 2016년까지는 저장할 수 있는 상황이고 보면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을 줄여준다는 것도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듀픽 연료봉을 중수로에 장전하기 위한 연구 및 시설투자에 약 8,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보면 한수원의 입장 역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중수로에 듀픽 연료봉을 사용하는 문제는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가 확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요소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우라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송 박사는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무작정 저장하는 것은 현 세대의 에너지 사용을 위해 발생한 부담을 후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듀픽 기술의 상용화 연구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돈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기술의 우수성은 물론 성공, 또는 실패도 기준점이 아니며, 다만 누가 돈을 내놓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과기부, “도입 안 되면 수출하라”

현재 과기부는 듀픽 기술의 국내 도입이 어려우면 해외 수출을 추진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지원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상용화와 관련된 것은 그 기술을 활용하게 되는 산업체의 몫인 만큼 국내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주도한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의 협력 아래 추진돼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송 박사가 듀픽 기술 상용화 연구와 관련해 과기부에 요청한 자금지원도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과기부의 이 같은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과기부의 논리를 뒤집어 보면 지난 10여년 동안 활용되지 못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거나 상용화를 고려한 기술을 올바르게 선정하지 못했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도입이 어려울 경우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라는 것도 모순에 가깝다. 이는 원자력 관련 기술의 도입이 통상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안전성 문제 역시 개발 국가 내에서의 운용을 통한 안전성 보증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자국 내 도입 없이 해외 수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자력과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사업자인 한수원의 경제성 논리와 국가 차원의 R&D 사업을 총괄하는 주관 부처인 과기부의 논리 모두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수원의 경제성 논리와 과기부의 정부 역할 한계 논리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을 조금이라도 감소시켜 후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측면의 중요성은 제외된 것이다.

이처럼 듀픽 기술과 관련해 한수원이나 과기부의 무관심 속에 주관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듀픽 연구팀만이 이 기술의 상용화를 바라는 처지가 됐다.

동시에 듀픽과 관련한 연구개발은 사장될 위기에 처하게 됐으며,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목적보다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용후 핵연료, 에너지 무기될 수 있어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듀픽 기술에 대한 상용화 연구가 경제성 논리에서 크게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용후 핵연료 양의 축소와 원자력 연료도 석유처럼 에너지 무기화에 적용될 수 있다.

한수원은 천연 우라늄이 파운드 당 30달러 수준의 저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가 경쟁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문제로 인해 일본·대만·루마니아·카자흐스탄 등도 원자력 발전소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다소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보유한 몇몇 국가가 핵연료를 무기화해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처럼 플로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의 핵연료 재처리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사용후 핵연료를 다루는 기술의 확보는 필요하다.

현재 일본은 비핵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용 플로토늄을 추출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인 습식(화학적 방법)의 재처리를 통해 핵연료의 순환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핵연료 재처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핵물질 추출이 불가능한 건식(물리적 방법)의 재처리만 가능한 상태인데, 이 기술이 바로 듀픽 기술인 것이다.

지난 1992년 듀픽 연구팀의 막내로 듀픽 연구에 참여 던 송 박사는 현재 이 팀을 총괄하는 직책에 있게 됐지만 이 기술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송 박사는 “단순히 돈 문제로만 듀픽 기술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듀픽 기술의 상용화 연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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